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혼자 있고 싶었을 때
『19호실로 가다』
쌍둥이가 어렸을 때 즐겨 가던 인터넷 카페가 있었다. 쌍둥이 엄마들이 가입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였다. 쌍둥이를 낳고 키우면서 어려움과 힘듦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었다. 첫 정기모임에서, 길을 가다 선배 쌍둥이 엄마를 만났는데 아무 말 못하고 펑펑 울었다는 분의 이야기를 들었다. 선배 엄마는 그냥 말없이 등만 토닥여주었다고 하는데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눈시울이 젖어왔다. 그 때의 마음을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어느 날 그 카페에 어떤 게시글이 올라왔다. 자신이 오피스텔을 하나 얻었는데, 주말에만 그 곳에 가서 시간을 보내고 온다는 것이다. 방사진을 올렸는데 너무나도 예쁜 침구들로 꾸며진 침대가 놓여있어서 나도 저기 가서 하룻밤 푹 자고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평일에는 자신이 쌍둥이 둘을 돌보고, 주말에는 베이비시터와 남편이 아이들을 돌본다고 한다. 사람들의 반응이 엄청났고 댓글은 쉴새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반응은 부정과 걱정이었다. 글을 올린 분은 다음 날 글을 삭제하였다.
도리스 레싱의 『19호실로 가다』 는 쌍둥이 아이를 포함한 네 명의 아이를 키우는 수잔이라는 여성의 이야기이다. 수잔은 결혼과 출산을 한 후 자신의 일을 포기하고 네 명의 아이를 돌보는데 열정을 쏟는다. 그녀가 열정을 쏟은 만큼 가정은 아무 문제가 없고 아이들은 별 문제없이 자라지만 점점 자신의 정체성은 희미해진다. 그녀가 삶의 허망함을 느끼게 되는 원인은 결혼과 육아때문이었다. 수전은 가족에게서 벗어나 혼자이고 싶었지만, ‘집’이라는 공간에서 수전은 온전히 혼자일 수 없었다.
수전은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 낡은 호텔의 19호실에 매일 가서 시간을 보내고 온다. 그 곳에서 어떤 역할과 의미도 강요받지 않는 ‘자기 자신’을 마주할 수 있다. 집에 없는 시간 엄마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위해 입주가정부 독일인 여성 소피를 고용한다. 어느 날 집으로 돌아온 수전은 자신이 없어도 소피가 아이들과 아무 문제없이 지내고 있는 걸을 발견한다. 그 순간 자신이 그토록 매달려왔던 어머니의 역할도 그녀의 완벽한 정체성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소설은 육아와 가사일로 인해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가는 여성이 자기 자신을 찾고자 하는 욕구를 보여준다.수잔은 19호실이 그런 공간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그녀는 자신을 발견하지 못하고 안타까운 선택을 하고만다. 간절하게 나 혼자 있고 싶다고 생각했던 시간들도 어느덧 지나가고 있다. 아이들은 자랐고 그토록 절실하게 원했던 19호실은 아직까지 존재하지는 않는다. 나만의 시간과 공간에 대한 열망은 여전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