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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뭔 놈의 돈이 끝도 없이 드는 걸까

당신이 건물을 짓기로 했다면 일단

by 곽그루

아마 100만원 조금 더 나올 거예요.

며칠 전, 새로 짓는 공장의 '수도계량기' 때문에 군청 환경수질과에서 나와주셨다. 수도 인입비가 발생하는데, 미터 당 얼마 이런 식이라서 아마 100만원 좀 넘게 나올 거라고 하셨다.


무슨 물쓰는데 초기비용이 이렇게 높은거여, 이번 달 나가야 할게 많은데 참나. 하고 있었는데 오늘 아침에 받은 문자를 보고 내 가느다란 눈이 놀라 휘둥그레졌다.


187만 얼마?????

이건 100만원 조금 넘는게 아니라 200만원이 조금 안 되는 거잖아!


마침 오랜만에 현장에 오신 황정민 사장님께 구구절절 일렀다. 아니, 100만원이 좀 넘는다고 했는데 200만원이 좀 안 되더라니깐요?


그러자 황정민 사장님은 더 놀라운 말씀을 하셨다.

그래도 얼마 안 나왔네요. 저는 한 500만원 나올 줄 알았는데.




일단 두 번째 공장을 짓기로 마음먹었을 때, 아빠는 무슨 돈으로 공사를 할거냐고 물어보셨다. 저번처럼 후계농 융자받는 걸로 짓는거야, 라고 했더니 벌컥 화를 내셨다.


첫 번째 공장을 지을 때도 건축비용만 거의 1억이 들었는데, 앞뒤로 들어간 돈만 또 수천만원이었다. 설계비(그것도 건축 설계비 따로, 토목 설계비 따로다)도 수 백만원에 농지를 대지로 바꾸는 비용, 어쩌구저쩌구 인허가 비용들, 전기비용 기타 등등 마지막에는 세금까지.


그때는 아부지가 도와주신 덕분에 어떻게 겨우겨우 해결했다. 사실 그 때는 나보다 아부지가 주도하는 공사라서 뭐에 얼마가 들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이번에는 공사규모가 두배다. 공장도 커지고 금액도 커졌다. 마음은 먹었는데 수 백만원씩, 혹은 수 천만원씩 훅훅 나간다. 나와 달리 평소 저축을 착실하게 해와준 남편이 없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만약 당신이 집을 짓던, 공장을 짓던, 회사를 짓던 새로 건물을 짓는다면 당신이 받은 견적의 1.5배 이상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어떻게 아냐고? 나도 알고 싶지 않았다.




아직 나가야 할 돈이 꽉 찬 이번 달이다. 특히 기름선물세트 패키지도 똑 떨어져서 새로 맡겨둔 상태이고(이번 주 안으로 견적을 주신다고 했는데, 어차피 써야 할 돈이지만 부들부들하며 떨고 있다), 아부지 환갑기념으로 부부동반 백두산 여행가신다는데 여비하시라고 드릴 여유는 있을 지 모르겠다.


꾸준히 이것저것 팔고 있는데도 공사를 시작하면서 생각하지 못 했던(아니, 알고는 있었는데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돈들이 훅훅 빠져나가니까 살짝 정신을 못 차릴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누구야! 우주최강 가족농부 아니냐고!

오늘 아침에도 '엄마, 187만원 나간다. 하하하.' 했더니 나보다 살짝 더 놀란 울 엄마가 웃으며 말했다. 얼마나 돈을 많이 벌려고 이렇게 돈이 많이 나가는 걸까.


이미 배는 출발했다. 배가 훨씬 커졌으니, 물고기라도 많이 많이 잡아와야겠다. 얼마나 큰 물고기를, 얼마나 많이 잡으려고 이렇게 출발하기가 스펙타클한지. 정말 감사하다!


(곽그루 인스타그램 @jindogro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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