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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한별 Jun 27. 2020

별 것 아닌 일에도 화가 나는 이유

 


사소한 일에도 쉽게 화를 내는 사람을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다. 분명 별 것 아닌 일 같은데 불같이 화를 버럭 내는 모습을 보면 괜히 가까이 하고 싶지가 않다. 보는 이도 그렇지만 막상 화를 낸 당사자도 시간이 지나면 화낸 것에 대해 죄책감과 후회하는 감정을 느낀다. 


반대로 자신이 화를 낸 것은 정당하다며 이유를 구구절절 늘어놓는 사람도 있다. 누구에게나 화를 내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부하 직원이 시킨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거나, 친구가 내 말을 가로채고 본인 할 말만 늘어놓았다거나, 사랑하는 애인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거나 하는 등의 분명한 표면적인 원인이 있었기에 화를 낸 것이다. 


 화가 나는 감정 외에 인간의 모든 감정은 반드시 선행되는 원인이나 이유가 반드시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가 인식하는 것은 근본적인 진짜 원인이나 이유가 아닌 경우가 많다.      


 은영이는 친구들과 대화를 하다가도 쉽게 흥분하고 언성이 높아졌다. 친구들은 항상 “목소리 좀 낮춰라, 왜 이렇게 화를 내며 말을 하냐.” 등의 질책을 했다. 그런 말을 들은 은영이는 “내가 언제 화를 냈냐?”며 더 큰 소리로 화를 내기도 했다. 은영이는 친구들 사이에서 늘 화가 많은 아이로 통했다. 하지만 은영이가 나쁜 아이는 아니다. 동정심도 깊고 친구들에게 속상한 일이 생기면 늘 나서서 해결해주려 하는 정의의 사도다. 


 은영이는 사소한 일에 곧 잘 화를 냈는데, 자신의 의견이 친구들과 다르거나, 친구들이 자신에게 도움을 주려고 충고나 조언을 해 줄 때면 어김없이 언성을 높이거나 화를 냈다. 이런 은영이의 태도에 친구들은 마음이 상할 때가 종종 있었고, 그럴수록 은영이와 깊은 대화를 하려 하지 않았다.      


 은영이와 비슷한 사람들을 주변에서 종종 경험한다. 이들은 대부분 화를 내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은영이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말이 맞는데 상대방에 틀리다고 하니 화가 났고, 자신을 위로하고 도와준답시고 기분 나쁜 충고를 늘어놓으니 화가 났다. 은영이가 화를 자주 내기는 하지만 매사에 화를 내는 것은 아니다. 


은영이는 누군가로부터 무시를 당하거나 공격당한다고 느낄 때 자신도 모르게 화를 버럭 내곤 했다. 친구들이 자신과 다른 의견을 내는 것이, 친구들이 자신에게 충고나 조언을 하는 것이 결국 자신을 무시하고 공격하기 위한 것이라고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것이 서로의 감정을 상하게 한 것이다.  그녀가 화를 내는 모든 상황을 잘 들여다보면 그 이면에는 자신이 무시당하고 공경당한다고 느끼는 무의식적인 인식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표면적인 것에서 이유를 찾는 것이다.      


 인간은 종종 무의식적인 차원을 인지하지 못하기에 스스로 인지할 수 있는 의식적인 차원에서 어떤 감정의 이유나 원인을 찾으려 한다. 하지만 그것을 해결한다고 해서 같은 감정이 영원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더욱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그것을 마주하고 깨달아야 비로소 내가 느낀 감정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단순히 표면적인 상황에서만 원인을 찾고자 한다면 결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쉽게 화내고 욱하는 상황들을 정리해서 그것 자체가 아닌 그 상황 이면에 숨어 있는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진짜 이유를 발견해 보자. 


사실은 친구가 자신을 무시해서 다른 의견을 내는 것이 아니라 주관을 뚜렷이 말한 것이며, 자신을 공격하고 업신여기기 위해 조언하고 충고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더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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