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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회사원H Aug 03. 2023

좋소 기업 생생 체험기.1

회사 분위기는 직원들의 몫.

19년을 가까이 매일같이 출근도장을 찍던 회사를 갑자기 그만두었다.





주변사람들의 반응은 왜? 갑자기 왜????라고 했지만... 지금은 일단 쉬면서 힐링을 하는 것이 맞겠다라 결론을 내렸다.


퇴사후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웹소 출판사 쪽으로 취업을 하려 하였지만 적지 않은 나이에 출판사에 대한 아무런 경력도 없이 도전하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매일같이 일하던 사람이라 쉬는 것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전 직장과 같은 업종이 아닌 아애 다른 일들해보고 싶었다.


그러다 전 직장과 일은 다르지만, 작게나마 경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일을 찾아 집 근처 가까운 곳에 위치한 (마을버스로 출근 가능거리.) 아주 작은 좋소 기업에 취업을 하였다.


이곳에 취업하게 된 건 가만히 집에서 쉬고 있는 것보단 뭐라도 일을 하고 있는 것이 나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일을 안하고  달을 아무생각없이  쉬어보니 슬슬 몸도 근질거리고, 머리도 녹슬어버리는 것 같았다.

(사실 조금 정신나간 소리 같지만...나는 어떤일이든 일하는 것 자체는 너무 재미있고 좋다.)


면접날...


면접시간 40분전 회사건물 일층에 위치한 커피숍에 자리를 잡고 아이스 오미자차 한잔을 마시며 더워를 식혔다.


면접 15분을 남기고 일찍 면접장소(회사)로 향했다.


건물에 해당 층을 돌며 사무실을 찾았고, 층 끝에 위치한 회사를 찾았다.


마침 사무실에서 한 여자가 나오는 것을 보고 , 사무실 앞에 서 있는데 조금 전 나오며 나를 지켜보던 여자가 모퉁이에 있는 엘베쪽을 걸어가면서까지 뒤돌아보면서 지켜보더니 벽에 숨어서 문 앞에 서있는 나를 흘깃거리며 지켜보았다.


이 상황은 뭐지? 퇴사자가 물건이라도 찾으러 왔을까? 여기  회사가도 되는 곳일까?


문을 두드려도 닫혀있는 회사문으로 보이는 사람하나 열어주지 않아 서있다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나이가 조금 있어 보이는 여직원이었다.


생각보다 넓은 사무실에는 그 여직원을 포함하여 3명의 직원이 있었다.


사람은 나를 회의실로 안내했고, 잠시 후 볼펜과 면접설문지가 적힌 종이를 내밀었다.


회의실은 문을 열자마자 한증막연상시킬 정도로 숨이 턱 하니 막히는 블라인드 하나 없는  통유리로 된 공간이었다.


받아 든 설문지에는 이름, 전공, 지원한 업무, 좌우명, 성격, 가족관계, 건강상태, 자신만의 업무스킬, 교우관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리더십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현재하고 있는 자기 계발, 회사를 볼 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독서토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의 내용이 적혀있었다.


더위가 막 밀려오는 시기라 이마에는 땀이 비 오듯 주르륵 흘렀고, 가방에서 꺼내든 손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가며 설문지를 열심히 작성해 나갔다.


설문지를 손으로 직접 작성하게 하는 걸 보니 대표가 글씨체를 보나보다 라는 생각이 스치며 평소 손글씨 쓸 일이 많지 않아 종이에 써 내려가는 글씨체가 어색하게 느껴졌다.


설문지를 모두 작성하고도 대표는 나타나지 않았다.


손목시계를 보니 면접시간이 10여분이나 지난 상황이었다.


회의실 바닥에 선풍기가 있어서 켜고 싶었지만, 처음 방문한 사무실에 함부로 물건을 만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15분쯤이 지나자...


마스크로 입을 가리고 코를 내놓은 채 부스스하고 꼬불거리는 머리에 하얀 라운드 티를 입은 남자가 회의실에 들어와 마주 앉았다.


이 사람이 대표인건가?!


남자는 출력해 온 나의 이력서와 방금까지 내가 열심히 쓰고 있던 설문지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 쓰셨습니까? 글씨를 참 잘 쓰시네요."

라는 말로 시작된 면접은 1시간이 넘는 질문 가득한 대화로 마무리되었다.


반팔의 정장차림으로 대화하는 내내 나는 회의실이 너무 더워 땀이 흘렀다.


오랜 경력에 면접은 딱딱함과 긴장보다는 지원한 회사에 대한 소개와 어필을  협상하는 듯한 느낌에 가까웠다.


대표는 자신이 운영하는 서비스에 많은 어필을 하며,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오래된 직원들의 능력을 자랑해댔다.


부담스럽고 느닷없는 직원자랑에 나는 대표에게 질문을 했다.


"그렇게 일 잘하는 빈틈없는 사람들 사이에 제가 갑자기 끼어서 같이 일 할 수 있을까요?전직원이 몇명인가요?"였다.


두개의 회사를 운영하는 구조로 직원은 대표를 포함하여 단 6명.


회사에서 운영 중인 서비스는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고, 금방 소화할 수 있을 만큼 쉬워 운영지원으로 지원했는데 대표는 생뚱맞게 회사에 오면 포지션과 상관없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된다는 소리를 했고, 나에게 자신이 만든 서비스에 대해 궁금한 점들이 없냐며 계속 질문해 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회사에 바라는 점(회사에 지원할 때 보는 것)을 물었다.


나는 직원들의 의견을 귀담아듣는 대표님이 계시는 곳이면 좋겠고, 복지가 좋았으면 좋겠다는 소리를 했다.


그러자 그분은 우리 회사는 복지가 전혀 없다.


회식도 없다. 점심도 각자 먹고, 서로 어울리지 않는 문화이다.

다들 시간 되면 정확하게 퇴근하고 아메리칸 스타일이다라고 설명하였다.

그러면서 업무는 모두 공유해서 처리한다고 했다.

(사실 이직을 하면 직장동료들과 더 즐겁게 어울려 지내고 싶었다.)


 그리고, 예전에 독서토론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책 한 권을 사주었다가 것도 돈이 많이 들어서 각자 자기돈으로 책을 구매해서 읽게 하였는데 불만이 생겨서 안 하게 되었다는 소리를 하였다.


전 회사에서는 오래전 독서감상문 제출하는 과제? 가 있었는데 당연히 책은 회사에서 지원이 되었고 자기 계발비도 매달 10만원씩 지원이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전 직장은 대기업 계열사에 직원만 현재는 300명이 넘으니... 이곳과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니었다.


눈치가 보여 과연 이곳에서는 선풍기를 틀고 업무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던 차에 길었던 면접이 끝났고. 덥고 답답한 자리에서 겨우 일어날 수 있었다.


자리에 일어나 문 앞까지 마중을 나선 대표의 복장은 맨발에 삼선 슬리퍼를 신고, 체크 홈웨어바지 차림이었다.

(집 앞 편의점에 잠깐 나온 듯한 아주 편안한 복장;;)


회사를 나온 나는 조금전 대표의 매너없는 복장을 보고 황당함이 밀려왔다.


그리고, 며칠 뒤 그 대표에게 연락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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