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4번 정도 흘려보내면서 살아온 집을 떠난다.
누렇게 변해버린 벽지, 문신처럼 굳어버린 창틀의 먼지, 스스로 잘 먹고 잘 자라온 곰팡이들.
그동안 떠나갔던 연인들의 기억들이 머릿속 어딘가에 숨어있는 것처럼 오랜 기간 묵은 떼들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버리지 못하는 미련처럼 쌓여있는 낡은 옷들과 가구, 가전 등등 여러 가지 집기들.
마음속 미련은 쉽게 버리지 못하지만 물건들은 과감히 버릴 수 있었다.
집정리를 하다 보니 여기저기 불쑥불쑥 나타나는 추억들
한 때 소중했던 추억들이 쓰레기가 되어버리는 신기한 현상
그것들이 사진이 됐건, 물건이 됐건, 무엇이됐건,
물질적으로 추억도 쓰레기가 될 순 있지만
기억 속 추억도 쓰레기가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