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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주 Jan 29. 2024

겨울나기, 희망도 절망도 없이

이반 쉬시킨 <황량한 북쪽에서>

이반 쉬시킨 <황량한 북쪽에서>, 1891, 캔버스에 오일, 161X118cm, 우크라이나 국립미술관


절벽 위의 나무에는 많은 무게의 눈이 쌓여 있다. 나무 그림 기운 것으로 보아 해가 들고 있지만 이 나무는 검푸른 어둠이 물들어 있다. 매섭고 혹독한 차가움이 느껴진다.

나무는 시련 속에 있다. 그러나 나무는 씩씩하게 서 있다. 

     

이 나무에게서 절망을 본다면 그것은 보는 이의 마음이다.

이 나무에게서 외로움을 본다면 그것보는 이의 마음이다.

이 나무에게서 불굴의 강인함을 본다면 그것 역시 보는 이의 마음이다.     


나무는 애써 견뎌내지도 약하게 허물어 지지도 않는다.

나무는 이 시간이 지나면 봄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저 묵묵히 시간을 견뎌낼 뿐이다.      


나무는 추운 겨울에도 절망하지 않는다. 이 겨울이 갈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나무는 겨울이더라도 외롭지 않다. 나무속의 수많은 미생물과 함께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나무는 봄이 오더라도 크게 환호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올 것이 온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연의 순환을 이해한다면, 우리가 삶의 희로애락을 이해한다면 우리는 쉽게 절망하거나 가볍게 희망하지 않을 것이다.

맞이할 것을 맞이하면서, 견딜 것은 견뎌 내면서, 자연히 올 그날을 기다리면서 하루를 살아갈 것이다.


그러니 절망하지도 희망하지도 말자. 그저 내게 찾아온 것을 잘 만나고, 그것이 내게 남긴 흔적을 느끼는 것이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이다. 나를 찾아온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알게 될 날을 묵묵히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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