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그 어떤 일이 일어나도 그다지 놀라지 않게 되더라.
누가 한 미친 행동을 보고 '헉!' 하며 경악한 게 언젠지 진심으로 기억도 안 나고.
엄청난 재능을 가진 예술가가 무얼 보여줘도 예전처럼 빠지지 않게 되고.
슬픈 일이 일어나도 예전처럼 고통에 푹 빠지지 않게 되고.
이런 것이 강해지는 것인가 싶기도 하고,
때로는
둔감화 되는 건가 싶기도 해.
감정을 '느끼는' 것도 분명 인간으로서 살기에 우리의 가장 큰 보상 중 하나 아닌가.
어린 친구들이 늘 세상이 신기한 것처럼 대하는 게 부럽기도 하고,
세상에서 그 어떤 미친 사건이 일어나도 예전처럼 우울해지지 않아서 또 다행이기도 해.
자식을 갖고 싶다가도 안 그러다가도 다시 갖고 싶기도 하는데 이런 상태가 어느 정도는 돼 있어야
그 아이가 곧은길로 갈 수 있게 내가 이래야 하는 것이겠지? 모든 어른들이 그래야 하는 것이겠지? 어느 정도는?
아랫배에 큰 쇳덩이가 들어있는 것 같아. 내가 너무 붕뜨지 않게 해주는 어떠한 무게추 같은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