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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리나 Jun 06. 2022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오스카 와일드의 유일한 장편소설이다. 동성애 문제로 재판에 서게 되었을 때 이 소설은 그의 유죄를 입증하는 결정적인 근거로 이용되기도 했다고 한다.책의 서문부터가 도발적이다. 이런 서문을 읽어본 적이 없다. "도덕적이거나 비도덕적인 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책은 잘 썼든지, 잘못 썼든지 둘 중 하나다. 단지 그뿐이다. "라고 말하는 작가는 소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예술은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소설에서 도리언이 지니고 있는 아름다움은 가장 중요한 소재이다. 흔히 탐미주의자, 유미주의자라고 불리우는 오스카 와일드가 아름다움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엿보게 한다. 헨리는 아름다움은 재능보다 고상한 것이라고 말을 한다.



 화가 바질이 자신을 그린 아름다운 자신의 초상화에 매료된 도리언 그레이는 초상화에 담긴 젊음과 아름다움을 자신의 영혼과 맞바꾸게 된다. 헨리의 유미적 쾌락주의에 영향을 받아, 도리안은 상류사회에서는 점잖은 신사 행세를 하면서도 밖에서는 은밀하게 자신의 욕망에 탐닉하는 이중적인 삶에 빠져든다. 영원한 아름다움에 영혼을 바쳐버린 도리언이 파멸해가는 과정은 섬뜩하면서도 흥미롭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세 사람의 의미를 메타포로 해석해도 크게 이상하지 않다. 쾌락적인 시각을 대표하는 헨리와 도덕성을 의미하는 바질, 이 둘 사이에서 도리언은 헨리의 이야기에 끌리게 된다.



바질 홀월드가 말한 예술작품과 예술가의 관계, 혹은 예술가가 작품을 창조한다는 행위에 대한 의미는 상당히 고전적이면서도 한마디로 단언하기 어려운 주제이다. 훌륭한 예술작품이 나오려면 강렬한 경험이나 대상이 존재해야한다. 바질에게 도리언은 예술적 감수성을 끌어내준 대상이다. 바질은 도리언에 대한 애정이 담겨있는 그림이 다른 사람에게 공개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 다른 사람들이 이러한 사실을 눈치챌 것이 두려워서이다.



 도리언이 헨리의 말에 영향을 받고 끝내 파멸해가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의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단계에만 머물렀기 때문이 아닐까. 결국 시빌에 대한 사랑도 시빌 개인에 대한 총체로서의 사랑이 아닌 시빌이 표현해낸 연기자로서의 사랑, 예술에 대한 사랑의 한 단면을 보여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영원한 생명이나 젊음이 가지는 아름다움에 탐닉하는 것은 인간의 보편적 욕망일까? 삶이 아름답고 젊음이 소중한 것은 시간의 유한성때문에 그러할 텐데, 영원한 아름다움에 집착하고 결국은 파멸해버리는 도리언 그레이의 모습을 통해 욕망의 어리석음을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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