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로그 | 존중 없는 프로세스에서 남은 기억

2025년 09월 24일의 로그

by 프로이직러

이번 경험은 몇 달 전, 한 회사를 지원하며 겪었던 면접 과정이다.

시간이 조금 지났지만 여전히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다.


합격 여부를 떠나, 회사의 문화와 태도를 엿보며

“어떤 회사가 좋은 회사인가”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던 순간이었기에 기록해 둔다.




1차 직무 면접


7월의 어느 날, 첫 면접은 해당 팀장과의 직무 인터뷰였다.

내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실제 업무 범위와 필요한 역량에 대한 질문을 주고받았고,

전반적인 분위기는 편안했다.


팀장님의 인상도 좋아 신뢰감을 느낄 수 있었고, 이 단계만 놓고 보면 긍정적인 경험이었다.




면접 이후 과제 전형이 이어졌다.

과제 자체는 직무와 밀접해 적절했으나, 제출 기한이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된 점은 아쉬웠다.


다행히 요청 후 일정 조율은 가능했지만,

채용공고에 명시된 ‘소정의 사례금’은 별도의 안내 없이 지급되지 않았다.


솔직히 ‘소정의’라는 게 몇십만 원을 줄 것도 아니지 않은가.

설사 커피 한두 잔 값일지라도, 그건 단순한 금액 문제가 아니라

지원자를 존중하는 태도의 문제로 약간의 실망감이 들었다.




2차 컬쳐핏 면접


8월에 진행된 2차 면접은 여러모로 아쉬움이 컸다.

우선 면접 제안이 전날 오후에 전달되어, 바로 다음날 오후에 참석 가능하냐는 요청을 받았다.


일정은 조율되긴 했지만, 지원자 입장에서는 준비 시간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래서 이 회사가 내 직무가 빠르게 필요한 줄 알았다.)


면접에는 인사담당자와 CEO가 참여했는데,

CEO는 발언이 거의 없었고 30분 만에 다른 일정으로 자리를 떠났다.


집중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지원자로서 존중받지 못했다는 기분이 남았다.

그럴 거면 아예 참석하지 않으셨으면 더 나았을 텐데…

솔직히 굉장히 별로인 경험으로 기억에 남았다.

(왜냐면 이런적이 4번의 이직과 수 없이 많은 면접 경험 중 정말로 처음이었기 때문)


또한 ‘문화적합성 인터뷰’라는 이름으로 준비된 질문을 대부분 빠짐없이 진행했다.


나도 면접을 한두 번 본 사람이 아니므로 일반적인 방식과 비교할 수 있었다.


보통은 수십 개의 질문 중 일부만 선별해 묻는데, 이곳은 거의 전부를 다루려 했다.

옆에 질문집을 두고 그대로 읽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그 결과 면접 시간은 (내 기준) 불필요하게 1시간 이상 소요됐다.

안내받은 “편안한 대화 자리”와는 달리, 실제 분위기는 형식적이고 불편했다.


취조를 당하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질문이 끊임없이 이어지다 보니 대화라기보다는 검증 절차에 가까웠다.


게다가 회사 측 요청으로 직접 노트북을 준비해 방문했음에도,

담당자는 건강상의 이유로 줌으로만 참여했다.


사정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었지만,

지원자로서는 이런 상황이 처음이라 위화감이 들고 배려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조금 더 설명하자면, ‘내 회사’가 아닌 ‘남의 회사’에 내 노트북을 들고 직접 찾아가,
‘남의 회사 담당자’는 자택에서 접속하고, 나는 그 ‘남의 회사’ 회의실에서 면접을 본...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방식이다.

돌이켜보면, 그때의 나는 마치 ‘슈퍼 을’처럼 보였던 게 아닐까 싶다.)


그럴 거면 차라리 나도 줌으로 초대하지 왜 굳이 출근을 요구했을까?


더 비교가 되는 건, 내가 진행했던 글로벌 기업들의 면접은 전부 화상으로만 진행됬다는 점이다.

(한국에 있는 분이라도...!)


세계 증시에 상장된 대기업들, 그리고 그 회사의 임원들조차도 시간을 맞춰 줌으로 직접 참여한다.


그런데 이 회사는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회사길래 굳이 지원자만 오프라인으로 불러놓고

정작 담당자는 줌으로만 참여한 걸까. 참 이해하기 어려운 순간이었다.




처우 협의와 결과 안내


면접 직후에는 처우에 대해 생각해 오라고 했다.

그래서 기존 연봉 대비 nn% 인상 수준을 제안했다.


보통 이런 경우라면 합리적인 선에서 상호 협의가 오간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희망 연봉을 밝히는 순간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기본급 기준인지 되물으며 대화는 경직됐다.


더 큰 문제는 결과 안내였다.

최종 면접 후 3주가 지나도록 아무런 회신이 없었다.


내부적으로는 “최대 3주 이내 결과 안내”라 했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 결과 안내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서류 탈락이면 문자 한 통 없어도 섭섭하지 않다.


하지만 과제에, 두 번의 면접에, 총 세 번이나 접점을 만들었던 사이가

그냥 말도 없이 사라져 버리니… 어이가 없고 화가 났다.

“너 뭐 돼?” 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2주 뒤 인사담당자에게, 3주 뒤에는 팀장에게 직접 연락을 남겼지만 끝내 회신은 없었다.

사실상 응대가 끊긴 듯한 이 경험은 지원자로서 가장 실망스러운 순간이었다.




지금 돌아보니


지금 생각하면 참 우습다.


대기업도 아니고 매출도 뚜렷하지 않은 기업이 지원자에게 하루 이틀 만에 면접에 나오라 하고,

회사에 노트북조차 없어 지원자에게 직접 가져오라 하며 줌으로 면접을 본다니.


그때 내가 정말 절실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차라리 정중히 거절했어야 했다.

하지만 혹여 그런 선택이 두고두고 후회로 남을까 봐 그 자리에서 거절하지 못했던 게 아쉽다.


지금 돌아보면, 이런 게 바로 ‘지원자 갑질’이 아니었을까 싶다.


너무 어이가 없고, 혹시라도 누군가가 비슷한 상황을 겪는다면

“이건 갑질이다”라고 알 수 있도록 기록을 남긴다.


이 글은 단순히 내 경험담이 아니라 공익을 위한 기록이다.


그 회사가 앞으로 잘 될지는 모르겠다.

내 생각이 틀려 정말 크게 성공한다면 좋겠다. 진심으로.


내가 그렇게 대단한 회사에서 갑질을 당했다면, 차라리 내 자신이 덜 우스울 것 같아서... ㅋㅋㅋ

하지만 지금의 경험만 놓고 본다면, 솔직히 회의적인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다.




정리하며


돌이켜보면 1차 면접은 긍정적이었지만, 이후 과정에서는 지원자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부족했다.


결과보다 과정에서 얻은 경험이 더 크게 남는다.

입사 전에는 브랜드 자체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번 과정을 겪으며 신뢰는 크게 흔들렸다.


이 작은 경험 하나가 서비스에 대한 이미지까지 불우하게 만들었을 정도다.


그리고 생각해 본다.

만약 입사해 이들과 동료로 함께했다면, 관계가 편치 않았을 것이라는 확신이 남는다.


그래서 지금은 오히려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정말, 이 회사에 가지 않길 잘했다.



아, 그리고 혹시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이 그 당사자라면? 이 말도 전하고 싶다,


당신 덕분에 나는 훨씬 더 좋은 조건의 회사를 가게 되었다.
그것도 그 때 제안했던 연봉보다 20%는 더 좋은 조건으로.

정말 고맙다. 이건 진심이다.


하마터면 그런 수준의 회사에 발을 들일 뻔했는데, 그 길을 막아준 당신이 오히려 귀인이었다.


이 경험 하나로 확실히 알게 되었다.

좋은 회사는 합격의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드러난다는 것.




+

앗, 참. 덧붙이자면 내가 면접을 본 두 개의 글로벌 대기업들은

면접이 끝난 후 반드시 ‘면접 경험 피드백 서베이’를 요청했다.


어릴 때는 사실 나도 대기업 신봉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세심한 배려를 경험해 보니,

“아, 그래서 사람들이 대기업 대기업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꼭 대기업이 아니어도 된다. 작은 기업이라도 좋은 직원들을 원한다면,

이런 부분에서 지원자의 목소리를 듣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중요한 건 규모가 아니라 태도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곧 그 회사의 문화이고, 그 문화가 회사의 미래를 만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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