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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댕경 Dec 22. 2021

#12. 자존감, 나는 잘 모르겠어

약 4 년 전 이맘때에, 인영이와 내가 마리라이터로 열심히 활동하던 때의 일이다. 마리레터에서 마리몬더를 대상으로 자존감과 관련된 주제의 강좌를 열었던 적이 있었다. 대규모 강좌가 아니었기에 자리가 많지는 않아서 마리몬드 측에서는 선착순 신청을 통해 마리라이터에게 자리를 나눠주시겠다고 하셨다. 그 당시의 나는 ‘왜 나는 매사에 자신감이 없을까?’, ‘나는 왜 자존감이 낮을까, 그래서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자존감 강의에 대한 내용을 전해 듣자마자 너무 가고 싶어서 선착순 신청이라는 알림을 본 순간 칼같이 강좌 신청을 했다. 운이 좋게도 당첨이 되어 그 강좌를 들으러 갈 수 있었다.






사실 시간이 꽤 많이 흐른 뒤라서 강좌의 모든 내용이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그 당시 강좌에선 강사 선생님의 말씀에 몇몇 분들이 자신의 상황과 감정에 이입해서 눈물을 흘리기도 하셨던 건 기억이 난다. 듣고 싶었던 강의를 듣게 되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강의에서 들은 강사 선생님의 수많은 말씀들 중 지금도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요즘 사람들이 막 자존감을 높여야 한다, 자존감이 높아야 한다고 얘기들 하죠? 근데 저는 여러분들께 역으로 하나 여쭤보고 싶어요. 자존감이 낮으면 안 되나요?’



나는 강사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뒤통수를 망치로 세게 맞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설명해주셨다.



‘자존감도 하나의 감정과 비슷합니다. 여러분들 기분이 좋으실 때도 있고, 안 좋고 우울하실 때도 있으시죠? 자존감도 마찬가지로 높을 때가 있고 그렇지 않을 때가 있는 거예요.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존감을 마치 시험 점수처럼 무조건 높여야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 뒤의 이야기는 잘 기억이 나진 않지만, 강사 선생님께선 자존감이 낮은 상태가 단점만 있는 건 아니라고 하셨다. 그리고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자존감의 높낮이가 아니라 자존감이 낮아졌을 때 다시 높게 회복해낼 수 있는 ‘회복 탄력성’이라고도 하셨다. 강사님의 말씀을 듣고 ‘내 자존감이 낮은 게 마냥 안 좋은 것만은 아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결론적으로 강의를 듣고 난 이후로 나는 점점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애써 고민하거나 노력하지 않게 되었다. 전과는 다르게 ‘때가 되면 높아지겠지~’ 하는 여유로운 마음도 생긴 것 같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자존감 그 자체에 크게 연연하지 않게 됐다. 
예전에는 다른 사람들에겐 굉장히 관대한 반면 나 스스로에게 되게 엄격하고 높은 기준을 들이미는 나의 성격의 원인이 너무나 낮은 내 자존감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 성격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고 애정을 담뿍 나누어 주는 건 잘 하지만 나 스스로에게는 그렇게 못해주는 거라고 생각했다. 자꾸 부정적인 쪽으로 생각을 파고들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해주는 칭찬이 불편해지고, 타인의 관심과 애정을 끊임없이 의심했던 것 같고. 그런데 요즘 들어서는 나 자신에 대한 기대치가 남들에 대한 기대치에 비해 훨씬 높기 때문에 남에게는 그토록 관대하지만 나 스스로에게는 엄한 잣대를 가지게 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냥 남들보다 뭐든 더 잘하고 싶은 내 욕심이 지금과 같은 성격을 만든 게 아닐까. 






시니컬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가끔은 사람들이 본인과 관계된 다양한 상황 속 문제들의 발생 원인을 자존감이 낮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심지어 사회 속 문제까지도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런 자존감에 대한 생각을 바탕으로 문제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는 것처럼 화살을 돌리고 자존감을 높이면 어렵지 않게 해결될 거라고 믿는 것 같다. 그런데 자존감이 높아졌는지는 어떻게 확인할 수 있지? 마치 시험 성적이 오른 걸 점수나 등급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자존감이 높아지면 ‘뿅’하고 부정적인 마음들이 사라질까? 그럼 얼마나 높아져야 문제가 해결될까? 






내가 칭찬을 불편해하는 게 자존감 때문인가 하는 생각을 하는 것도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조금 이상한 것 같기도 하고. 가정 형편 등의 다양한 부정적 환경 때문에 지금의 나보다 어린 시절의 내가 훨씬 자존감이 낮았을 텐데, 그때는 칭찬이 불편하다고 느꼈던 적이 별로 없었으니 말이다. 오히려 아주 어릴 땐 어른들의 애정과 칭찬에 ‘감사합니다!’라고 쉽게 대답하며 배꼽인사했었는데. 근데 또 이게 자존감과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 있냐 하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이 뭐였냐면, 나도 자존감 잘 모르겠어! 그래서 자존감에 대해 고민하지 않으려고 해.

그리고 인영이가 사랑받아 마땅하고, 존경스럽고, 대단한 존재라는 건 알겠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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