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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광철 Apr 27. 2024

남자 넷이 살게 되면

내 친구와 친구의 동생 그리고 친구 동생의 친구까지 원래 셋이서 살고 있었다. 내가 그 자리를 틈타 네 명이 되었다. 남자 넷이 살기에는 부족하지 않은 평수이다. 방 2개 거실하나. 친구 동생과 친구 동생의 친구가 각 방 하나씩 친구와 나는 거실에서 2층 침대를 두고 위아래로 잔다.


우리 넷은 같은 분야의 일을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밝히긴 어렵지만 출근과 퇴근시간이 거의 비슷하다. 낮에는 집은 비어있고 저녁부터 집안이 시끌시끌하다.


남자 넷이서 부대끼며 살다 보니 장단점이 있다. 일단 내 친구는 아침잠이 없어서 일찍 일어나는 편이다. 새벽 6시 반이면 부스럭부스럭 분주한 소리가 난다. 나는 원래 7시 반정도에 일어나는데 수면욕이 많고 잠이 예민한 성격에 금방 깬다. 어떻게 보면 얹혀사는 입장이라 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게 나는 강제로 아침에 일찍 눈을 뜨게 된다. 이것이 장점이라고 해야 할까. 아침에 강제로 일찍 일어나게 된다. 오랫동안 삐걱거리는 몸과 저질체력이 된 나는 달리기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친구에게 제안을 했고 친구와 함께 최근 달리기를 꾸준히 하게 되었다.


최근에 내가 원래 살던 집을 정리하면서 버릴 건 버리고 남길 건 남겼는데 전신 거울을 버리기가 참 아까웠다. 친구집은 전신거울이 없다. 친구 동생이 옷 입는 것을 좋아하니까 친구 동생 방에 놓아주면 좋겠다 싶어서 기부를 했다.


친구 동생이 갑자기 달리기를 하기 시작했다. 친구와 나의 좋은 영향을 받은 것인가. 친구 동생의 왈. 형이 내 방에 전신 거울을 둔 이후로부터 나의 몸상태를 알게 되었어. 너무 쓰레기 같은 몸둥아리였어. 나도 운동을 해야겠어. 아주 좋은 효과다. 전신 거울이 이런 효과를 줄 것이라고 생각을 못했다. 나는 옷 입을 때 보라고 준 건데.


친구 동생의 친구도 달리기를 하기 시작했다. 이런 건 무슨 효과라고 해야 하나. 긍정적 전염효과? 지식이 얄팍해 표현하기 힘들다.


친구 동생은 밖에 나가는 것을 참 좋아한다. 일주일에 한 4~5번은 나가는 것 같다. 한번 나가면 새벽이 다 돼서야 들어오는데 맨날 토를 한다. 잠귀가 예민한 나는 그 리얼한 소리를 거실에서 그대로 강제로 듣게 된다. 무슨 만화에서 악마가 죽는소리가 난다. 서럽게 오바이토를 한다고 해야 하나. 이것은 틀림없는 단점이다. 한 번 잠들면 깨지 않는 친구와 방에서 어느 정도 소음이 차단되는 두 명은 평안하게 잠들고 오로지 나 혼자만의 고통이 시작된다. 틀림없는 단점이다.


나를 제외하고 3명은 배달음식을 자주 시켜 먹는다. 모두가 저녁을 먹지 않았다면 배달을 시켜 작은 테이블에 옹기종기 앉아서 배달음식을 같이 먹는다. 각자 핸드폰으로 영상을 보면서 말이다. 우리들은 아무 말도 없이 각자 핸드폰의 영상을 보면서 음식을 먹는다. 4개의 핸드폰에서 울리는 소음은 공사장 소음 저리 가라다. 내가 무엇을 듣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것도 틀림없는 단점이다.


쓰다 보니 단점만 수두룩한 것 같다. 하지만 제일 큰 장점은 혼자 살 때 무거운 공허함보다 차라리 인간들 틈 사이의 크고작은 소음이 오히려 정신 건강에 좋다. 장점을 쓰려했는데 단점이 또 떠오른다. 그것은 화장실이다. 샤워나 볼일 같은 것을 볼 때 선수 치기가 중요하다. 타이밍을 놓이면 잠자기 바로 직전에 샤워를 할 수 있다. 아니면 변비가 걸린다거나. 방광이 요동친다.


지금도 글을 쓰는 와중에 친구는 화장실에서 볼일을. 친구 동생의 친구는 화장실 문을 두드리면서 "형 안에 있어요?"라고 말하고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시트콤이 따로 없다.


내 기준으로 글이 상당히 길어졌는데 각 잡고 쓰자면 단편 소설 한 분량이 나올법하다. 장단점을 논하기보단 그냥 부대끼며 사는 남자넷의 삶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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