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북클럽 2020 10월의 책
얼마전 부터 아이가 말끝을 흐리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마지막 발음을 불분명하게 하니 대화를 하다보면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지요. 아이의 말을 못 알아들을 때면 "뭐라고?" 라는 소리를 연신 하게 됩니다. "분명하게, 또박또박 말해봐. 그래야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다그쳐 물을 수록 아이의 목소리는 점점 더 기어들어갑니다. 한 때 지나가는 습관일텐데, 너무 아이에게 뭐라고 했나봅니다. 그냥 편하게 들으면 될 걸요. 말을 더듬는 것에 대한 부모의 반응도 마찬가지라고 들었습니다. 말을 더듬는 현상은 아이의 입 때문이 아니라 부모의 귀 때문에 더 심해진다고요.
조던 스콧의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을 읽으며 저의 태도를 반성하게 됩니다. 아이에게 이런 말을 해줄 수 있는 아버지라니, 멋진 아버지때문에 작가가 자신의 생각을 멋진 언어로 표현하는 시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겠구나 싶습니다. 이 그림책은 저자인 조던 스콧의 어린 시절을 담고 있습니다. 아이는 아침마다 여러 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깹니다. 하지만 아이는 그 어떤 것도 소리내어 말할 수가 없습니다. 낱말들은 혀와 뒤엉켜 목구멍 안쪽에 달라붙어 버립니다.
그래서 아이는 학교에 갈 때마다 걱정이 많습니다. 오늘은 특히 더 그러한데요. 선생님은 한 사람씩 돌아가며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에 대해 발표를 하게 하셨습니다. 오늘은 유난히 더 목구멍이 막히고 입은 꼼짝도 하지 않습니다. 학교가 끝날 시간 아버지가 아이를 데리러 오셨습니다. 아버지는 아이의 어두운 얼굴을 보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짐작하십니다. 아버지는 아이를 강가로 데려갑니다. 그리고는 강물을 보며 아이에게 말을 해줍니다. 너는 저 강물처럼 말을 한다고요. 아이는 강물을 쳐다봅니다. 강물처럼 말을 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강물은 굽이치고, 부딪치고, 부서지면서 흘러갑니다. 이 날의 기억은 조던의 생각을 달라지게 만들어주었습니다. 강물도 자신처럼 더듬거리면서 흘러간다는 걸 안 순간 커다란 위안이 찾아온 것이지요.
누구나 말을 더듬을 수 있습니다. 말을 더듬는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뇌나 발성기관의 문제일 수도 있고, 언어 발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정서적 원인때문일 수도 있는데요. 말을 더듬을 때 아이를 다그치지 않고 천천히 아이의 말을 들어줄 수 있는 마음 자세를 가져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