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습득의 진짜 이유
영유아 영어 노출, 우리 가정에 맞게 방향 정하기(1)
우리 부부는 20대 중반에 함께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온 덕에 일상생활에서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 유창하진 않지만 영어를 대하는 자세에서 두려움은 없는 편이다.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올 당시 나의 영어 목표는 거창하지 않았다. 외국인 앞에서 영어로 말할 때 심장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빨개지지 않을 정도로만 자신감을 키우는 것이 목표였다. 목표를 달성했다. 다시 말하면 영어를 아주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피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호주에서 겨우 1년 살았고 갔다 온 지 8년도 더 지났으며 그동안 영어 쓸 일이 없었으니 영어 실력이 퇴화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나는 영어를 즐긴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도 영어를 대할 때 못하더라도 스트레스받지 않고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실 즐길 수 있으면 못 할 가능성도 낮을 거라 생각하기에 이 말에는 어느 정도 모순이 있다. 고백하건대 잘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괜히 돌려 말한 것도 있다.
영어를 익힌다는 것은 지금 시대에 필수로 여겨지는데 왜 그런지에 대해서는 새삼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한편 통번역 기술이 발전됨에 따라 앞으로는 영어를 몰라도 외국인들과 소통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을 수도 있다. 의사소통 관점으로만 본다면 굳이 영어를 배울 필요성을 못 느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부부가 외국어 습득에 가치를 두고 있는 이유가 있다.
나는 중학생 때 스스로 일본어에 흥미를 느껴 독학을 한 적이 있어서 약간의 일본어를 할 줄 안다. 영어, 한국어까지 보태면 3개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데 일본어로 말할 때의 나와 영어로 말할 때의 나, 한국어로 말할 때의 나는 각기 다른 언어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일본어를 쓸 때는 좀 더 상대방을 배려하게 되고 조심조심하는 사람으로 변하고, 영어로 말할 때는 원래의 성격보다는 좀 더 발랄한 어조로 말하고 나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려고 하는 것 같다. 외국어를 습득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그 나라의 문화가 받아들여진 게 아닐까. 내가 외국어를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타문화를 받아들이는 마음이 열린다는 것이다.
타문화를 받아들이는 마음이 열린다는 것은 세상에 다양한 사람이 살고 있고, 그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다 같이 어우러져 살아간다는 것을 이해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생의 가치관이다.
이중언어 환경 속에서 자란 아동에게는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더 일찍 발달하고, 자기 관점을 상대방의 관점에 따라 바꿀 수 있음을 시사한다.
<언어의 뇌과학>, 알베르트코스타
지금 시대는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마케팅이든 뭐든 이 시대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아티스트가 되어야 한다.
- 세스 고딘
AI 시대에는 창의력이 더욱더 중요해질 것이다. 이전 편에서 언급했던 로운맘 유튜브의 [이중언어 로드맵] 시리즈에서 보면 이중언어를 구사하는 사람은 단일언어 구사자에 비해 창의성과 사고력이 더 좋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한 영상이 있다.
이중언어 사용자들이 다양하게 사고할 수 있는 것은 두 개의 표현 시스템으로 인해 사고의 유연성과 창조성이 커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중언어 아이들의 도전>, 바바라 A. 바우어
이중언어를 구사해야만 창의력이 키워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중언어를 구사하는 것이 창의성을 저해하는 것은 아니니 마다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다.
영유아에게 영어를 습득하게 하는 일은 뇌과학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생각보다 까다롭고 신경 써서 따져봐야 할 것이 많다. 정답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우리 가정에서 중점으로 두고 있는 가치, 우리 아이의 기질과 태도에 따라서 결정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