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유령 도시
지속가능한 유령 도시 - 아랍에미레이트 Masdar
‘스마트시티'라는 단어는 아직 대중에게 낯설은 키워드다. 이 말은 ‘스마트시티'가 실제 우리가 사는 세상에 안정적으로 자리잡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포르투갈의 PlanIt, 미국의 CITE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는 비전만 있을 뿐, 자본금 부족 등의 이유로 계속 미루어지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마스다르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는 중요한 화두를 던진다. 과연 이상적인 스마트시티의 청사진이 현실에 얼마나 뿌리를 내릴 수 있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랍이 가진 거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인간의 끝없는 상상력을 구현하고자 한 도시 ‘마스다르’는 아랍에미레이트 아부다비 국제공항 바로 옆 약 6제곱킬로미터의 면적에 조성 중인 사막 위의 신도시다. 2006년에 첫 구상을 시작한 이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는 세계적인 영국의 건축설계회사 Foster and Partners에 설계를 맡겼고, 도시 전체의 건설 기간을 당초 약 8년으로 예상했다. 당시 ‘탄소제로시티' 등 마스다르가 내세우는 목표가 달성 불가능할 것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아부다비 정부는 2008년 과감히 이 프로젝트의 첫삽을 떴다.
2010년, 아부다비 정부는 지난 3년간의 실행과정에 얻은 것들을 반영하여 당초의 계획을 수정하였다. 투입되는 자본금을 줄이고 보다 현실에 기반한 기술을 구현하고 2025년까지 건립을 하는 것으로 변경하였다. 그리고 그 후 마스다르는 또한번 계획을 수정하는 과정을 거쳐 탄소제로 대신 탄소절감으로, 완공시기를 2030년으로 늦추었다.
이러한 수정을 거치면서 마스다르가 구현하기를 그렸던 친환경 기술들은 포기하거나 축소되었다. 예를 들어 폐기물을 에너지 전환장치를 통해 재활용하기로 한 계획은 낮은 에너지 효율로 인해 하지 않기로 하였고, 사막의 기후를 고려하여 모든 건물을 지상으로부터 7.5m 높은 곳에 지어 보행자들을 위한 시원한 그늘과 쾌적한 거리를 만들겠다고 한 계획은 마스다르 본부에만 적용하는 것으로 변경하였다.
현재 마스다르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모습은 약 5만명의 거주자들과 1,500여개의 회사, 기관 등이 붐비는 모습을 그렸던 도시의 애초의 청사진에서는 많이 벗어나 있는 모습이다. 임시적으로 머무는 것에 가까운 약 250명의 과학기술대학 학생들과 IRENA(International Renewable Energy Agency), SIEMENS에서 일하는 연구자들이 이 도시의거주자들이다. 또한 마스다르가 내세웠던 개인이동수단인 PRT(Personal Rapid Transit)도 현실화되지 못하였다. 마스다르 시의 경계까지 운영하기에는 비용 등이 부담되었기 때문이다.
마스다르의 진행 과정을 지켜보면 이상과 현실 속에서의 균형과 조화, 그리고 타협해 나가는 가운데 스마트시티의 길을 찾아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도시 그리고 정부나 소수의 전문가가 주도하는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는 어디든 마스다르와 같은 과정을 겪어나갈 것으로 예상한다. 이 길을 걸어가보지 않은 그 어떤 국가나 도시, 전문가들도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이러한 종류의 스마트시티를 쉽게 비판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유럽의 경우, 구도심에서 작은 규모와 적은 자본으로 민간기업, 시민과의 협력을 통해 스마트시티로의 점진적인 발전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인도, 중동은 신도시 개념의 스마트시티를 설계한다. 이와 같은 방향 설정은 각국 혹은 각 도시의 정치적, 사회적, 지리적 특성을 반영하여 잡은 것이기에 어느 쪽이 더 우위에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후자의 경우가 더 큰 잠재력과 동시에 위험성을 가진 스마트시티의 개념이며, 그렇기에 더 많은 난관이 있을 것을 예상할 뿐이다.
화려한 주목을 받았던 마스다르 시의 현재의 모습은 그만큼 실망스러울 수 있다. 마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유령도시'와 같은 표현이 잘 어울리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앞서 걸어간 이 도시의 발자취는 향후의 스마트시티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비록 성공이 아닐지라도 그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한 과정을 높이 평가하는 자세로 바라봐야 할 것이다.
마스다르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의 주체들은 자신들의 불완전함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발전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 처음이기에 의욕이 앞섰고, 여러 실수를 저질렀고, 많은 비판을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용감하게 첫발자국을 내디뎠고 포기하지 않았다. 계획을 수정해 나가는 과정에서 눈앞의 상황이 나쁘지만은 않으며, 장기적으로는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도전정신을 계속 가지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한국 역시 스마트시티에 앞서 야심하게 추진했던 U-City를 성공하지 못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스마트시티를 계획하고 추진해 나가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전문적인 지식보다도 마스다르의 사례와 같이 실패를 인정하고 포기하지 않고 개선해나가는 자세일 수 있다.
*참고자료
https://en.wikipedia.org/wiki/Masdar_City
http://steamgreen.unibo.it/2017/03/10/masdar-city-project-criticisms-complete-failure/
http://www.mediasr.co.kr/news/articleView.html?idxno=19290
https://news.kotra.or.kr/user/globalBbs/kotranews/3/globalBbsDataView.do?setIdx=242&dataIdx=101579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7/15/201007150098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