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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ow Dec 27. 2021

아마추어지만 쫌 합니다.

초보의 착각(엄지 특훈)

초보의 착각(엄지 특훈)

 색소폰을 배우는 첫 단계는 악기 조립이었다. 색소폰 몸체(바디)와 넥을 연결하고 마우스피스와 리드를 결합하는 방법을 배우고 반대로 분리하는 법도 배우면 끝인데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악기 케이스에 바디와 넥을 분리하여 보관하는 모습 / 바디와 넥 그리고 마우스피스를 결합한 모습


악기는 가방에 보관할 때 바디와 넥(위 사진에서 아래에 구분되어 담긴 부품)을 분리하여 보관하기 때문에 악기를 사용하려면 바디와 넥을 결합해야 한다. 그리고나서 리드(갈대로 만든 떨림판)와 마우스피스를 결합하고 마우스피스를 색소폰 넥의 끝부분(코르크가 있는 부분)에 연결을 하면 된다.

색소폰의 음색을 결정하는 마우스피스


 악기를 조립하는 법을 배우고 나면 이제 본격적으로 악기의 소리를 내는 법을 배우게 된다. 색소폰은 리드를 사용하여 리드의 떨림으로 소리를 내는 악기인데 리드는 마우스피스의 아래쪽에 장착이 된다. 그리고 마우스피스를 입으로 무는 방법을 '앙부셔(Embouchure)' 라고 한다. 관악기마다 앙부셔의 방법과 원리가 다양할텐데 색소폰은 기본적으로 마우스피스의 윗부분은 윗니로 고정을 하고 아래부분의 리드가 있는 부분은 아랫입술로 약하게 고정을 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앙부셔는 사람마다 구강구조가 다양하기 때문에 연주자마다 조금씩 윗니, 아랫입술의 위치는 다를 수 있다. 앙부셔를 한 상태에서 이제는 배에 힘을 주며 천천히 바람을 내보내면 리드가 떨리면서 소리가 나기 시작하는데 처음에는 악기를 완전히 조립한 상태가 아닌 마우스피스와 넥만 결합한 상태에서 앙부셔를 제대로 하는 방법을 배우고 그 다음에 소리를 내는 방법을 익히게 된다.

사진처럼 마우스피스와 리드를 조립하고 넥에 연결한 상태에서 먼저 소리내는 법을 익히게 된다.

 

 처음 색소폰을 배울 때는 소리 내는법이 상당히 어려운 줄 알았는데 앙부셔만 가르쳐 주는대로 제대로 하면 소리는 생각보다 쉽게 낼 수 있어서 깜짝 놀랐다. 나는 어릴 때 배웠던 단소처럼 처음에 소리 내는 것이 엄청 어려울 거라 생각했었는데 너무 쉽게 소리가 났다.

 '오~ 이정도면 악기 금방 배우겠는데?' 라는 자신감도 생긴다.

 어느정도 소리를 내는 방법을 익히면 넥과 바디를 연결하고 솔(G) 음 부터 소리를 내는 연습을 시작한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첫날이면 충분히 익힐 수 있는 수준이다. 소리만 일정하게 낼 수 있으면 손가락 운지를 변화시켜서 음의 높낮이도 쉽게 바꿀 수 있게 된다. 다장조(C major) 음정을 하나씩 배워나가면 일반적인 동요는 금방 연주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도 들게된다.



 그런데 초보의 착각이 깨지는 건 금방이었다. 몇분 소리내는 연습을 하고 나니 생각지도 못한 곳이 아프기 시작했는데 바로 아랫입술과 입주변에 있는 근육들이었다. 아랫입술은 아랫니에 눌려서 압력이 가해지는 상황이라 아픈게 이해가 됐는데 입주변에 있는 근육이 아픈건 너무 의외였다. 아프다는게 통증의 개념은 아니고 계속 힘을 주어야 되기 때문에 근육이 경직되면서 생기는 근육통 같은 거였다.


Photo by Kobby Mendez on Unsplash


 위 사진의 연주자 얼굴을 보면 입술 주변 근육에 힘이 들어간 것이 살짝 보일거다. 마우스피스를 입으로 감싸게 되면 입술 주변 근육에 자동으로 힘이 들어가지만 이 근육을 평소에 사용을 한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인지 금방 근육이 피로해지면서 아프기 시작한다. 문제는 며칠이 지나도 괜찮아지기는 커녕 조금만 연습하기만 해도 이 근육이 계속 아프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는 볼 근육에 경련이 일어나서 악기를 더 이상 불기 어려운 경우도 생겼다. 악기를 배우기 시작할 때는 폐활량이 부족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얼굴 근육 때문에 연습에 지장이 생기다니 이건 완전 예상 밖이었다. 원장님께도 입 주변 근육이 아프다고 말씀드리니까 '처음에는 누구나 다 그렇고 계속 연습하면 근육도 발달되고 익숙해진다'고 위로해주신다. 어쩔 수 없이 연습을 하는 중간중간 잠깐 악기를 입에서 뗄 때마다 얼른 입을 요리조리 움직이면서 입주변 근육을 풀어가면서 연습을 하는 수 밖에 없었다.



 팔에 힘이 부족하면 팔운동을 하고 다리에 힘이 부족하면 다리 운동을 하면 되는데 입 주변 근육은 키울 방법이 마땅히 없어서 난감하다. 평소 운동신경이 좋은 편이고 새로운 것을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익히는 스타일인데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근육의 적응 문제이다 보니 오기가 생긴다. 학원에서 연습하는 시간 이외에는 볼 근육을 사용할 일이 거의 없으니 혼자만의 방법으로 연습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미소를 강하게 짓거나 볼에 공기를 불어넣어보기도 하고 일하는 중간중간 볼펜을 입으로 무는 연습을 하기도 했는데 이 때 이를 사용하지 않고 입술로만 볼펜을 좀 강하게 물고 있는게 도움이 되었다.

 그러다가 마우스피스를 물고 있는 것과 가장 비슷한 것을 발견했는데 그 때부터 그걸 틈틈이 입에 물고 있으면서 입주변 근육을 단련했다. 그것은 바로 '엄지손가락' 이었다! 엄지손톱을 리드라고 생각하고 '앙부셔' 하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엄지손가락을 물고 있으니 마우스피스를 물고 있는 것과 거의 비슷하게 입주변 근육들에 힘이 들어간다.

지금도 학원을 며칠 못 갈 때는 이렇게 연습한다


  아나운서들이 발음 교정을 위해 볼펜을 윗입술과 인중에 올려놓고 발음을 연습하는 것과 비슷하게 나도 틈나는대로 엄지손가락을 물고 있으며 훈련을 한다.(손가락을 빨지는 않고 강하게 물고만 있는 겁니다!!) 이 연습을 하니까 확실히 근육이 단련이 되면서 악기 연습할 때 통증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정확히 언제라고 할 수는 없지만 3~6개월 정도까지는 악기 연습을 오래하면 입주변 근육에 통증이 계속 있었던 것 같다. 지금도 학원에 후배(?) 어르신 분들이 새로 등록을 하면 나와 똑같이 입주변 근육이 아파서 처음에 힘들어 하시는데 그 때마다 나의 엄지 손가락 특훈법을 전수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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