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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동주 Mar 09. 2021

자격증 합격의 비법은 '어깨 펴기'

제2의 인격과 항상 함께합시다.


어깨만 펴면 장착되는 제2의 인격, 난 걔를 사랑하게 됐어.   


"다 ㅈ밥이다!!!"

개그맨 장도연 씨의 말이다. 

대인공포증을 깨는 그녀만의 마법의 주문이라며 청춘 페스티벌에서 소개했던 방법인데, 강의 중 웃으며 말한다. 

마인드 컨트롤하느라 지금 당신들이 모두 'ㅈ밥'으로 보인다고. (하핫) 






나는 겁이 많다. 

생긴 건 소주를 트럭으로 쟁여놓고 먹을 것 같다고(=다시 말해 좀 쎄 보인다고)하는데, 사실 아니다. 주량 역시 소주 반 병을 넘기면 이제 슬슬 그만 마셔야 하고 겁이 많아 사람 많은 곳에 있을 때면 목소리도 덜덜 떨린다. 인싸보다 아싸에 가까운 나는 조용하고, 멘탈이 강하고, 침착한 게 장점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른이 되어 여러 사람과 얘기해보고 짧은 직장생활도 해 보니 아니란 걸 금세 깨달을 수 있었다. 


덧붙여 난 자세가 좋지 않다. 

코어 힘은 약하고, 어깨는 살짝 굽었고, 21세기를 살아가는 20대답게 거북목이다. 운동은.. 하면 하지만 성실한 95년생들처럼 열심히 하지 않는다. 이 부분은 항상 반성하고 정신 차리며 살아간다. 실행이 어려울 뿐. 

어쨌든 '잘 쪼는 정신'과 '움츠러든 어깨'는 헛웃음을 지을 만큼 상관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사실 큰 관계를 가지고 있다. 


간증을 해보려고 한다. 몇 달 전 오랫동안 따고 싶었던 자격증 필기시험을 치러 중학교에 갔다. 나는 걱정이 많은 사람이라 공부를 때도 '혹시나 떨어지면 어쩌지?', '떨어지면 다음 시험 일정은..' 하는 안전망으로 머릿속에 펜스로 가득 놨었는데 날은 달랐다. 일단 자리에 앉아 오엠알 카드를 배부받고, 감독관 설명을 듣는 내내 어깨를 쫙! 빡! 피고 있었다. 턱끝은 살짝 앞으로, 어깨는 펴고, 허리와 배에 힘은 주고 평소와 다르게 앉아 있었다. 뒤에 사람이 보면 왜 저래? 할 정도로. 신기하게 어깨를 펴니 정신상태도 달라졌다. 시험지 앞에서 잔뜩 주늑 든 나는 온데 간데 없어졌고 이 시험을 부셔주리라 하는 패기 넘치는 20대가 있었다. 어깨 펴기 덕이었을까? 시험 내내 기분 좋게 긴장하지 않았고, 겁먹었던 게 무색하리 만큼 무난히 합격했다.   







우리, 죄 진거 아니잖아. 어깨 피고 살자. 





그렇게 '어깨 핌의 힘'은 다방면으로 적용됨을 알았다.


나는 친구를 제외한 누구와 전화할 때도 다소 상기되고 긴장된 채로 받는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네'는 두세 번쯤 하고, (ex. 네네네. 알겠습니다. 네네.) '아'는 어디든 따라붙는 관형어다. (ex. 아 네. 아 그게요, 아 저는 잘, 아 어쩌고 저쩌고) 단순 쿠션어를 넘어 과하게 예의를 찾는 내 모습이 우스워 보이기도 하고,  말도 빨라지는 동시에 비 논리적으로 전개된다. 항상 통화를 하며 후회를 했는데 내가 왜 그런가 연유를 곱씹어보니 '바쁘실 상대방은 내 전화가 귀찮아 빨리 끊고 싶지 않을까?', '괜히 이런 사소한 걸로 전화한다고 이상하다 생각하지 않을까?' 등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유에서 비롯됨을 깨달았다. 


사실 그럴 필요 없는데. 내 시간도 바쁘고, 내 문제는 사소한 게 아닌데. 

나를 위로해줌을 넘어 시험장에서처럼 어깨를 쭉 폈다. 어깨를 펴니 다시 또 제2의 인격이 장착되며 내 안에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래. 뭐 어때? 좀 차분하게, 그리고 겁먹지 말고 내 목소리를 펼치자.' 


그 후, 어깨 핌의 자세로 모든 일을 대하려 노력한다. 

쫄 만한 일이 생길 때, 겁먹을 상황이 일어날 때 어깨부터 펴고 본다. 그러면 제2의 인격은 자연스레 따라오니 말이다. 덕분에 퇴사 이후 문제로 전 직장 경영팀에 전화를 걸 일이 생겼는데(근무할 때도 여기 전화 거는 게 괜히 무섭고 그랬었다.) 오래간만에 사람답고 어른스러운 대화를 나눴다. 만족스러운 대화 이후 밀려오는 성취감, 뿌듯함은 말해 뭐해. 


물론 나 어깨 펴고 살자고 남을 막 대하자는 건 아니다. 

제2의 인격이 깍두기 행님들처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멱살 잡아끌며 거칠게 강해지는 건 오직 '나에게뿐'이다. 우리 공동체 의식은 항상 잊지 말아요.  






95년생들이라면 잊을 수 없는 노래가 있겠다. 

카라의 Pretty girl. 왜, 사실 제목은 기억 못 하더라도 '어. 디. 서. 나 당당~ 하게 걷기~! 예에 예에!'는 한 번쯤 길거리를 걷다가도 귀에 스쳐본 적 있겠다. 사실 내가 쫄 필요 없잖아. 나 자신이 마음에 안 들고, 가진 게 없고, 뭐 하나 이뤄놓은 거 없다 해도 '쫄' 필요 까진 없는 거 아니겠어. 두려움은 항상 내 안에서 일어나고 내 안에서 사그라든다는 걸 잊지 말자. 


오늘도 근근이 살아가는 우리 동년배 여러분. 어깨 피고 삽시다잉? 예?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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