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제주 한달 살기 이후,
아이에게 네발자전거를 사주었다.
그 후의 일이다.
바로 코앞 마트 가기를,
아이는 매번
자전거를 타고 가겠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자전거를 타고 나가면,
10분이면 다녀올 거리가
30분이 넘게 걸리곤 했다.
그뿐인가.
기세 좋게 타고 나가서는,
돌아오는 길은 힘들다며
엄마 아빠가 자전거를 끌고 와달랬다.
이로 인해 우리에게,
장 보러 가는 일은 때로,
아이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수행하는,
은밀한 임무가 되기도 했다.
그런 녀석에게 날개를 달아주기로 결심했다.
아주 큰 결심이었다.
오전에 한바탕 홍역을 치렀던
포켓몬 사다리 게임을
또 하자는 아이의 요구에
놀이터를 역제안 했다.
하지만 그는 순순히 넘어오지 않았다.
놀이터를 받고, 자전거를 하나 더 올렸다.
이 더위에 자전거를 쫓아다닐 생각을 하니,
동공이 급격히 흔들렸지만,
이건 수락할 수밖에 없는 딜이었다.
오후는 길었고, 아이의 체력은 남아돌았다.
그에 번개같이 스친 생각이 있었다.
"우리, 보조바퀴 떼고 두발자전거 해볼까?"
"좋아!!!"
아이는 신이 났다.
나는 몽키스패너를 꺼내들고,
보조바퀴를 떼기 시작했다.
바퀴 하나를 떼고 보니,
이 네발자전거엔
자전거 스탠드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로 다시 끼우고 동네 자전거 매장을 향했다.
보조 바퀴 떼러 왔다는 말에,
자전거 매장 사장님은 아주 싱글벙글 이시다.
"아빠 고생 좀 하겄네?? 흐흐흐"
아주 함박웃음을 띠시고,
나를 고소한 눈길로 쳐다보신다.
그리고 요샌
뒤에서 보호자가 잡아줄 수 있는
두발자전거 연습용 손잡이가 있다며,
내게 추가 구매를 유도하셨다.
'손잡이??? 그런 게 있다고?'
아이 자전거 뒤에 짐 받침대 없고 해서,
안장을 양손으로 잡고 잡아줘야 하나 하고
고민했던 터라
아주 홀랑 넘어가버렸다.
그렇게 단 손잡이를 잡고,
집으로 일단 자전거를 끌고 가는데,
세상 편했다.
손잡이 값 2만 원이 아깝지가 않았다.
이래서 육아는 템빨이구나.
마침내,
집 앞 놀이터에 도착했다.
우레탄 바닥 위에 자전거를 멋지게 세우고,
아이는 팔꿈치와 무릎에 보호대를 착용했다.
두발자전거를 타자는 소리에,
그동안 구석에 처박아 뒀던 보호대를,
스스로 가지고 나온 참이었다.
보호대를 감는 밴드가 살에 끼여서
연신 아프다고 인상을 쓰면서도,
"그래도 어쩔 수 없지!"
하며 벗지는 않는다.
그리고,
아이도 아빠도 긴장하며,
생애 첫 두발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손잡이를 뒤에서 잡아주니,
아이가 웬만해선 넘어질 일이 없어 보였다.
부러웠다.
나는 어렸을 때 두발자전거가 무서워서,
결국 대학생이 되어서야 타기 시작했는데,
그때도 이런 게 있었다면 어땠을까?
자전거 사장님에게,
30년 전에도 이런 게 있었냐고 물어보니,
나를 비웃으신다.
"내가 30년 전엔 자전거 안 팔았지~~"
그건 맞지.
근데 옛날 기억을 더듬어봐도,
나는 아버지와 자전거를 탄 기억이 나질 않는다.
과연 탔었을까? 그랬을 지도. 안 그랬을 지도.
아쉬움도,
그리고 내가 지금 아이의 뒤에서
자전거를 잡아줄 수 있다는
행복감도 동시에 들었다.
아이에게
두발자전거를 가르쳐 주겠다는 마음이
갑자기 생긴 건 아니었다.
올해 말로
계획을 해보고 있는
아이와 단둘만의 여행을 대비해서,
조만간 가르쳐 줘봐야지 하던 참이었다.
여행지에 가서 자전거를 빌릴 때,
보조바퀴가 있는 네발자전거는 잘 없겠지 싶었다.
지금 바짝 몇 개월 연습해두면,
아이와 같이 자전거로
재밌는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한편으론 걱정도 들었다.
지금 네발자전거 타는 것도 쫓아다니느라 힘든데,
두발자전거가 되면 어찌 감당할 수 있을까.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준 느낌.
아기 호랑아,
제발 조심히 살살 달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