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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동주 Feb 13. 2021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내 줏대를 주웠어

― 취향과 책임과 고집의 트라이앵글 

줏대와 고집 사이에서 중용을 찾아 헤매는 95년생 



"ㅇㅇ이는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전형적인 애죠."




초등학교 6학년 졸업을 앞둘 적. 

내가 좋아했던, 그리고 나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모 체육 선생님이(유난히 육상에 높은 능력치를 보여줬던 어린 시절 필자..★) 엄마에게 했던 말이라고 한다. 엄마는 욕인 듯 욕 아닌 그 정갈한 말에 상처를 받았다고 어른이 된 나에게 전해줬었는데, 조금 놀라긴 했다. 지금은 MBTI가 증명해주는 내 팔랑귀와 우물쭈물이 타고난 특성이었나 하고 말이다. 


내가 취향이 없는 건 아니다.

짬뽕 짜장면과 같은 음식 취향은 꽤나 확고한 편이고, 아이돌 음악보다는 밴드 음악을 좋아한다. 

하지만 어떤 포인트에서 사람들에게 쉽게 쓸려 다니는 편인 건 맞다. 이 사람이 차분한 표정으로 A에 대해 말하면, 음, 이것도 맞는 것 같은데? 다시 또 누군가 열변을 토하며 B에 대해 논하면, 어? 뭐야? 이것도 맞는 말이잖아?라는 식이다. 그리고 나면 결국 내 결론은 'A도 ~부분에서는 맞고, B도 ~부분에서는 맞는 것 같아.'로 희미하게 도달하고 만다. 어쩌면 사회과학을 복수 전공한 본인이 서술형 답안지를 쓸 때는 좋은 부분일지 모르겠으나, 95년생, 27살로 세상에 첫 발을 내디딘 지금은 중립에 회의적이다. 요즘에는 세간에 욕을 먹고, 한쪽에게 비난을 받을지 언정 내가 진정 무엇에 긍정하는지를 찾아가는 게 낫다고 보며 노력한다. 


선택과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것은 책임이다.

필자는 모 공기업에서 약 10개월 정도 계약직을 했던 적 있다. 

좁은 부서였지만 일이 많았고, 온갖 잡무를 도맡아 하던 나는 무려 수 십년 간 회사생활을 하신 정직원 분들을 보며 생각했다. '아니 왜 저렇게 답이 뻔히 정해진 걸 왜 고민하시고 고민하시지?'겨우 3개월 차, 계약직으로 한정된 업무를 하면서 저런 말을 생각할 수 있었던 건 나에게 아무도 '책임' 지라고 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그들은 달랐다. 어느 부서 어떤 위치로 국민 세금으로 사업을 돌리는데 책임이 막중하지 않을 수 있으랴. 물론 간혹 과한 책임 회피가 있다는 것은 높은 직책의 정직원도 인정한 사실이지만 이미 이런 문제에 대해 나보다 훨씬 깊이 고찰했을 똑똑한 이들이 모인 기업 문화를 단편만 맛보고 욕하진 않겠다내가 내 인생에서 선택되어지는 책임과, 몇십억이 달린 선택의 책임은 비교하긴 힘들 테니까.



하고픈 말은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책임이라는 것이다.

A를 선택했든, B를 선택했든 그 의견이 거센 비난을 받고 철회를 당한다 하더라도 틀렸음을 인정할지 언정 옆 사람에게 '내가 뭐랬어!'라고 하진 말자는 거다. 어쩌면 나는 후폭풍이 두려워 지금껏 묵묵히 중립의 길을 걸어왔던 것일 수도 있겠다. 



아마... 줏대 찾기는 평생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중립의 길을 벗어나 주저 없이 선택 하자는 것이, 귀 막고 코 막고(?) 고집스러운 사람이 되라는 건 또 아니다. 

내 의견의 추락이 무서워 더 이상의 논의를 거절하고 확장의 기회를 놓치진 말자. 사실 이건 나에게 세뇌하듯 하는 말이기도 하다. 나는 태생적으로 고집스럽게 태어나 나 욕먹는 거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데, 다행히 사회화를 통해 많이 고쳐진 케이스다. 솔직히 달관한 분들처럼 '고마워, 너의 멋진 의견 잘 받을게.'라고 어른스럽게 대처하기엔 아직 멀지만, '(반박당해서 솔직히 좀 거시기 하지만 저렇게 말해주면 나한테 좋잖아? 어? 내 의견이 더욱더 쌔끈하게 빛날 수 있는 거라고! 시야가 추가된 거잖아. 세상은 넓다고, 나만 사는 거 아니야, 알지알지?) 아~ 그렇구나. 내가 그건 생각 못 했네.' 정도로 타협하며 살아간다.(^^...) 






개인적으로 본인 스스로를 아프게 할 수 있는 지식, 남을 물리적, 정신적으로 해칠 수도 있는 생각, 차별, 남에게 상처를 주는 사상 등은 선택에서 배제하는 편이다. 세상에는 선택할 수 있는 것만큼 답이 정해진 일들도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어쨌든 나는 완벽한 인간이 아니고 특히나 태생이 워낙에 자존심 강하게 태어난지라 연습 또 연습이 필요하겠지만 오늘도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 넘쳐흐르는 정보 속에서 내 줏대를 찾아 더욱 완전한 '내'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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