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는 씹는 맛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고기가 질기면 식욕이 떨어진다. 나는 어렸을 때 참으로 약골에 소화력도 떨어져서 고기를 씹다가 삼키지 못하고 결국 뱉어내기 일쑤였다. 왜 그렇게 아무 힘도 없었던지... 씹어도 씹어도 넘어가지 않는 고기... 엄마는 영양가 없이 고기 한 점으로 밥 한 끼를 다 먹느냐며 뱉으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고기의 맛은 사실 지방에 있기 때문에, 지방이 가득한 고기가 부드럽고 맛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모든 부위가 다 그럴 수는 없는 법이다. 양지나 사태 같은 고기는 아무래도 푹 삶지 않으면 즐기기 어렵다. 또, 돼지 등갈비 같은 것도 김치 넣고 오래 삶으면 괜찮은데, 휘리릭 익혀내기는 무리가 있다. 탕수육 같은 거 하려고 해도, 아니면 냉동실에 있는 애매한 부위로 불고기를 하려 해도, 고기가 질길 거 같으면 손이 가지 않는다.
그럴 때 우리는 연육소를 사용한다. 한때 폭풍처럼 유행하다가 사라진 대표적인 연육소로 키위가 있다. 고기를 연하게 하는 것으로 단연코 1위를 차지하는 과일인데, 문제는 조금 양이 지나치거나, 재워두는 시간이 길어지면 고기가 완전히 녹아서 흐물흐물해지기 때문에 자칫하면 중요한 잔치 음식을 망칠 수 있다. 그래서 한편으로 키위를 먹을 때조차, 그렇게 무섭게 고기를 녹이는 성분을 먹어서 뱃속이 안전할까 하는 생각까지 들기도 한다.
그 이외에 많이 사용되는 재료는 양파나 배를 갈아서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가장 보편적으로 애용되는 방법이고 나도 오랫동안 잘 사용해왔다. 그런데 어떤 때에는 이 정도로는 고기가 연해지지 않기도 하고, 대체 어느 정도로 얼마나 재어야 하는지 감을 잡기 어렵기도 하다. 또한 시간이 촉박할 때에는 이 방법으로 부족하기도 하다.
그러다가 재작년인가 인터넷에서 뭔가 조리법을 찾다가 우연히 발견한 신박한 방법이 있다. 바로 베이킹 소다이다. 우리가 부엌이나 세탁실에서 애용하는 청소용 베이킹 소다, 사실은 식(食)소다라고 불리는 재료다. 흔히 탄 냄비 닦을 때 쓰면 좋다는 정도로 알고 있는 가정용 상비품. 하지만 원래는 식용이었다. 베이킹할 때 부풀리는 재료로도 사용되고, 달고나에 넣어서 설탕을 부풀리는 용도로도 사용되는 이 소다가 연육소로 정말 엄청난 효과를 발휘한다.
중국 요리에서 사용되는 방법이라고 하는데, 정확한 출처는 모르겠다. 다만 안전하고 적당하게 고기를 연하게 해주는 강력한 힘이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농도도 사실 그리 정확하게 하지 않아도 되는데 나는 대략 서양식 1컵~2컵 정도에 밥숟가락으로 한 숟가락 넣어서 녹여서 사용한다. 한국에서는 흔히 종이컵 계량을 하는데, 그 기준으로 한다면 1컵 반~2컵 반 정도면 적당할 것 같다.
어려울 것도 없다. 물에다가 베이킹 소다를 타서 완전히 풀어준 다음, 고기를 담그고 30분 후에 씻어내면 된다. 베이킹 소다는 맛이 짜고 약간 쓰다. 따라서 그냥 사용하면 음식을 망치기 때문에, 여러 번 헹궈서 깨끗이 씻어내야 한다.
그러고 나서는 각자 원하는 방식으로 조리하면 된다. 맛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그대로 사용해도 되고, 원하는 방식으로 풍미를 넣어 재도 된다. 갈비요리를 한다면, 처음에 핏물을 빼는데, 그 용도로 이 물을 사용해도 좋다. 잘 씻어내고 물을 빼주면 된다.
우리는 소고기를 반마리씩 손질된 것으로 구입하는데, 대부분 먹기 좋은 상태로 잘라서 개별 포장하여 냉장되어 온다. 각종 스테이크와 로스트, 스튜 미트, 다짐육 등등인데, 이번에 받아온 고기에 약간의 어려움이 있다. 고기는 너무 맛있고 품질이 좋은데, 그 농장 주인이 사용하는 정육점의 고기 써는 방식이 우리랑 잘 안 맞는 것이다. 도통 정체불명인 로스트 종류가 어찌나 많던지! 남편이 좋아하는 프라임 립 스테이크는 없고, 프라임 립 로스트만 들어있는 실정. 그렇다고 맨날 로스트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그리고 부위를 봐도 어디가 어딘지 잘 구분도 안 되게 되어있어서 사용이 난처한 부위가 많다. 특히나 로스트 용으로 나온 고기들은 퍽퍽하고 질긴 것들이 많은데, 사실 이것도 잘 썰기도 하면 불고기감이나 샤부샤부로도 적당하지 않은가 말이다. 문제는 우리가 고기 슬라이서가 없어서 냉동 고기를 썰기 어렵고, 살짝 녹여서 손으로 썰면, 얇게 썰 수가 없어서 질기기 쉽다는 것이다.
며칠 전에도 남편이 로스트 하나를 꺼내와서 뭔가 해 먹으면 좋겠는데 방도가 없겠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내가 납작하게 썰어서 여러 가지로 해 먹자고 제안했다. 고기가 질길 거라고 걱정하길래, 내게는 비장의 방법이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큰소리를 쳤다.
이렇게 30분 담가놓은 고기는 여지없이 연해졌다.
그래서 그날은 샤부샤부 해서 먹었고,
그다음 날에는 고기를 재 놨다가 바비큐 그릴에 구워서 먹었다.
그리고도 남은 양념고기로는 잡채를 해서 또 한 끼를 해결했다.
질기지 않은 고기는 집에서의 활용이 무궁무진하다. 때로는 너무 비싸지 않은 부위로 넉넉하게 즐길 수 있어서 좋고 말이다.
준비물:
베이킹소다 1 큰술
물 300ml 정도
질긴 고기
사용법:
1. 물에 베이킹 소다를 잘 풀어준다.
2. 고기를 원하는 크기로 썰어서 30분간 담근다.
3. 찬물에 여러 번 깨끗이 헹궈주고, 물기를 쫙 빼준다.
필요에 따라서는 키친타월로 물기를 제거해주면 요리하기 좋다.
4. 원하는 방식으로 조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