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해 이 모든 일들을 할까?
추수감사절이 지난 지 두 주가 되어서야 간신히 이 글을 쓴다. 유튜브 영상 만든다고 진을 빼느라 그랬다. 하면서 혼자 많이 구시렁거렸다.
나는 유튜브를 왜 하지?
편집 과정이 너무 고되다. 브이로그다 보니 일상 다큐여서 계획 촬영이 거의 불가능하고, 초보자가 찍은 영상은 건지지 못하는 소중한 순간들이 너무 많다. 찍은 영상은 길고 길어서 잘라내고 또 잘라내기만 해도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
추수감사절 하루동안 찍은 영상들이 여러 시간 되었고, 카메라와 핸드폰이 동원되어 순서대로 나열하는 것도 고통스러운데, 그걸 계속 보고 또 보면서 잘라야 하니, 과연 이걸 왜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게 재미있기나 한지도 매번 헷갈린다.
내레이션도 녹음해야 하는데, 내레이션의 길이와 영상의 길이가 맞지 않는 것을 잡는 것도 쉽지 않다. 편집하다 말고 부분 부분 내레이션 녹음을 추가한다.
그리고 나는 그리 재미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톡톡 튀는 포인트 자막 같은 거 생성이 너무 어렵다. 화면 효과 그런 것도 잘 못한다.
어느 정도 하다 보면 음악도 넣어야 하는데, 유료, 무료를 떠나서 일일이 들으면서 고르는 것도 세월이 한참 걸린다
문득, 내가 이걸 왜 하나 싶어졌다. 내 삶을 나누고 싶어서 영상을 만드는데, 막상 이걸 하느라 내 삶을 살 시간이 없어지는 것 같았다. 남편도 내 말에 동의했다. 둘이서 그걸 구시렁거렸는데, 한 시간쯤에 유튜브에서 이메일이 왔다.
자격요건이 되니 유튜브 파트너를 신청하라는 메일이었다.
이거뜨리!!!! 다 듣고 있는 거야???!!!
나 아직 조건 못 만들었는데 어떻게 된 일일까, 이렇게 또 내 발목을 잡는거냐 했더니, 유튜브 애드센스 수익은 아직 조건이 안 되었지만, 게시판을 만들고 뭘 팔 수 있는 조건을 달성했다는 것이었다.
흠! 생각해 보니 난 팔 것도 없다. 사실 유튜브 해서 돈 벌려면 뭘 팔아야 한다는데, 우리는 쓰는 물건도 소박하고 딱히 협찬받을만한 것도 없고, 한국 시청자를 대상으로 캐나다에서 파는 것을 협찬받아 파는 것도 실현 가능성이 없다.
어제 낑낑 매고 영상을 완료해서 업로드 걸어놓고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보니 구독자들의 덧글이 남아있었다.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들을 제대로 보는 분들이다. 그리고 남편과 함께 영상을 돌려보았다.
그 안에 우리의 삶이 고스란히 들어있었다.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또 다른 감정들이 영상 내내 너울거린다.
장을 보는 과정, 음식을 만들면서 느끼는 감정, 소소한 삶의 단편들이 녹아있었다. 파이를 만들다가 실수를 하기도 하고, 생각하지 않은 일이 발생해서 난감하기도 하고, 재미있는 것은 같이 키득거리기도 하고... 그런 모든 것들이 고스란히 보였다.
마침내 상을 다 차리고 건배를 할 때에는 세상 모든 것 가진 듯 평화롭고 행복했다. 별거 아닌 것들이지만, 영상으로 한 발 떨어져서 보이니 아름다웠다. 물론 그 뒤에 폭탄 맞은 부엌까지 다 공개하였지만, 그게 우리네 삶이 아니던가.
한 끼 잘 먹자고 이 많은 일들을 벌리다니, 차라리 그냥 외식 한 번 하고 말지...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과정 안에 삶이 있고, 사랑이 있다는 것.
영상이 끝나자 남편의 눈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이 영상들을 만들어서 떡상을 하고 떼돈을 벌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나는 내 모습을 다시 한 발 떨어져서 보고, 나를 가꾸고, 더 많은 것들을 배우고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신 영상 안 만들 것 같은 마음이었지만, 나는 어느새 할로윈 준비를 시작한다.
추수감사절 디테일은 영상에서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