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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인 Mar 04. 2024

아이의 중학교 입학식에 가다

부모가 된 지 13년이지만 중학생은 처음 키워요.

드디어 그날이 오고야 말았다. 열세 살 첫째 딸의 중학교 입학식이다. 이날을 기다린 것은 초등학교 6학년 생활이 끝 나갈 즈음 붙어였던 것 같은데, 어느새 시간이 흘러 3월 4일 입학식의 날이 오고야 만 것이다.



아침에 일어난 후, 입학식이 있는 오후 2시까지 어떻게 버티나 했다. 서울의 중학교들은 하나같이 짜고친듯 오후 2시에 입학식을 시작했다.


핸드폰을 켜보니 자주 울리는 구글포토가 떠있다. 구글포토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문득 기억 속 저편으로 사라졌던 일들을 다시금 끄집어내어 상기시켜 주는 기능은 좋아한다. 오늘 오전 10년 전 사진이 배달되었다. 오후 2시에 중학교에 입학하는 아이의 3살~4살 무렵의 사진이다.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음악, 영어등의 수업을 들으면 다른 친구들보다 한 뼘 앞에 선생님 코앞에서 수업에 집중하던 아이의 모습이 있다. 그 시절 너무나도 젊으셨던 친할머니, 할아버지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함께 찍은 사진도 들어있는데, 60대셨던 부모님들은 모두 지금의 나의 나이대가 흡사해 보일 정도로 젊어 보이셨다. 아장아장 걸음마하며 언니와 함께 놀던 돌쟁이 둘째의 모습도 보인다.


모두 10년 전의 일들이다. 시간을 곰곰이 되새겨보면, 그 시절에는 힘들고 괴롭고 어려웠던 순간도 훨씬 더 많았는데, 색이 바래서 지나고 보니 모두 기쁨이고 추억으로 저장되었다.


그렇게 작고 뽀얗던 아이가 오늘부터 중학생이 된다. 오전수업이 있는 터라 오후 입학식을 기다리는 집안은 사뭇 조용하다. 봄 개편을 맞아서 새로운 진행자가 자리를 채운 클래식 라디오만 집안의 정적을 밀어낸다. 입학식을 기다리며 소파에 앉아서 읽고 싶었던 책을 읽는 아이의 마음이 얼마나 설레고 두근거릴지 살짝 짐작해 본다. 돌봄 휴가로 오늘 오전 출근을 하지 않고, 입학식에 참석하기로 한 남편의 마음도 싱숭생숭함과 기대감, 두려움으로 채워져있지 않을까 자뭇 추측해 본다.


오늘 오전 카톡방에는 함께 같은 유치원을 졸업한 엄마가 중국 연태에서 친구들의 중학교 입학을 축하해 주는 메시지로 알림이 울렸다.


”오늘 중학교 첫 등교 좋은 친구들, 좋은 선생님 만나요. 올해는 친구들의 해가 되기를”이라는 응원의 메시지로 첫날의 긴장감을 녹여주었다.


점심을 적당히 먹고 아이를 입학식보다 1시간 먼저 학교에 보내고, 옷을 갈아입고 준비하는 동안 벌써 2시가 가까워졌다. 졸업식 때 썼던 꽃다발을 챙겨 들고 중학교로 향한다. 담벼락을 하나 두고 위치한 중학교라 학교 가는 길이 설레일틈도 없이 끝난다.


정문 1층에 붙여놓은 반배정표에는 예상보다 한 반에 인원이 34명이라는 사실에 놀랍고, 같은 반에 아는 이름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 조금은 섭섭하다. 1학년이 위치한 4층으로 올라가니 교실 앞에는 벌써 와있는 학부모들이 많다. 교실로 들어오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따라 반으로 들어가니 익숙한 아이의 얼굴이 맞이한다. 집에서는 한참 작은 것 같은데, 교복대신 생활복으로 운영되는 검은색 후드를 입은 아이의 뒷모습은 영락없는 중학생이다. 모두 다 비슷한 검은색 캥거루나 나이키가 그려진 배낭을 옆에 건 아이들은 아직은 어색한지 교실 안에는 긴장감만 가득 차있다.


방송이 시작되며 입학식이 시작되는데 교장선생님이 예상보다 한참 젊으시다.


"여러분, 우리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보다 졸업했을 때 더 자랑스러운 학교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교장선생님의 그 한마디에 반해버렸다. 차가운 운동장에서 아이들을 이름을 그냥 흘려보내듯 부르고 허무하게 끝났던 초등학교 졸업식에 비해서, 반에서 방송으로 진행되었던 입학식은 그 자체로 좋았다. 아이들이 어느 초등학교에서 왔는지 보여주시고, 아이들 이름을 모두 스크린에 띄워주시고, 선생님들을 차례로 소개해주는 시간을 통해 학교에 대한 불만은 사그라들고 중학교 생활이 기대되기까지 한다.


교실을 두리번 보아도 아는 학부형 한 명 없는 건 조금은 섭섭했지만, 학교 교장선생님의 말씀과 잘 준비되었다는 인상을 받은 입학식을 마치자 학교에 조금씩 정이 간다. 방송이 끝나고 드디어 담임선생님의 말씀이 시작됐다.


"결석계나 체험학습신청서 등 모든 서류는 볼펜으로 작성하세요." 서류작성을 볼펜으로 하라는 내용이 가정통신문에 두 번이나 적혀있고, 담임선생님도 강조하시는 것을 보고 여기가 중학교임을 짐작케 한다. 아이들이 임의로 서류를 수정해서 낼 수도 있겠고, 이게 진짜 중학교 생활의 시작임을 추측할 수 있다.


1시간여의 짧은 입학식을 마치고, 담벼락을 넘으니 바로 집이 나온다. 초등학교는 걸어서 20분 거리에 있었으니, 중학교 정도는 이렇게 가까이 다녀도 되지 않을까 싶다.




입학식을 마친 진짜 중학생의 기분은 어떨까? 밤 운동을 하며 나눈 담소에서 희망적인 모습이 엿보인다.

"중학교 생활 너무 기대돼!"

두려움이 더 많았던 중학생활이 입학식을 겪고 나서 희망적으로 바뀌었다는 마음에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또 한편으로는 그 마음이 상처받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초등학교만 졸업해도 다 키울 줄 알았던 엄마의 마음은 중학생이 돼도 편할 날이 없다. 중학생 학부모가 되면 중학생 학부모대로 걱정거리와 근심이 있다. 아이들은 중학생이 돼도 키만 한참 커졌지, 생각과 행동은 아이에 가깝다. 하지만 이제 중학생이 되어 스스로 교실을 찾아다녀야 하고, 학교에 지각을 하면 생활기록부에 기록이 되는 등 스스로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할 나이가 되었다.


중학생이 돼도 아이는 아직 어리고 서툴다. 중학생 부모 역시 중학생을 키우는 것은 처음이기 때문에 모르는 것도 많고 아직은 서툴다. 그래도 아이와 함께 보낸 시간이 십여 년이 넘어가면서 그동안 서로 알고 지낸 세월 덕분지 서로를 전보다는 조금 더 잘 안다는 장점이 있기에 앞으로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낼 힘을 얻는다.


중학교 입학을 다시 한번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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