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곽그루 Nov 22. 2023

어떻게 하면 좋을까?

요즘 내 몸은 절임배추 작업장에 있지만 머리는 월동배추밭에 가있다.


배추밭 상인이 도망가고, 중간관리자의 횡포아닌 횡포에 다른 상인들을 가더리느라 밭은 엉망이 되었고. 내 마음도 엉망이 되었고.


그래도 어떻게든 살려보자하고 가족들데리고 약도 해주었는데, 이제 정말 결단을 할 때가 되었다.


월동배추는 김장배추와 달리 대가리를 하나씩 묶어줘야한다. 벌어지지 않게 말이다.


그런데 이 대가리묶는 작업은 우리 식구들끼리 할 수 없어서 결국 또 인건비을 들여야한다.


팔 수 있을 지 없을 지도 모르는 밭에 계속 돈을 써야하는가.


묶는다고 치자. 상인들만 목빠지게 기다렸다가 안해간다고 하면?


1. 우리가 작업해서 올리자.

작업을 하려면 또 인부가 필요하고 상차할 트럭이 필요하고 그게 다 돈이다. 무엇보다 시장에서 좋은 가격을 받으리란 보장이 없다. 그리고 시장에서 좋은 가격을 받으려면 운도 맞춰줘야하고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돈과 수고로움을 들여 월동배추에 정성을 쏟아야한다.


2. 직거래로 배추를 팔자.

해마다 절임배추를 하고 남은 "김장배추"는 몇 알씩 박스에 담아 알배추로 팔고는 했다. 하지만 아빠는 "김장배추"처럼 맛있는 배추도 아닌데 그건 안 된다고 했다. 그리고 무려 4,000평의 밭을 다 소진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우리가 그 만한 여력이 될 지도 모르겠다. 박스도 다시 사야하고.


3. 김치로 만들어 팔자.

월동배추로는 묵은지를 만들면 좋다. 그렇다고 4,000평이나 되는 밭의 배추들을 다 김치로 만드는 것 자체가 가장 큰 돈이고 에너지소모다. 무엇보다 잘 팔리리란 보장도 없다. 엄마가 바로 컷트.


이제 정말 배추를 묶어야 할 때가 왔다. 나는 우리가 직접 작업해서 올리자고 했는데, 아빠는 네가 이번 일로 크게 배웠다면 그걸로 됐다며 이만 포기하자고 한다.


분명 나는 배추를 논하는데 친구들의 주식이야기와 맥락이 같다. 그래도 너희는 팔기 전에는 손해가 아니지만 나는 팔지 않으면 마이너스, 팔아도 마이너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상황이라고 마음속으로만 하소연해본다.


우리는 우주최강 가족들이니 이번 주 절임배추 작업을 마치면 진지하게 다시 머리를 맞대봐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런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