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만타 Jul 22. 2020

보완할 점이 많은 '백파더'

믿고 보는 백종원X양세형 조합에도 이 예능의 반응이 안 좋은 이유

0. 들어가기 전에

  '백파더' 1화와 2화를 보고 난 후 글을 썼습니다. 최근 화에서 백종원 씨가 "이 프로그램은 요리 초보만을 위한 프로그램이니 늘어지고 재미 없다. 그러니 딴 방송 보라"라고 자조적으로 말했다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팬들은 이 같은 상황을 안타까워하며 프로그램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기사나 영상을 싫어하게 됐습니다. 저는 이 문제가 편성의 문제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보는 주말 프라임 시간대에 '요린이만을 위한다'는 프로그램을 편성하니 챙겨 보는 사람도 다른 시청자 반응에 상처를 받고, 우연히 시청하던 사람도 배척받은 기분이 들며 다른 채널로 넘어갑니다. 프로그램 자체는 기획 의도와 출연진의 조합으로 무수한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MBC의 새 시도가 단점을 보완하여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1. 프로그램 소개

  ‘백파더 : 요리를 멈추지 마!’는 토요일 오후 5시, 요리 똥손을 위해 백종원과 양세형이 생방송으로 맞춤형 쿠킹쇼를 진행하는 자칭 “예측불가 쌍방향 소통 요리쇼”입니다. 백종원은 다양한 요리 주제 방송에서 높은 시청자 신뢰도를 얻은 출연자이고, 양세형은 요리 고수 이미지에다가 백종원과의 관계성이 좋은 출연자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을 수밖에 없는 출연자 조합과 언택트 시대의 생방 쿠킹쇼 형식은 새로운 재미를 바라는 시청자들에게 얼마나 어필할 수 있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백파더는 요리는 멈추지 않을지 몰라도 방송은 곧 멈추게 생겼습니다.


▼'manta 문화 트렌드' 유튜브 채널에선 시청각 자료와 함께 각종 비평을 빠르고 간편하게 챙겨볼 수 있습니다! 내용이 마음에 드셨다면 유튜브 채널 구독을 통해 유튜브에서도 만날까요 우리?


2. 시청자 반응

  뉴미디어 시대에 프로그램의 인기는 시청률과 화제성을 함께 봐야 합니다. 시청률은 낮아도 인터넷 상에서 화제인 프로그램들을 요즘엔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죠. 그러나 안타깝게도 백파더는 시청률도 낮고 화제성도 낮습니다. 지상파에 주말 저녁 예능인데도 시청률은 3%, 인터넷 반응을 보면 진행은 산만하고, 요리는 단조롭고, 전체적으론 지루하다는 평이 지배적입니다. 저도 생방송을 보면서 계속 시청해야 할 이유를 찾기 힘들더라고요. 관련 기사도 MBC 연예 기사를 제외하면 부정적인 기사 일색입니다. 왜 그럴까요? TOP 3로 제가 한 번 생각해봤습니다.


3. 약점 TOP 3

첫 번째, 협소한 시청자층

  백파더는 요린이들을 위한 쿠킹쇼를 표방합니다. 백파더는 ‘요리 단절’, ‘요리 포기’, ‘요리 트라우마’로 요린이를 설명하는데, 요리를 포기한 사람 중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쿠킹쇼를 볼 것 같은가요? 이는 제작진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린이들의 사연을 통해 요린이가 아닌 시청자들을 붙잡아두려 하는 데요, 요리 못하는 사람들이 유통 기한 지난 식재료를 쓰거나, 전자레인지를 잘못 사용해 식재료를 다 태워 먹거나, 프라이팬에 칼을 갖다 대는 게 웃음이 나는 재밌는 사연인가요? 단적으로 출연자들의 리액션만 봐도 답이 나옵니다. 요린이의 행동에 백종원과 양세형이 어이가 없어서 얼어버리는 경우가 한 둘이 아닙니다. 시청자층을 늘리기 위한 선택이 오히려 시청자가 채널을 돌려버리는 데 일조합니다.


두 번째, 산만한 진행

  양세형의 진행 방식이 산만하다는 반응이 많은데, 백파더의 방송 환경을 보면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이 와도 산만하게 진행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버겁습니다. 요린이와 화상으로 소통하는 쿠킹쇼, 듣기엔 그럴싸하지만 요린이가 마흔아홉 명이라면요? 게다가 마흔아홉 명 모두 기초부터 가르쳐야 하는 사람이라면요? 마흔아홉 명이서 한 질문만 해도 마흔아홉 질문입니다. 요리하다가 궁금증이 있으면 질문하는 형식이라 질의응답 시간을 따로 뽑기도 힘듭니다. 게다가, 모든 게 생방송 90분으로 시간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이런 혹독한 상황에서 백종원도, 양세형도, 시청자도 요리에 집중하기 힘들고 백종원이 90분 동안 계란 후라이를 만드는 것도 어렵고, 90분 동안 두부 김치의 두부는 태우고, 김치는 볶지 못하고 황급하게 마무리를 짓는 장면이 날 것으로 방송을 탑니다. 프로그램의 본질이 쿠킹쇼가 아니라 우당탕탕 사연 많은 생방이 되어버렸죠.

 

세 번째, 인터넷 생방송에 대한 이해 부족

  백파더는 인터넷 생방송을 TV로 시청하는 형식을 띠고 있습니다. 매 분 매 초 재미를 꽉꽉 눌러 담아야 하는 주말 예능에서 재미가 늘어질 대로 늘어져 찾기조차 힘들죠. 인터넷 생방송의 재미를 TV 속으로 끌어와 화제가 되었던 마리텔이 같은 방송사 작품이라는 게 믿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마리텔은 여러 팀이 긴 시간 동안 생방송을 진행했고, 생방송 중 재밌었던 장면들을 90분으로 압축해 TV 예능으로 시청자에게 선보였습니다. 인터넷 생방송이 방송 시작부터 끝까지 재밌는 경우는 정말 드뭅니다. 인터넷 생방송을 많이 진행한 전업 스트리머도 힘든 일이에요. 전업 스트리머들의 팬 중에 생방송 중 재밌었던 부분을 편집한 유튜브 영상만을 즐기는 팬들이 있는 것도 생방 중에는 방송의 텐션이 평균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생방의 강점은 소통입니다. 시청자가 방에 들어오고 나오면서 채팅을 치고, 진행자는 채팅을 읽으면서 교류하는 게 생방의 묘미죠. 그런데 백파더는 생방이지만 참여자는 사전 신청으로 받아둡니다. 그리고 진행자는 요린이들과만 대화하는데 일반 시청자는 생방의 묘미인 소통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생방에서의 소통은 직접적 소통이지 남이 소통하는 걸 구경하는 게 아니잖아요?


  백파더는 분명 강점도 있겠지만 약점이 너무 강해 현재까지는 진행자들을 불편하게 하고, 시청자를 불편하게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하지만 모처럼 나온 새 프로그램인데, 프로그램을 개선할 방법은 없을까요? 제가 생각하기에 이 프로그램은 분명 개선의 여지가 있습니다. 생방송이라는 형식을 지킬지, 생방송을 포기할지에 따라 다른 방향으로요.


4. 개선점

  먼저, 요린이와 생방송은 양립 불가입니다. 요린이들에게 기초 요리 정보를 친절하게 알려주려면 더욱 많은 방송 시간이 필요하고, 일반 시청자라면 계란 후라이 잘하는 법, 라면 잘 끓이는 법은 유튜브에서 10분 안으로 재밌고 정보도 얻을 수 있는데 굳이 요리 못하는 사람들이 어수룩한 행동하고 혼자 웃는 거 보면서 90분 동안 시청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요린이를 위한 정보 전달 프로그램이라면 생방송을 포기하고 출연자에게 여유를 줘야 합니다. 시간에 쫓기지 않으면서 요리를 못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적절하게 코칭하고, 요리를 못하는 사람들의 성장사를 그려낼 수 있다면 의미가 있는 프로그램이 될 수 있겠지요. 2화를 보니 1화 때 화제가 되었던 일반인 출연자는 방송국에서 직접 찾아가 방송국 카메라로 찍는 것 같던데, 기왕 찾아가는 형식이면 생방을 포기할 때 그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을 수 있습니다. 엉뚱한 질문 한 마디로 백종원과 양세형이 얼어버리는 모습이 전파를 탈 일은 없겠죠. 백종원이 시간에 쫓겨 두부를 태우고, 전체 요리를 완성하지 못하는 일 또한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쿠킹 클래스에서 선생님이 요리를 끝마치지 않는 쿠킹 클래스가 어디 있어요. 완결성을 해치는 제약은 없애버려야 합니다.     

  생방송으로 진행하고 싶다면, 일반 시청자를 왕따 시켜서는 안 됩니다. 시청자와의 소통을 의미하는 대형 화면, 백종원과 양세형은 그 대형 화면 하고만 대화합니다. 백종원과 양세형 정면에서 투샷으로 찍을 때도 시선은 요린이들 얼굴이 나오는 대형 화면을 향하니 두 사람의 시선은 프레임을 벗어나 시청자들이랑 눈 마주치지 않고, 시청자들은 소외감을 느낍니다. 간혹 양세형은 카메라와 눈 마주치며 TV 화면을 보고 있을 시청자도 생각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 너무 촉박하고 산만한 방송 환경 때문에 이를 신경 쓰지 못할 때가 더 많습니다. 우선 출연자가 투샷일 때는 출연자가 카메라를 바라보도록 유도하는 것부터 백 파더의 변화는 시작될 수 있을 것입니다.     

  토요일 오후 다섯 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저녁을 준비할 때 아닙니까? 더욱이 생방이면 토요일 오후 다섯 시는 ‘백종원과 함께 같이 저녁 준비하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저녁 뭐 먹지를 고민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특별하지만 쉬운 메뉴를 선정해서 백종원과 함께 요리를 진행하고, 백종원은 사전에 받은 요리 궁금증에 답변하며 정보를 전달하고, 요리 중 물이 끓는 시간, 뜸을 들이는 시간에 양세형의 진행과 함께 소통하며 요리 시간이 지루하지 않게 한다면, 이 프로그램의 궁극적인 목표인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들이 걱정 없이 밥을 해 먹기가 이뤄질 수 있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오후 다섯 시에 그 날 저녁을 책임지는 사람이 백종원과 함께 저녁을 만들고, 광고시간 동안 상을 차려 오후 여섯 시 반부터 온 가족이 ‘놀면 뭐하니’를 보며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다면 MBC로서도 정말 좋은 일 아닐까요?


5. 더 하고픈 이야기

  조사를 하다 보니 백 파더와 똑같은 주에 첫방을 시작한 올리브의 ‘집쿡 라이브’를 알게 되었습니다. 스타 셰프들의 원데이 쿠킹 클래스를 목표로 TV와 온라인으로 실시간 생중계되는 방송의 형식도 동일했지만 백 파더는 요린이를 향하고, 집쿡 라이브는 앞서 제가 제안했던 것처럼 따라 하기만 해도 만들어지는 주말 특식을 원하는 사람들을 향하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집쿡 라이브에도 화상으로 참여하는 일반인이 등장했는데 마흔아홉 명이 아닌 아홉 명이더라고요. 백 파더보다는 덜 부산하지만 방송 시간이 백 파더보다 적은 60분이라는 점이 첫 회에서 이연복 셰프를 당황하게 만든 점이었습니다. 똑같은 소재와 똑같은 형식에 똑같은 주, 주말 오후 다섯 시라는 쌍둥이 프로그램, 부족한 점을 개선해 대한민국의 맛 좋은 주말 저녁 식탁을 책임지는 예능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냥의 시간> 배급 분쟁과 그 시사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