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여행자’로 살아가기

일상 속 나만의 작은 사치

by 책읽는 리나

올해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우리의 생활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여러 활동들이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경제적 손실과 피해를 입은 사람들도 늘어만 갔다. 그 중 가장 제한받은 활동을 꼽아보자면 여행, 특히 외국으로 떠나는 여행이 아닐까 싶다. 얼마 전 작년에 식구들과 다녀온 여행 사진을 정리하게 되었는데 절로 여행지의 추억에 빠지게 되었다.


사람들이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여행을 가기 전 준비하면서 느끼는 설레는 마음과 다녀온 후의 추억 때문일 것이다. 실제 여행의 과정은 앞과 뒤의 감정에 비해서는 덜 할지라도 말이다. 세상 사람들을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두 부류로 나눈다면 사실 나는 좋아하지 않는 사람 쪽에 가까웠다. 여행을 좋아하지 않았던 이유는 어릴 적부터 멀미가 심해 차를 타는 일이 고역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행을 함께 가기를 원하는 주변 사람들이 많아 한 해에 한 번 이상의 여행을 다녀오곤 했었다. 그런데 올해에는 여행을 다녀올 수 없게 되었다. 아마도 내년도 비슷한 상황일거라고 예측된다. 그래서 이 시기에 내가 향유하는 일상 속 나만의 작은 사치가 새로 생겨났다. 바로 세계 각국의 여행한 사람들의 책을 읽으며 대리 체험을 하는 것이다.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를 읽다가 '방구석 여행자' 라는 단어를 발견하고는 지금의 상황과 딱 맞는 단어이구나 싶었다. 'armchair traveler'라는 단어는 편안한 자기 집 소파에 앉아 남극이나 에베레스트, 타클라마칸 사막을 탐험하는 여행자를 조금은 비꼬는 표현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다른 누군가의 간접경험을 내가 직접 경험한 여행에 더해 하나의 여행경험으로 완성시켜나갈 수 있다. 그림으로 치자면 내가 그린 그림에 타인의 경험을 덧입히는 식으로 여행의 의미를 채워나갈 수 있는 상황이다.


여행을 가기 전 아무리 사전 공부를 하고 가더라도 한두 번의 체험으로는 여행지의 모든 것을 담아올 수 없다. 그래서 떠나가기 전에도 정보를 찾아보지만 다녀와서도 여행지에 대한 자료를 찾아본다. 여행을 갈 때 그 곳에 대한 입체적이고 다양한 정보를 알게 된다면 여행의 의미가 더 풍성해질 것이다. 여행을 갈 때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생각을 하며 돌아온다. 돌아와서는 다녀온 곳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를 해봐야지 라고 결심하지만 곧 흐지부지 되어버렸다. 이런 갈증 때문에 책으로 떠나는 여행 모임을 열어보기도 했다. 그동안 피상적인 정보로만 알고 있었던 내용들이 연결되는 신기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수많은 여행서와 여행에세이가 출간되어 손만 뻗으면 읽을 수 있는 요즘, 세계 각국의 여행 관련 책을 사서 읽는다. 남미 여행을 막 마치고, 지난달부터는 다시 유럽으로 건너왔다. 지난 달에는 스페인에 대한 책들을 읽으며 안달루시아 지역의 미술관을 구석구석 다니며 그림을 구경하였다. 이번 달에 떠나는 곳은 포르투갈이다. 노란색 트램을 타고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올라탄다. 동화의 나라 ‘페나 성’으로도 구경을 간다. 페나성은 마누엘 1세가 가톨릭을 강화하기 위해 신트라의 두번째로 높은 봉우리에 건립했던 성을 재건축한 곳이다.


KakaoTalk_20201023_225339247.jpg 포르투칼의 페나성


책을 고를 때는 이왕이면 사진이 많은 책을 고른다. 책으로 세계 여행을 다니다보면 어느새 즐거움과 기쁨으로 가득 찬다. 쉬었다 돌아다닐 수도 있고, 도시를 건너 뛸 수도 있다. 이처럼 나만의 작은 사치를 통해 방구석 여행자로 살아가는 시간이 즐겁다. 여행을 다녀온 누군가의 이야기가 나에게로 와서 여행의 경험으로 쌓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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