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아침 일찍 깨워주세요"
신신당부하던 아이의 목소리.
새벽 6시가 조금 넘은 시간. 졸린 눈을 비비고 더 자려다가 아이를 깨워야 한다는 사명감에 이불과 하나가 되려는 무거운 몸뚱이를 일으킨다. 안방에 바로 붙어있는 뒷산에서 들려오는 산책을 하는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리는 걸 보면 저 사람은 몇 시에 일어나서 벌써 여기까지 왔을까 싶다.
아이들이 자는 방을 아침마다 보는 일은 놀랍다.
어느 날은 알파벳 T자로 자고 있고, 어느 날은 똑같이 비스듬히, 또 언니 이불에 두 발만 살포시 담그고 있는 둘째의 모습을 보기도 한다. 아침의 또 다른 묘미다.
깊이 잠에 빠져있는 아이를 깨워주려고 손을 내민다.
"일으켜 주지 마세요. 혼자 일어날게!"
강하게 말하는 아이에게 조금 마음이 상해 부엌으로 향한다.
중학생 아이를 키우면서 중학생이었던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돌이켜보면 중학생 때 사춘기가 심하지는 않았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매사에 엄마에게 짜증을 내고 까칠하게 굴었던 것 같다. 그때 엄마의 나이를 생각해 보면 지금의 나보다 젊으셨거나 비슷한 동년배이다.
초등학교 때 엄마는 나보다 확실히 젊었을 30대의 나이인데, 그때 엄마가 왜 그렇게 여행을 좋아하셨는지 떠올리면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하고 출산을 하면서 자유롭게 산 시절이 없었던 엄마에게 초등학생, 중학생 자녀들과 함께 여행을 간다는 것은 조금이라도 삶에 숨통을 트여주게 하는 일이 아니었을까?
한창 젊었을 엄마를 떠올리며 사춘기의 딸을 키우면서 철없던 시절을 반성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