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의 Work & Parenting Balance에 대한 고민
1년 간의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을 했다. 복직하면서 브런치도 잠깐 쉬었다.
작년에 복직하면서 썼던 글이 내 서랍 저장글에 남아 있었고 이제야 발행한다.
복직 준비 과정과 복직을 하면서 고민이 되었던 부분, 어려움을 겪었던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브런치에 전직원 7인 소기업에서 육아휴직 쟁취하기라는 글을 쓴 적도 있는데 복직했더니 전직원 6인이 되어 있었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IT분야의 작은 스타트업이다.
육아휴직이 끝나면 복직을 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조그마한 회사 입장에서 내가 휴직을 쓸 수 있도록 나름 배려를 많이 해줬다고 느꼈기 때문에 복직할 시점에 나의 리소스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받아들이려고 했다. 그래서 휴직이 끝나기 전에 나의 인력을 필요로 하는지, 그렇다면 나의 희망사항을 들어줄 수 있는지 먼저 물었고 서로의 뜻이 맞다면 복직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나의 희망사항은 이랬다.
근무시간을 10시-16시로 조정
근무형태를 재택근무로 함
다행히 회사에서 나의 희망사항을 들어주기로 했고 복직을 환영해 주었다.
이로써 아이는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고 기본보육시간(9시-16시) 동안만 맡기기로 했다.
| 하루 5시간 근무하는 워킹맘의 일과
7시 - 기상
7시 반 - 아침 식사 ~ 8시 반까지 간단한 놀이 및 등원 준비
9시 - 등원
10시 - 출근
12시 - 점심
16시 - 퇴근 후 아이 하원 ~ 17시까지 놀이터
17시 - 아이는 자유놀이, 엄마는 밥준비
18시 - 저녁식사, 목욕
21시 - 아이 취침
나의 직무가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무이기도 하고 또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다. 사무실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출퇴근할 수 없는 거리가 돼버렸다. 재택근무는 당연히 할 수밖에 없는 거였다 해도 단축근무는 내가 제시한 조건이었다.
어린이집이야 대부분 오전 7시 반부터 오후 7시 반까지 이용할 수 있고, 연장반을 이용하는 가정도 많다.
그렇지만 15개월 된 아이를 연장반까지 이용해서 맡기기에는 아직 어리다고 판단했고 아이와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아마도 단축근무가 불가능했다면 복직을 하지 않았을 것 같다. 회사 측에서 단축근무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지원 제도' 카드를 꺼내며 협상을 시도해 볼 수도 있었겠지만 협상하는 과정도 피곤했을 것 같다.
아이의 어린이집 적응 기간을 일주일로 잡고 등원 계획을 세웠는데 하필 그 시기에 코로나에 감염되면서 입소일이 미뤄졌다. 복직일은 정해져 있고 입소일이 미뤄지면서 3일 만에 적응을 마쳐야 하는 상황이었다.
심지어 아이의 등원 첫날에 나는 격리해제가 안 돼서 함께 가보지도 못했다.
아이는 첫날부터 혼자 덩그러니 입소했지만 다행히 울지도 않고 2시간 동안 잘 놀다가 하원했다.
둘째 날부터 바로 낮잠 시도를 했는데 이때 많이 울었다고 한다. 울다 지쳐 잠든 건지 어찌어찌 낮잠에 성공하긴 했다. 셋째 날엔 울지도 않고 애착인형을 안고 바로 낮잠에 들면서 초스피드로 적응을 마쳤다. 선생님들도 놀란 적응력이었다.
10개월령일 때부터 시간제보육을 다녔던 덕분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내 업무가 UIUX 기획이다 보니 트렌드에 민감하기도 하고 숙련된 감각이 중요하다. 그런데 1년 3개월을 쉬고 온 내가 바로 적응을 할 수 있을지, 감이 떨어지진 않았을지 불안했다. 등원시키고 나면 약 40여분의 시간이 남는데 나름 나만의 리추얼을 만들었다. 간단히 집 정리를 하고, 명상을 하며 불안을 다스리기도 했다.
명상은 'calm' 어플을 이용하여 내레이터의 도움을 받았는데 효과가 꽤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내레이터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계속 잠이 왔다. 시간이 지나고 업무 피로도가 쌓이다 보니 리추얼이고 뭐고 시간이 나면 무조건 잠을 택했다.
내가 복직을 망설였던 가장 큰 이유가 야근이었다. '업무 특성상' 야근이 많다고 하면 야근을 정당화시키는 것 같아서 이런 표현은 되도록 안 쓰고 싶지만, IT업계에서 야근이 많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런데 난 단축근무인 데다 근무가 끝나자마자 육아 출근을 해야 하니 야근은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야근을 피할 순 없었다. 아이를 재우고 밤 9시가 지나서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날도 종종 있었으니...
하루 5시간 일하는 나에게 스케일이 큰 건들이 주어지고 프로젝트를 책임져야 하는 업무까지 담당하게 되다 보니 5시간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다 보니 나날이 피곤해져 가고 스트레스는 쌓여갔다. 단축근무로 인해 급여는 깎였는데 야근 수당도 없는 마당에 연장근무를 하고 있으니 억울하기도 했다.
워킹맘으로서 일과 육아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5시간만 근무하겠다고 한 건데 한편으론 내가 너무 물렁한가 싶기도 했다. 세상에는 더 많은 시간 동안 일하고 더 큰 책임감을 필요로 하는 업무를 하는 워킹맘도 많을 텐데 난 짧게 일하면서 리더 역할은 피하고 싶은 사람이었다.
이런 식으로 일을 한다면 나의 30대 후반과 40대를 어떻게 맞이하게 될까 하는 생각도 들고, 어린이집 연장반을 이용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단축근무와 재택근무라는 좋은 조건으로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일과 육아 사이에서의 균형에 대해서는 아직도 고민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