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김치 3종과 카무트밥, 그리고 라면
1. 엄마한테 얻어온 배추 겉절이와 무청김치, 그리고 총각무김치를 접시 위에 플레이팅한다.
2. '매울 신'자가 쓰인 라면 두 봉지를 끓인다.
3. 카무트 쌀과 흰쌀을 1:3 비율로 섞어 밥을 한다.
후식
#캠벨 포도
#샤인머스캣
#미니 사과
#삶은 햇밤
짠맛, 신맛, 단맛, 쓴맛, 매운맛(통각).
오미(五味), 다섯 가지의 맛이라고 한다.
맛의 조화, 그 기본은 모든 재료가 잘 어우러지는 것에서 시작한다.
쓴맛이 너무 튀지 않아야 하며, 짠맛이나 신맛, 단맛이 도드라져서도 안 되고, 아플 정도로 쓰린 통각 때문에 맛의 느낌을 지워서도 안 된다.
각각의 재료들의 특성을 살리되 그에 맛는 양념으로 조화를 이루는 것을 요리라고 하는데, 이렇게 만든 요리를 차려내는 행위는 식탁, 혹은 밥상 같은 단어로 정겨움을 더한다.
그리고 식탁의 기본은 맛있는 음식과 좋은 사람, 따뜻한 공간이 있어야 비로소 구색을 갖추게 된다.
우리의 인생도 식탁 위의 갖가지 음식들과 다르지 않다.
어떤 날은 짠맛으로 점철되기도, 단맛에 푹 절여지기도, 소주 한잔의 쓴맛과 창자가 끊어질 듯 맵게 아프기도, 또 정신이 번쩍들 만큼 시큼한 맛에 짜릿하기도.
매일 내가 마주하는 식탁에서, 오늘 나의 날은 어떤 맛인지 씹어본다. 오늘 내 식탁의 맛은 '절친과의 39.8세의 행복'이다.
"쭈야, 이따가 저녁 뭐 먹을래? 당기는 거 있어?"
"음... 우리 집에 기가 막힌 김치 3종이 있어. 밥이랑 라면이랑 이런 메뉴를 생각해봤어."
"완전 좋아. 라면은 신?"
"라면은 그 아이지~. 아! 지금 햇밤도 삶는 중"
"미쳐미쳐~. 나 벌써 행복해."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나의 하루를 꽉 채워 줄 식탁이 있는 곳으로. 친구는 30분 일찍 퇴근 결정을 내리고 현재 나의 집으로 오는 중이다. 그리고 나는, 친구를 기다리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앞으로의 각종 맛들을 그리며.
나는 이런 인생 식탁의 일기들을 써볼 요량이다.
어떤 맛들이 생성되고 소화가 되고 내 인생을 그려나갈지, 사뭇 기대가 되는 오늘이다.
1. 사람에 따라, 기호에 따라 양념은 조금씩 더 추가되거나 덜하다.
2. 싱겁게 먹는 사람, 짜게 먹는 사람, 매운 맛을 좋아하는 사람 등... 음식 맛에 대한 기준은 천차만별이다.
3. 재료도, 양념도, 각자의 선택에 따라 맛이 달라질 수 있다. (때로는 향신료가 필요할 때도 있다)
4. '맛'의 보편적인 기준은 있지만, 정답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