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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타 Sep 19. 2020

유스케 아이유 특집으로 보는 함께하는 기쁨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펼쳐진 아이유 방구석 콘서트 감상기

18일 밤, 유희열의 스케치북 아이유 특집 잘 보셨나요? 중간광고 없이 이어진 100분 동안의 방구석 콘서트, 저도 참 재밌게 시청했는데요, 미공개 자작곡 발표와 더불어 아이유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던 토크까지. 코로나로 팬들과 만날 수 없는 아쉬움에 풍성한 무대를 준비한 아이유와, 그런 아이유를 위해 판을 제대로 깔아준 유스케 팀 덕에 많은 시청자들이 좋은 음악 무대를 현장에서 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마침 유스케 방영일과 아이유 데뷔 12주년이 겹쳐 더욱 의미 있는 방구석 콘서트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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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시대를 보내는 가수

90년대생인 저는 마찬가지로 90년대생인 가수 아이유를 보면서 같이 나이 들어가는 동 나이대 가수가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유가 언급한 것처럼 12주년이 짧다고는 할 수 없지만 선배들과 비교할 땐 길다고도 하지 못하잖아요. 여전히 20대기도 하고요. 그만큼 앞으로 30대의 아이유, 40대의 아이유, 노인이 된 아이유가 읊조릴 노래들과 그 노래를 들을 30대의 저, 40대의 저, 노인이 된 제가 기대됩니다. 제가 이 생각을 하게 된 건 최근 유튜브에서 밤편지를 부르는 양희은의 유스케 무대 영상을 본 영향이 큽니다. 1971년에 데뷔해 여전히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가수 양희은은 과거 앨범 화면을 본 감상을 묻는 유희열에게 “세월이 참 많이 갔구나 싶어요.”라며 대답합니다. 71년에 갓 데뷔한 양희은의 모습을 기억하는 팬들에게 그 말은 정말 큰 울림이 있었을 거라 짐작해봅니다. 같은 시대를 살면서 같은 사회 현상을 마주하면서 형성된 그 세대만의 동질감이 있기 마련이니까요. 마치 제가 태어나 지금까지 겪은 문화적 토대 위에 서있는 것처럼요. 자신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을 자유롭게 음악으로 표현하는 아이유가 앞으로는 어떤 노래를 부를까 기대가 됩니다. 그래서 언젠가 2050년의 한 음악 프로에서 노인이 된 가수와 팬이 반짝인 순간이 있었음을, 지금까지도 같이 할 수 있음에 기쁨을 나누며 또 새로운 노래를 같이 불러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유에게 유스케가 그냥 있어줘서 안심이 되는 프로그램인 것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아이유는 그냥 있어줘서 안심이 되는 가수입니다.


꾸준함의 힘 

꾸준함은 그 자체로 힘이 될 때가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 내가 좋아하는 그룹, 내가 좋아하는 스타가 10년 넘게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경우는 잘 없습니다. 소속사와 계약 만료 후 재계약을 하지 않았거나, 활동으로 수익을 내지 못해서 컴백이 뜸해지다 사라지거나, 지금 하는 일이 아닌 다른 일이 하고 싶어지는 등 다양한 이유로 예전처럼 만나기 힘든 경우가 많죠. 모든 선택은 존중받아야 합니다. 상대방의 여건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서 단지 내가 당신을 필요로 하니 당신은 어디 가지 말아야 한다는 건 관계를 힘들게 하는 지름길이죠. 대신 그만큼 우리는 무언가를 오랫동안 한다는 게, 지속적으로 만남을 유지한다는 게 얼마만큼 힘든 일인지 잘 압니다. 아는 만큼 서로 노력하는 스타와 팬의 모습은 우리네 문화를 설명하는데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각자 좋아하는 스타가 계속 노래 부르고, 춤을 추고, 연기하고 싶은 한 스타의 곁에서 스타를 응원하는 팬의 마음은 변함없고, 스타는 그런 팬들에게 노래로, 연기로 힘을 주지요. 비록 어느 순간 끝이 온다고 해도 당장은 오늘은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팬 문화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유스케 아이유 특집은 팬들을 생각하는 아이유와, 아이유를 생각하는 팬들의 꾸준함이 만들어낸 시너지를 엿볼 수 있었던 에너지 넘쳤던 특집이었습니다.


아이유 노래의 매력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아이유는 온라인으로 볼 수 있었던 ‘자장가’ 앵콜 무대를 포함해 17곡의 노래를 불렀는데요, 아이유의 수많은 명곡을 마치 콘서트에 온 것처럼 들을 수 있어서 행복했던 100분이었습니다. 여러분이 가장 좋았던 무대는 무엇이었나요? 저는 미공개 자작곡의 가사와 설정이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반듯하게 내린 기다란 속눈썹 아래/ 몹시도 사랑히 적어둔 글씨들에/ 이따금 불러주던 형편없는 휘파람에/ 그 모든 나의 자리에 나 머물러 있다오”라는 서정적인 가사와 “밤에 골목길에서 만나 그럴 줄도 모르고 새벽 5시까지 얘기했다”는 설정, 정말 아이유스럽지 않나요? 유스케를 통해 데뷔 12주년을 함께 기념한 아이유의 아이유스러움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나갈지 더 기대가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본인이 노래 부르고 싶을 때까지 마음껏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아이유와 이지은이라는 창작자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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