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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별반짝 Dec 17. 2022

바람 앞의 등불처럼 흔들리는 북경대의 제로 코로나 정책

11월 18일, 두 번째 교내 확진자 발생

지난 11월 16일에 북경대 교내에 확진자가 한 명 발생했다. 2022년 9월 학기 들어서 첫 번째 확진자였던 것 같다. 북경대는 학교 안과 학교 밖(사회면)을 철저히 분리시켜 학교 안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입되지 않도록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렇게 간신히 지탱해 오던 '불안한 평화'가 11월 16일을 기점으로 위기를 맞았다.


11월 16일 확진자의 동선에는 중앙 도서관은 물론이고 캠퍼스에서 가장 큰 식당과 강의동, 교내 목욕탕 까지 학생들이 모이는 장소가 두루 포함되어 있었다. 전교생이 밀접 또는 차밀접 접촉자라고 봐야 할 정도였다. 으레 하던 것처럼 밀접 접촉자를 색출해 격리시킬 수 있는 범위가 아니었다. 학교는 확진자와 기숙사 같은 층에 거주하는 학생들만을 데려가 격리시켰다. 전교생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11월 16일부터 18일까지 3일간 매일 PCR 검사를 해야 했다.


그리고 이틀이 지났다. 전교생이 PCR 검사를 했지만 새로운 확진자는 더 나오지 않았다. '더 이상 퍼지지 않고 이대로 마무리가 되려나?'라는 생각을 하던 찰나, 새로운 공지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11월 18일 새벽, 확진자가 한 명 추가된 것이다.


11월 18일 정오 무렵 학교의 각 단톡방에 공유되기 시작한 통지 내용


11월 18일에 추가된 확진자는 지난 11월 16일의 확진자와 같은 기숙사에 사는 밀접 접촉자였다. 이 통지를 읽고 나서야 그때 같은 층에 살던 밀접 접촉자들을 북경대가 속한 북경시 해전구의 격리시설로 데려갔었음을 알게 되었다.


연이어 두 명의 확진자가 나오자 학교는 더욱 긴장의 끈을 조이기 시작했다. 우선 이제는 학교에 들어가려면 24시간 이내의 PCR 검사 음성 증명서가 있어야 했다. 그리고 11월 19일과 20일에도 전교생들이 하루에 한 번씩 PCR 검사를 받도록 했는데, 매일 정오까지 그날의 PCR 검사를 마치도록 했다. 이 "1일 1 PCR" 정책은 곧이어 전 중국의 코로나 정책이 격동하게 되는 바로 그 무렵까지 계속되었다.


전교생에게 며칠에 한 번 PCR 검사를 필수적으로 받도록 요구하는가는 현재 학교가 교내 코로나 상황을 얼마나 심각하게 여기는가를 보여주는 리트머스지와도 같았다. 느슨할 때는 3일에 한 번 검사를 받으라고 공지하지만 지키지 않아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하지만 학교 밖 북경 시내(사회면)에 확진자가 늘수록 사흘에 한 번, 이틀에 한번, 하루에 한 번 순서로 검사를 요구하는 시간이 짧아져 갔다. 검사를 받지 않아도 따로 연락이 오지 않다가, 나중에는 저녁 무렵부터 개인적인 연락이 오기 시작했고, 상황이 긴박해지자 '어서 가서 오늘 치 검사를 받으라'는 독촉을 정오가 지나서부터 하기 시작했다. 11월 16일처럼 학교 안에 확진자가 생기기라도 하면 '전교생은 오늘 오후 1시 전까지 전부 PCR 검사를 받아라' 같은 공지가 나오기도 했다.


북경 사회면의 확진자 수는 계속해서 늘어 갔다. 저수지물이 넘실넘실 차올라 댐의 한계 수위에 다다를락 말락 하는 상황과도 같았다. 북경대캠퍼스를 단단히 틀어막고 바이러스가 안에 들어오는 것을 막아보려 했지만 바이러스는 기어이 벽을 타고 넘어왔다. 11 16일의 확진자와 11 18일의 확진자는 이제 학교가 바이러스에 함락될 날이 머지 않았음을 알리는 사이렌과도 같았다.


통제 불능의 상황이 곧 찾아올 것을 우려했기 때문일까? 11월 23일, 학교는 이제 학생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기 시작했다. 원래 학사일정대로라면 종강은 2023년 1월 2일이었고 학생들은 종강 전까지 학교에 머물러야 했다. 그러나 11월 23일에 북경대 대학원생 교무부는 '북경 혹은 학교를 떠나겠다는 신청서(离京离校申请书)를 작성하여 지도교수 또는 학과장 서명을 받아 출발 48시간 전에 학과에 제출하면 학과 심사 후 북경을 떠날 수 있다'라고 공지했다. 나는 대학원생이라 학부생의 공지사항은 접하지 못했지만, 학생들을 돌려보내야겠다는 학교 차원의 결정이 있었기 때문에 대학원생 교무부에서 위와 같은 공지가 나온 것일 테고, 그렇다면 학부생들도 유사한 공지를 받았을 것이라 추측한다. 교내 인구밀도를 줄이려는 노력이 시작된 것이다.


폭풍 전야와도 같은 긴장이 점차 엄습해오고 있었다. 코로나 바이러스 유입을 색출하기 위해 학교가 PCR 검사를 더욱 강화하는 것이 피부로 느껴졌다. 동시에 학교가 교내 인구밀도를 줄이는 단계에 돌입한 것을 읽을 수 있었다. 바이러스가 학교의 담을 넘고 있었다. 가장 먼저 뚫리는 곳은 어디가 될 것인가?


이틀 후,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방어선이 뚫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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