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노력해 볼 테다.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어떤 이야기로 시작하면 좋을까를 가만히 들어 본다. 고요하니 답이 없다.
손가락이 멈추고 다음번 문장이 이어지지 않아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흰 모니터가 까만 글로 채워지기는 할까? 재주가 없는 사람이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노력보다는 재능이 먼저라고 했다. 어떤 일이든 노력하는 사람이 재능을 가진 사람을 이기기 힘들다고, 그러니 무모하게 자신을 갈아 넣거나 실패했다고 스스로를 미워하지 말라는 조언이 든 책을 만났다.
다이어트 실패는 인간의 노력이 인간의 본능을 이길 수 없음을 보여주는 가장 명백한 예시다. <노력의 배신, 김영훈>
하지만 우리는 늘 확인하고 싶어 한다. 뚱뚱했던 사람이 다이어트로 아름다운 몸매를 갖게 된 일, 가난한 환경을 극복하고 노력으로 이룬 경제적 성공기, 수만 시간의 연습과 불굴의 투지로 역경을 이겨낸 운동선수의 금메달 같은 것들을. 그가 가진 재능이나 환경, 그리고 타고난 기질이 성공의 열쇠였음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많은 시간을 노력했는지 어떤 방법으로 스스로를 단련했는지. 포기하고 싶었을 땐 어떻게 다시 일어섰는지를 더 궁금해한다. 그리고 마치 그가 한 노력을 따라 한다면 누구나 그리 될 수 있으리라 착각한다.
글쓰기 관련 책을 읽었을 때도 그랬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써서 쓰기 근육을 만들어라. 매일 책을 읽어라. 일기를 써라. 마음대로 쓰되 멈추지 말고 끝까지 써라. 영감 같은 건 없으니 일정한 시간 동안 혹은 일정한 글자수를 정해서 무조건 써라. 10년을 매일 같이 포기하고 말고 써라.라는 조언들이 얼마나 많던지. 재능 없이 노력으로 글을 쓸 수 있을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자꾸만 더 읽고 싶게 만드는 그런 글 말이다. 매일매일 더 자신이 없어진다. 없는 재능을 만들 수도 없으니 마음만 답답하다. 이제 취미 같은 이런 글쓰기는 그만둬버릴까? 란 거친 생각에 까지 이르기도 한다.
하지만, 성공을 위한 노력이 아니라 나를 위한 노력으로 시선을 조금 바꿔보면 어떨까? 나를 위해 조금 노력해 보는 것. 많은 이에게 사랑받는 글은 쓰지 못해도 나와 결이 비슷하고 내 생각을 알아주는 사람들. 혹은 나처럼 부족하지만 쓰는 것이 좋은 사람들에겐 내 글이 소소한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니까. 사회적 성공의 잣대로 노력을 바라본다면 재능을 이기지 못하는 헛발질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개인의 삶 속에서 노력은 재능못지않게 소중하고 단단한 힘이 아닐까?
다이어트는 꼭 날씬해지기 위해 하는 건 아닐 테다. 삶에서 계속 도전할만한 목표로 존재의 의미가 있다. 그 밖의 재능 없이 노력하는 모든 일에 성공이라는 사회적 시선을 거둬낸다면, 의미 있는 경험이 되어 누군가의 삶을 채워주지 않을까? 그러니 노력이 계속 나를 배신할지라도 죽는 날까지 애써보려 한다. 브런치 작가로 작가의 이력이 끝날지라도. 이럴 다할 멋진 문장이나 입소문이 난 에세이를 쓰지 못한 채 내 글쓰기 삶이 막을 내릴지라도 말이다. '노력'의 진정한 의미는 재능을 꺾는 데 있지 않을 테다. 땀 흘려 뭔가에 애써봤다는 것, 이루어지지 않은 소망을 품고 달려봤다는 것. 밤새워 죽을힘을 다해 공부해 봤다는 것. 한곡을 완벽하게 연주하기 위해 몇 달을 피아노 앞을 떠나지 않았다는 것. 그것이 주는 사회적 성공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그 시간을 버티며 더 인간에 가까운 존재가 될 테니까. 아기로 태어나 인간이 되어 죽었다는 것. 그것이 바로 목표 달성이 아니고 뭐겠는가.
그리니 언제나 읽고 쓰고 읽고 쓰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