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자비 Nov 20. 2020

사진전, <어이, 주물씨  왜, 목형씨>

사진전 이름이 참 정겨웠다.



#사진전이 내게 남긴 것.


이날 하루에 2번, 직접 도슨트를 하신다는 것을 도착하고 알았다.

이제는 사라져 버린 사람 냄새가 여전히 피어나는 곳. 을지로.


사진씨 MJKim. 김명중 작가님은 을지로체 전시에서 배달의민족 김봉진 대표님을 만나 이야기 나눈 것이 이 프로젝트의 시작점이라고 말하며 도슨트를 시작했다.


반년 간 을지로에서 을지로 장인들과 함께 살며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 카메라로, 매끈하지 않은 우리네 삶을 있는 그대로 담아 전시관에 가져오셨다.


사람 냄새.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을지로 장인들의 인생처럼 하나의 대상에게 꾸준한 진심을 보내야 한다는 것을 작가님은 이미 알고 있으셨나 보다. 어진 권위를 내려놓고 사람 대 사람으로 을지로에 다가갔던 그의 이야기가 입구에서부터 나의 영혼을 무겁게 쥐고 흔들었다.




나에게 전시는 대체로 서늘한 뒤끝이 있는 곳이었다.

찍는 자도 결국 전시관에 찾아온 나처럼, 찍히는 자에게 이방인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차가운 감상의 끝 맛.

사진 속 피사체에게 감정을 피워내더라도, 그 여운은 다음 액자에 서기도 전에 식어버리고야 마는 것.


그러나 서늘했어야 할 전시관은 내내 열기로 뒤덮여 있었다.

사진이 아니라 쇳물처럼 끓어오르던 뜨거운 인생이. 사람이. 곳곳에 서 있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대상을 바라볼 때, 그 사람은 빛이 난다'


라고 하셨던가, 사진씨의 애정 어린 시선들이 풀무질처럼 사진 속 장인들의 두 눈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사진씨의 따스한 말들이 사진 속 장인들의 눈가를, 주름을, 표정을, 손끝을, 시선을 살아 움직이게 했다.


사진전이 내게 외쳤다.

보라. 평범한 삶을 들여다보고 바라봐줌으로써 위대해진 이 간을.


아,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무심하게 바라보았는가.

나의 시선은 평범한 일상 속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살아 숨 쉬게 하지 못했음을 시인했다.

피워내 보지도 못한 채 스러진 그 많은 죽어있는 것들을 비로소 느끼게 했다.



사진전의 끝에서 33명의 장인들과 마주했다.

처음으로 사진 너머 생생하게 살아있는 사람을 마주했던 특별한 사진전은 그렇게 내가 잊어버린 소중한 마음을 양 손 가득 쥐어주었다.


'자, 네가 놓고 간 것이야.

다시 놓치지 않게 조심히 가지고 가렴'


사진씨가 을지로에서 살기 시작하셨다던

2019년 11월 1일.

그리고 내가 찾아온 이 순간

2020년 11월 1일.


하나의 세월을 온전히 지나 마주하게 된 우연한 마음과, 공간과, 시간은 나를 뜨거운 삶 한가운데로 빠뜨렸다.


받은 것이 너무나 많아서였을까. 스스로를 책상 앞으로 이끌어 부족한 글솜씨라도 써야 한다고 다그치는 나.


사진씨의 진심 어린 울림에

조그마한 메아리로 응답한다.


당신의 말대로, 이날의 사진전은 찍힌 사람이 주인공인 사진전이었습니다.

사진 찍힌 사람이 와서 보고 감사의 인사를 서로에게 건네고 가는 참된 성공의 사진전이었습니다.



을지로의 장인분들

사진씨 MJKim, 김명중 작가님

그리고 배민씨에게 감사드립니다.



..

.


#20201120 #금요일 #이자비 씀.

작가의 이전글 《모아나》(Moana) - 2019022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