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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회사원H Dec 16. 2021

아직 못 찾겠다... 나만의 파랑새.

행복은 잠시만 쉴게요.

탕비실에서 멍하니 물을 마시고 있던 내게  영업부 실장님이 다가와 물었다.


"행복해요?"

"? 갑자기? 뜬금없이 행복하냐고요? 글쎄요..."


순간 그 행복이란 단어가 무기력에 쩌들어 있는 나의 우울함 가득한 마음을 꾹 하고 찔렀다.



"행복이 뭘까요?... 전 모르겠어요. 아니, 안 행복해요."

(며칠 밤  잠을 못  퀭한 눈) 누가 봐도 몰골이 말이 아니었던 내게 행복이란 단어는 사치로 느껴졌다.



"왜 안 행복해요?"

그가 다시 물었다.


"실장님은 행복하세요? 하긴, 예쁜 아내. 아이들까지 가족들이 함께 있어 행복하시죠?"


"행복이란 건 크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건데, 사실 가족들은 행복보단 힘든 게 있죠 , 결혼은 선택이지만 권하진 않아요. 그건 별로. 것보다 이렇게 오랫동안 한 회사에 다니면서 오랜 기간 좋은 동료들과 근무하는 것도 행복한 거고. 나는 회사에 일찍 와서 커피 한잔을 내려서 커피 향을 맡으며 창가에 서 일출을 보면 그렇게 행복하던데?"


"실장님 되게 감성적이신데요?"


"일로만 행복하긴, 힘들지. 내가 회사에서 내 일을 잘해서 밥값을 하면 기분이 좋지만. 아닐 때도 있잖아. 나도 잡코리아 가끔 봐요. 이 경력에 이만한 연봉을 주는 곳이 없어서 그렇지. 일하면서 매번 행복하기만 하면 미친 거지. 정상아냐"


"그래도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 행복하지 않을까요?"


그렇지만. 나는 미치고 싶다.

무엇이든 잠깐이라도 미쳤던 적이 언제였던가?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지 당장은 쉬고 싶단 생각만 들었다.



"내가  나이면 진짜 더 행복하게 지낼 텐데.

아깝잖아요. 재미있는 일들을 만들어 봐요. 일상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아보고. 난 그 나이 때 주말엔 클럽에서 날도 세고, 다음날에는 좋은 호텔에서 호캉스도 했거든. 이른 아침에 연극도 좀 보고, 맛집도 찾아다니고."


그 말에 헛헛하게 웃으며 말했다.


"호캉스... 연극... 맛집. 좋네."


"찾아봐요. 아주 작은 거라도. 그럼 삶이 좀 달라질 거예요. 나는 내 주변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난 요즘 주말 오전에 자전거 타면서 밖에서 보내고, 저녁은 가족과 보내고 그게 좋더라고요."


"찾아볼게요. 저도 그 행복"


짧으면 짧고, 길면 긴 그와의 대화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온 나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그가 부러웠다.


그가 말하는 소소하고 잔잔한 행복들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많이 지쳐 있고, 방전에 방전을 거듭해 삶에 의지도 없을 만큼 무기력하다.


야근을 밥 먹듯 하고 살았는데, 몸과 체력이 점점 예전 같지 않다고 느낀다.

(그래서 후배들에겐 몸을 혹사시킬 정도로 열심히 일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다.)


잘 먹고 잘 자는 것만큼의 기본적인 것도 힘든 상황에 사는 재미가 뭔지도 모르겠고. 아무것도 하기 싫다.


어떻게든 일이 빨리 끝나 집에서 쉬고만 싶을 뿐...


행복은 조금만 쉴게요. 

방전된 마음이 조금 되살아나면, 그때 찾아봐야지.

내가 무얼 할 때 행복한지...나만의 소확행.

(퇴근  제페토 캠핑에서 불멍만 해도 좋던데... 나도 지금 행복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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