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회사원H Aug 10. 2023

좋소 기업 생생 체험기.3

대표가 왜 이래

많지도 않은 직원들이 침이 마르도록 대표욕을 하는 이유는 뭘까?!

그중 두 살 어린 여직원은 다른 직원보다도 대표에 대한 불평불만이 가득했다.

(입만 열면 하는 대표욕에 이직은 왜 고려해 보지 않냐는 나의 질문에 그 직원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냥 복지라는 건 1도 없는 회사.

15년 이 회사를 운영하면서 아무런 복지도 없이 운영했다는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없다고 해도 대표가 뽑는 직원들의 연령이 높은 편(30대 후반~40대) 임에도 불구하고, 건강검진 하나 없는 것은 너무나 아쉬웠다.


전체적인 사무실 분위기는 넓은 공간에 소파와 카펫도 하나 있고 싱크대도 있고 테이블과 의자들도 여러 곳에 있었다.  


총무나 경리가  없는 것이 신기해서 물었더니 총무 및 경리, 인사담당, 가끔은 개발자업무까지도 대표가 직접 하고 있다고 했다.


직원들의 제일 큰 불만은 대표가 직원에게 쓰는 돈을 정말 많이 아낀다는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회사를 방문하는 고객이나 손님들을 위해 마련된 음료(차) 정도는 있기 마련인데 이곳은 그런 것조차도 없었다.


가끔 대표 자신이 먹기 위해 원두를 사다 놓는데, 직원들이 그것을 같이 먹기 시작하니 어느 순간부터는 또 사다 놓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한 번은 카누를 사다 놓은 것을 보고 웬일로 사다 놓으셨을까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다른 직원들 먹을까 봐 숨겨두시는 걸 보고 나선 바로 이해가 되었다.


화장실로 자리를 자주 비우면 자리를 지키라며 눈치를 준다는 말도 들었다.

(생리적인 현상으로 뭐라고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솔직히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이 말은 전달한 두 살 어린 여직원은 솔직히 말과는 다르게 내가 봐도 뺀질거리고 너무 여우같이 자주 자리를 비운다.)


사무실 책상아래에 쓰레기통이 없는 이유도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게 싫어서 자리에 두지 않았다고 한다.


자리 위에 남들이 쓰던 오래된 볼펜들이 꽂이에 꽂혀 있었지만, 나는 그냥 내가 가지고 다니는 볼펜을 사용했고, 문서파쇄기도 있긴 하나 사무실 것이 집에 있는 것보다도 더 보급형이었다.


복사기는 당연히 없고, 프린터기는 두 개가 있는데  작동이 되었다 안되었다 하였다.


나에게 두 살 어린 여직원은 다니면서 대표에게 밥을 얻어먹는 일 따위는 없을 거라고 꿈도 꾸지 말라고, 하며 오래된 여직원이라 출산휴가도 줬던 거지 이젠 안 줄 거란 말을 했다(사실 불편해서 밥을 얻어먹고 싶지도 않고, 비혼주의라는데 무슨... 출산휴가?)


그리고, 냄새에도 엄청 민감하여 사무실에서 냄새나는 음식은 먹으면 안 된다며 말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두살 어린 여직원이 점심시간마다 사무실에 있는 소파에서 몇 분 정도 자다가 일어나 컵라면에 삼각김밥을 먹는다는 것을 알았다.


한 번은 사무실 청소를 하는데 두 살 어린 여직원이 버린 라면 면발과 같은 음식찌꺼기로 막혔고, 깔끔 떠는 대표가 이를 지켜보고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개발자 남직원 한분이 맨손으로 오물을 직접 만져 끄집어냈다.


나는 이분은 다른 직원들과 하는 행동이 달라 대표의 가족이나 지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대표에게 친절했고, 대표를 욕하는 다른 직원들과 섞이지 않고 점심도 늘 혼자 먹었다.


나는 직원들이 질리도록 하는 대표욕이 단지 그만 듣고싶어 즐기지도 않는 혼밥을 하게 되었다.

 

어느  점심시간.

멍을 때리며, 엘베를 기다리다 뒤늦게 밥을 먹으러 나온 대표를 만났다.


점심을 안 먹냐는 말에 조금 걷다가 간단하게 점심을 먹으려고 한다는 말씀을 드렸더니 같이 식사를 하자고 말씀을 하셔서 두 번 정도 거절을 하다가 세 번째 말씀에는 거절하는 게 예의가 아닌듯하여,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갔다.


메뉴는 호박떡, 샐러드, 요거트였는데 하도 돈돈 거리는 말들을 많이 전해 들어서 가장 저렴한 샐러드를 선택하여 주문하였다.


대화는 주말에는 보통 뭐 하냐?부터 대표는 전에는 회사에서 유튜브를 보고 직원들과 의견을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었는데 지루해하고 굳이 왜 이런 걸 해야 하냐고 하는 직원이 있더라라는 말을 했다.


그러면서 업무시간을 내가 그들에게 투자해 가면서 보여주는 건데도라는 말에 나는 단번에 그분의 스타일을 알 수 있었다.

(근무시간 내 직원들에게 사무실전체를 청소하게 하는 것도 같은 생각.)


그래서 나는 영상의 주제는 어떤 것이었는지 물었고, 이런저런 다양한 주제로 보았다고 하셔서 그럼 그 말을 하는 직원분이 평소 유튜브를 볼 때 어떤 걸 보는지 물어보고 그것도 같이 보지 그랬냐고 했더니 그땐 회사가 바쁘기도 하고 해서 생각을 못했다고 하셨다.(사실 다른 사람이 어떤 걸 관심 있어하는지 궁금하지 않으셨을 거다, 본인이 직원들에게 보여주려는 영상만 보여주셨을 거고)

그리고 얼마 전에 면접본 분이 8월 1일부로 출근할 거라고 하였다.


그 말에 얼마 전 면접을 보기 위해 방문했던 아담한 키에 동그란 이미지를 가진 남자분이 생각났다.


마케터, 퍼블리셔, 웹디자인까지 다재다능하게 업무를 해 온 분이라고.

(사실, 출근은 그날 진짜 와야 하는 건대...아직은 7월.8월 1일 실제 그직원은 출근하지 않았다;)


그리고 대표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이곳의 개발자는 다들 역마살들이 있는지 하나같이 오래 있지 못하고 나간다며.


내가 다니던 전회사의 경우를 보면, 특히 개발자들이 너무 오래 다녀 오래된 개발자들만 너무 많고 오히려 젊고 어린 개발자들은 올라가질 못해  나가는 경우를 많이 봤는데... 개발자들이 다 역마살이 있다니... 그게 말이 되나?


회사운영에 문제가 있어서는 아닐까 하는 생각은 안 해봤을 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곳에 첫 출근 하던 날.

화가 많이 난 개발자분이 사직서 양식을 뽑아 대표에게 제출하고 나가 버리는 걸 봤다.(전 직원이 모두 따라나가서 배웅함.)


나중에 들었는데 6개월 차 개발자인데 담배 피우느라 자리를 비운 것으로 지적을 하도 받아 나가는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 남아 있는 개발자는 두 명.(1년 반 되었음.둘다 담배 피지않음.대표있으면 자리비움 거의 없음.)


대표가 공고를 올려도 지원자도 면접을 보러 오라고 하는 사람도 없어 도대체 왜  뽑을 마음도 없으면서 공고를 올리는지 직원들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대화를 할 때마다 느끼지만 대표는 평범하고 편안한 사람은 아니었다.


자신이 만들어 놓은 사업에 대한 프라이드가 강한 사람으로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아래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말로는 본인은 오픈마인드에 생각이 열린 사람이라고 했지만, 사람들의 생각들은 다양하니 모든 의견은 소중하고 받아들인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본인만생각이 맞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의견이 맞다고 말할 때까지 사람을 질리게 하는 스타일이었다.


말하는 것도 너무 좋아해서 짧게 끝낼 수 있는 말도 교장님 훈화말씀처럼 길고 지루했다.(대표님 말씀이 맞아요~그게 최고예요!)


직원들은 대표가 출근하여 자리에 있으면 일을 열심히 하는 척을 했고, 가끔 자리라도 비우면 어떻게든 본인들도 자리를 비우며 개인적인 시간을 보냈다.


또한, 사무실에 누군가 방문하여 방문벨이라도 누르면 아무도 일어나려 하지 않아 모든 문지기 일은 내가 도맡아 하게 되었다.(고객, 우체국, 소독, 정수기방문, 잡상인, 택배, 관리실등)


대표가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자신들이 가끔 하는 척하는 게 황당했다.


대표가 자리를 비운 어느 날.

관리실에서 소방점검 관련 지적사항에 대한 공문을 들고 방문하였다.


회사 현관문에 말발굽으로 문을 고정해야 되는데 되어있지 않아 지적사항으로 공문발송이 된 것을 전달해 주고 시일 내에 보완하라는 안내였다.


나는 단지 그 보완사항의 내용과 공문을 대표에게 전달했고, 그 전달사항에 대표는 이걸 왜 본인이 해야 되냐며 기분 나쁘다는 감정을 나에게 표출했고 나는 일반적이지 않는 반응에 당황스러웠다.


대표는 관리실에 지적사항에 대한 불만사항을 표출했고 , 다음날 관리실에서 사무실에 재방문을 하였다.


나는 대표에게 관리실에서 오셨다고 전달해 드렸는데 그는 표정을 찡그리며 최대한 미적거리며, 괜스레 그들을 기다리게 하였다.


그러더니 대표실을 나온 그가 그들을 향해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

(고함소리가 시작되자 직원들이 키특대기 시작했다.)


회사 현관문 앞에서 대표의 30분 이상 되는 고성에 관리실 사람들은 어이없어 해탈한 듯 웃었고, 나중에는 관리실에서 직접 말발굽을 구매하여 달아 주신다고 하였다.


그 말을 듣고 대표의 고함이 멈추었다.


며칠뒤, 관리실에서 공문하나를 들고 다시 방문하였다.

대표가 지금 자리에 있으니 불러드린다고 말하자 그는 손사래를 치며, 그냥 공문만 전해주고 말발굽은 오늘 자기들이 달고 갈 거라고 신경 안 써도 된다고만 전해달라고 하셨다.


나는 대표실에 가서 공문과 말발굽설치에 대해 전했고, 대표는 무료로 달게 된 말발굽설치에 기분이 좋아 보였다.


이후 다섯살많은 직원에게 어보니,그동안 민망한 더한 일들도 많았다고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좋소 기업 생생 체험기.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