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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sisoso Jun 12. 2021

기록

스캄프랑스에 대한 기록

#스캄프랑스를 보았다.

시즌6까지 본 소감은 다음 생에 한번쯤 프랑스

여고생으로 살아보고 싶다 였다.

프랑스 법은 모르겠으나 고등학생 미성년자인 그들은 항상 파티에 가고 대마를 피우며 성생활에도 자유롭다. 친구의 전 남자 친구와 사랑에 빠지고 친구의 엄마와 친구의 아빠는 연애를 한다. 동성애를 고백한 친구에게 남자 친구들은  박수를 쳐주고 선생에게 따박 따박 하고 싶은 말은 다하고 교내에서 흡연이나 애정행각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내가 프랑스 여고생으로 태어나고 싶은 건 위와 같은 이유 때문은 아니다. (정확히는 때문만은 아니다)

프랑스 고등학생들의 당당하고 의외로 깊은 생각들과 타인을 대하는 태도 가족과 친구와 소통하며 지내는 방식들이 너무나 성숙하고 매력적이게 느껴졌다. 물론 드라마지만 말이다.

그래서 다음 생엔 프랑스 여고생으로 태어나 프랑스 식으로 산다면 지금의 나보다 조금 더 진하고 깊어져 있지 않을까?

유튜브에서 아름다운 백발 머리에 아미고~를

외치는 그분처럼 혹은 그러라 그래~라고 외치는

양희은 님과 같은 삶을 30대에 깨치고 좀 더 세상을 쿨하고 에지 있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매 시즌마다 친구 무리 중 1명을 주인공으로 잡고 주인공의 스토리로 한 시즌이 모두 채워져 있다.

주인공 한 사람과 그 주변의 스토리를 꽤 깊고 자세하게 들여다보는 전개에 빠져들어 모든 시즌을 빨리 볼 수 있었다.

처음엔 남학생 둘에 동성애를 담은 시즌3가 그렇게 핫하다고 해서 입문했다. 고등학생 남자 두 명이 서로 어찌어찌하다 결국은 사랑하게 된  그런 스토리다.

핫한 이유는 당연 그 둘의 외모가 대단하다고 소문이 나서였고 나도 그 점은 동의한다. 아름답고 경이롭기까지 한 그 두 조합은 최고였지.

하지만 그보다 기억에 남는 건 결국 동성이든 이성이든 젠더이든 누구랑 사귀어도 서로 끝없이 상처주고 받을 수 밖에 없을게 뻔한 조울증이라는 핸디캡을 서로 인정하고 품어주고 맞추어 나가는 둘의 모습이었다  조증이 왔을 때 그에게 어떻게 할 것  그가 갑자기 사라지면 어떻게 할 것 같은 그 둘만의 규칙들을 정하며 정면돌파하기로 한다. 결국은 해피엔딩이었지만  둘은 게이임을 인정하기까지의 고민하고 괴로워 한 시간보다 타인을 온전히 이해해야 하는 과정에서 더 큰 노력과 인내가 필요할 것이다. 그 이후 시즌에서 둘은 간간히 현실적인 커플의 모습을 보이며 등장한다.


#가장 좋았던 시즌은 의외로 시즌5였다.

스캄 프랑스를 보기 전 나름 후기 검색 등을 했을 때 많은 언급이 없던 시즌인데 나는 가장 좋았다.

모두가 좋아하는 시즌3보다도 더 좋았다.

시즌 내내 주인공 옆 조연. 같이만 느껴졌던 아르튀르가 어느날 갑자기 후천적으로 청력을 잃고 모든 게 뒤바뀐 지금까지 너무나 당연했던 평범한 일상의 모든 것에 새롭게 적응하는 이야기다.

청각장애를 이런 시각 이런 영상으로 다룬 영화도 소설도 처음인 것 같이 모든 게 인상 깊었다.

아르튀르가 보청기를  때마다 아르튀르 입장에서 들리는 마이크의 전원을   엠프에서 순간 지지직 하는 듯한 소리가  들어갔는데 내가  그가  기분을 느끼게  줬고 그가 처한 상황 그가 보고 느끼는 시선으로 온전히 그의 편에 서서 보는 느낌이 들어 큰 귀 머리띠를 한 친구들 모습엔 같이 화가났고  노에에게 느끼는 감정엔 같이 마음이 복잡해졌다.

아르튀르가 갑자기 청력을 잃으며 학교 친구 가족 애인 모든 것이 쓰나미가 밀려오듯 준비할 시간 조차 주어지지 않고 바뀌어 버리는 그 과정이 마치 잘 그려진 섬세화 같았다. 그속에서 만난 새로운 인연 아르튀르와 같은 청각장애가 있는 노에가 하는 대사들이 특히나 아름다웠다. 슬픈데

아름답고 위로를 위해 꾸며낸말 하나없이 위로가 되는 노에의 대사와 편지.

인간이 진실로 인간을 사랑하면 나올 법한 아름다운 대사들이 많았다. 노에가 처음으로 목소리를 내어 아르튀르를 부르는 장면은 여태껏 태어나 본 모든 드라마 속 여주가 애틋하고 간절하게 남주의 이름을 부른 건 옹알이였나..이게 찐이야 싶게 감탄이 절로 나왔다. 숨죽이고 본다는게 이런건가 싶게 작은 핸드폰 속 두사람을 숨죽이고 몸에

힘을 주고 보게 된다.

보통 장애가 있는 사람의 이야기는 슬프거나 희망을 주거나 동정심같은 마음이 들게 하는데 아르튀르의 이야기는 장애에 대한 이야기지만 그냥 현대인 모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 같았다  가령 남을 너무 의식하고 그 과정에서 괴로워 잠못이루는 나 같은 성격의 현대인에게도 노에가 아르튀르의 보청기를 빼는 게 낫다며 고요함이 주는 장점에

대해 느끼게 해주는 이야기는 많은 공감이 됐다.



#전 시즌 재밌었지만 역시 시즌3부터 보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ㅎㅎ

시즌1부터 봤다면 중도포기했을지도 모르겠다  

시즌3가 조금 자극적인 소재라 다른

시즌이나 주변 인물이 궁금해졌으니 말이다.

원작인 노르웨이 스캄도 대단히 재밌다던데 넷플과 왓챠에 없어 못 봤다.

다들 이런 건 어디서 잘 구해서 보는 걸까…

그림은 스캄 멤버 사이에 환생한 고등학생 나의

모습을 한국적 정서로 그려보았다. 내가 주인공인 시즌엔 어떤 썰을 풀까 치면 나도 나름 몇 가지

풀만한 이야기는 있는 것 같다고 상상하며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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