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다이스에서의 힘든 하루를 유튜브에 담는 이유
주택에 사는 주부의 일상은 사실 늘 비슷하다. 마당을 관리하고, 식사 챙기고, 그런데 뭐가 맨날 그렇게 바쁜지? 어떨 때에는 아예 마당에 안 나가려고 버틸 때도 있다. 일단 나가면 들어오기 힘드니까. 눈에 밟히는 일거리들을 하나 둘 하고 있다 보면 시간이 훌쩍 간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것들을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말 별거 아닌 잡초 뽑는 시간조차 내 머리를 맑게 해 주고, 또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해 준다.
요새는 옥수수 따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작년만큼 수확이 많지는 않지만, 딱 두 개씩 수확해서 남편하고 먹으면서 낄낄대는 일상이 소중하다.
올해 농사는 거의 망했다. 중요한 시기에 우리는 3주나 집을 비웠고, 그렇게 모종들이 늦어지기도 했지만, 날씨도 협조를 안 해서, 7월이 될 때까지 비가 오고 추웠으니, 봄에 힘을 받아 여름에 결실을 내놓을 작물들이 모두 늦어져버렸다.
우리는 옥수수 씨앗을 파종해 놓고 미국 딸한테 다녀왔는데, 갔다 와서 보니 얘네들이 하나도 안 올라온 것이다. 그래서 5월 말에 결국 다시 파종을 했다. 서양 옥수수는 좀 올라왔는데, 날씨가 추워서였는지 찰옥수수는 심지어 싹이 아예 안 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6월에 다시 달걀껍데기 모종을 시작하고 나서야 드디어 조금씩 자라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무섭게 키만 자라서, 얼마 전에는 이렇게 크기만 하고 옥수수는 안 달리는 거 아닌가 했는데, 결국 찰옥수수도 요새 고개를 삐죽 내밀고 있다. 지금 한창 수정되어야 할 시기인데 또 주야장천 비가 오니, 에이, 모르겠다...
하지만 그래도 서양 옥수수는 더 빨리 자라서 요새 효도 중이다.
우리 집에는 옥수수를 두 종류를 키운다. 남편이 키우는 허니셀렉트라는 품종은, 설컹거리며 단 서양 옥수수이다. 초당 옥수수랑 비슷한 느낌이라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내가 키우는 한국 찰옥수수가 있다. 두 옥수수는 우리 마당 텃밭의 가장 극과 극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옥수수 수술이 바람에 날리며 옥수수를 수정시키기 때문에, 서로 교차 수정을 피하고자 그렇게 하는데, 사실 어림도 없는 거리이긴 하다. 그래도 뭐 확률이 아무래도 줄어들겠지.
옥수수는 한두 그루 심어서는 먹기 힘들다. 떼로 심어야 서로 수정을 시키며 좀 먹을 수 있다. 땅은 좁고, 마음은 굴뚝같고... 그래서 작년엔 손바닥만 한 곳에 40그루 이상을 키워봤다. 사실 추천되는 방법은 아닌데, 많다 보니 결실도 많았고, 제법 많은 수확량을 거뒀다. 올해는 결과가 그 반의 반도 안 되는 거 같은데, 그래도 이렇게 결실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감자는 올해 더 엉뚱했다. 원래 감자는 땅을 깊이 파서 시작하고, 좀 자라면 그 위에 흙을 덮어준다, 그러면 그 자리에 감자가 달린단다. 그렇게 또 자라면서 또 덮어주고를 반복하면 그 밑의 줄기에 감자가 잔뜩 달린다는 게 이론이다.
그런데 뭐, 우리는 늘 뿌리 식물이 잘 안 되니까 큰 기대 없었다. 감자가 나지막이 자라면서 에너지를 뿌리로 확확 보내줘야 하는데, 우리 땅은 늘 너무 기름져서 에너지가 위로 뻗친다. 남편 키보다 크게 자란 감자나무라니 우리는 그저 어이가 없었다. 과연 알이 달리기는 할까 싶었는데, 파보니 제법 나왔다.
농사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라면 정말 형편없는 수확이지만, 우리는 그냥 딱 우리 먹을 만큼만 조금씩 키우니 이 정도면 아주 만족이다. 우리의 목적은 수확도 있지만,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것 또한 중요한 부분이니까 말이다.
그래서 이런 날들을 우리는 '파라다이스에서의 힘든 하루'라고 표현한다. 좋아하는 일 들 중에서 몇 가지만 골라야 하니 마음이 안타깝고, 맛있는 것이 많아서 선택이 어렵다는 반어적으로 표현하며 즐기는 것이다
이 이야기들을 유튜브 영상으로 만들었다. 요새 영상을 만들면서 생각이 많다.
유튜브를 처음 시작할 때에는 좋은 정보영상을 많이 올려야겠다는 생각이었는데, 막상 하다 보니 레시피 영상보다는 이런 일상 영상들이 더 반응이 좋은 거다. 도대체 왜 이런 영상을 사람들이 볼까 의아하기도 했다. 그냥 남들 먹고사는 이야기일 뿐인데...
그런데 하다 보니, 이렇게 일상을 나누며 서로 가까워지고, 위로받고, 쉬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타인의 삶을 통해서 위로를 받는다는 것은 사실 티브이 다큐멘터리 영상을 통해 접하곤 했지만, 내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건만, 어쩌면, 차고 넘치는 정보영상보다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더 의미 있는 일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소소한 것들을 경험하며 즐거워하는 우리 부부, 그리고 그걸 보면서 시청자도 같이 경험하고 또 같이 소소하게 행복해질 수 있다면 그것은 가치 있는 일이 될 수도 있으리라 싶다. 감히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건방지다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냥 단순히, 한꺼번에 많은 이웃과 동시에 소통하는 그런 순간이리라.
물론 비슷한 일을 이 브런치 스토리를 통해서도 하고 있지만, 이곳에서는 보다 내 생각을 피력하고 이야기한다면, 유튜브에서는 그저 삶을 보여줌으로써 시청자가 스스로 느끼게 해주는 방식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결국 같은 내용을 두 군데에 올리더라도 전혀 다른 내용이 되고 만다. 그래서 아마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여전히 두 길을 가고 있는 것이겠지.
유튜브로 돈을 만드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는 여전히 조금의 수익화도 못 하고 있지만, 이걸 통해서 나 스스로를 재조명하고,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에 나도 힘을 얻고 있으니, 아마도 다른 특별한 이슈가 생기지 않는 한 나는 이것을 계속하게 될 것 같다.
다만, 시간은 정말 공중분해 되는구나!!
관련 유튜브 영상 : https://youtu.be/asQtFYAzT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