영화 -도그빌(2003)-
오만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좋아하는 말이 있다. "무지는 죄다." 여기에서 전달하고 싶었던 "무지"는 세상에 대한 무지이다. (물론 무지로 인해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상당히 싫어하지만, 그것은 그다음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는 자신을 갉아먹는 세상에 스스로를 무방비하게 노출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세상에 대해 배우고, 스스로를 방어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생존에 필수적이다. 이 과정을 보기만 해도 고통스러운 방식으로 묘사한 영화가 있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도그빌"이다.
영화 도그빌은 배경이 되는 마을 전체를 관통하는 권력을 보여주기 위해 특별한 형태의 배경을 취한다. 벽이 없고, 바닥의 선으로만 공간이 나누어져 있으며, 마을 주민들은 서로가 벽에 막혀 보이지 않는 듯 연기하지만 관객의 눈으로는 모두의 행동이 보인다. 이는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사실은 잘 짜여진 권력 아래에 있음을, 그 권력 아래에서 표현 방식만 조금씩 다른 이기적 모습을 보이고 있음을 묘사한다. 이 권력에 대해 무지한 외부인 그레이스는 마을 전체의 공격의 대상이 되었음에도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한다. 그녀는 여러 가지 시도를 하지만, 그녀를 둘러싼 사회 전체가 유기적인 권력 구조라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해 그녀의 시도는 늘 실패로 끝난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녀를 구해준 것은 또 다른 외부인인 그녀의 아버지이다. 그레이스는 자신의 아버지의 대사를 통해 자신을 둘러싼 사회적 권력을 깨닫게 된다. "인정을 베풀 땐 베풀어야지. 단, 네 기준을 잃어서는 안 돼. 넌 그 점에서 잘못한 거야. 네가 받아 마땅한 벌은 그들도 받아 마땅해."라는 아버지의 말은 그녀에게 전환점을 제공하며, 그레이스는 스스로의 기준에 따라 마을 사람들에게 복수를 행한다.
오래된 "구원자로서의 아버지"와 "아버지로 인해 세상을 깨닫는 무지한 딸"은 이제는 지겹고 가끔은 화까지 나는 전형적이고 가부장적인 구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그빌이 이전까지의 이야기들과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변화하는 딸인 그레이스의 태도를 받쳐주는 서사가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도그빌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자신만의 소중한 것을 찾아가려고 노력한다. 이와 동시에 적극적인 탈출 시도를 하는 등 자신의 상황을 바꾸고자 최선의 노력을 했다. 그녀의 아버지가 미친 영향력이 얼마나 컸던 간에, 스스로의 의지와 판단을 믿고 행동하던 그레이스였기에 이 영화의 결말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나를 해친 이들을 판단하고 용서하지 않는 것도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이다. 그레이스의 아버지와 같은 인물이 주변에 없을 확률이 높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세상을 배우고 나의 심지를 지키는 것이다. 그 누구도 전체가 될 수 없다. 나를 감싸고 있는 집단이 아무리 커진다 한 들, 내 세상의 전부인 듯 보여도 그들은 절대 "절대"가 될 수 없다.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은 나를 믿고 나를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속한 사회에, 직접적으로 나에게 범람해 오고 밀려오는 사회의 모습에 나의 기준을 맞추지 않을 것. 사회를 구성하는 이해할 수 없는 권력을 찾아내고, 그 권력을 객관적으로 성찰할 것. 세상에 대한 배움을 바탕으로, 나의 신념을 만들고 그 신념을 지켜나갈 것. 우리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