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날의 초생달이라는 노래는 나의 불안을 달래는 자장가 같은 노래다. 형형색색 빛나던 어린 시절의 꿈들은 어느덧 까만 밤으로 바뀌고, 그마저 보름달이 되지 못한 초생달로 살아가는 나의 인생을 위로하기에 이만한 노래가 없다.
젊은 시절의 꿈을 잊지 못해 가끔 찾아가는 종로의 허름한 칵테일 바는 내가 20대 초반을 보냈던 그곳과 똑 닮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당시 사장님이, 그 당시 인테리어로, 그 당시 래퍼토리로, 여전히 장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곳은 지금도 똑같다. 그저 아무 약속 없이 가게를 들어서면 늘 나를 반기는 사장님과 또 서로를 알지만 모르는 단골들이 가득하다. 각자 서로의 잔을 들지만, 별다른 대화는 없지만, 우리는 함께 시간을 보내고, 추억을 공유한다.
모든 것이 같은 그 공기는 되려 나의 변화를 체감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내가 하는 말, 내가 하는 행동, 내가 하는 생각, 모든 것들이 새삼 그때의 나와 너무 달라 스스로 낯설다. 가게 문을 닫을 때쯤 나와서 서성이는 종로거리에는 젊지도 늙지도 않은 내가 있다.
초생달. 까만 밤 떠 있는 초생달. 스스로 버림받은 내 인생을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다. 누군가의 위로를 기대하고 찾아간 곳에서 나는 또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갈 곳을 잃은 채 서성인다. 초생달. 까만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