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서울에 가면 연필 있겠지? 색종이 있을까?”
“엄마, 서울은 얼마나 추워? 마이너스야? 눈 와? 가서 눈놀이해야 되면 장갑 챙길까?”
“엄마, 핸드폰 가져갈까? 말까? 엄마 잃어버리면 어떡하지?”
“엄마, 엄마, 엄마…..”
서울여행을 앞두고 아이들의 질문이 쏟아진다. 어우~ 정신없어.
서울이 처음도 아닌데, 질문도 하나같이 어쩜 이리 촌아이스러운지. 피식피식 웃음이 났다.
12월 딸아이의 편도절제수술을 앞두고 생일을 핑계로 서울여행을 계획했다가 여러 이유로 취소하기를 여러 번.
아몰랑 P재질을 발휘해 며칠 전 비행기티켓만 덜렁 예매했었다.
어제 외할머니의 갑작스러운 입원으로 당연히 못 가겠지 싶어 티켓을 취소했다가 엄마가 애들 실망시키지 말고 다녀오자고 해서 오늘 낮에야 취소수수료와 올라버린 비행기티켓 값을 감내하며 다시 결제했다.
12월 초 계획했던 일정과 틀어지면서 예약했던 장소들도 모두 못 가게 되었고, 날도 갑자기 추워진대서 외부활동을 제외했더니 막상 갈만한 곳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 그냥 비행기 타는데 의의를 두고, 이번엔 롯데월드랑 대형트리 있는 곳 어디든 서울느낌 팍팍 느끼고 오자.’
남편의 휴가일정도 맞지 않아 결국 엄마와 나, 아이들이 함께하는 이번여행.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서 뭐부터 해야 할지 감도 오지 않는데, 아이들은 여행을 앞두고 캐리어를 이방 저 방 끌고 다니며, 장난감도 넣었다가, 옷도 넣었다가, 책도 넣었다가, 이것저것 넣었다 빼었다를 반복하더니, 설레서 잠이 안 온다나 뭐라나? 저녁 내내 발을 동동 구르며 좋아했다.
그렇게 아이들은 여행 시작 전에 이미 짐 싸며 에너지를 다 쏟아내고 자러 들어갔다. 응?
종일 멍 때리고 있다가 애들 잠들고 나서야 부랴부랴 짐을 챙기는데, 서울 날씨를 체크했더니 내일부터 갑자기 추워져 영하로 내려간단다.
뭐? 영하 4도???
영하 4도가 얼마나 추운 거지? 제주에서 나고 자라 영하를 체감해 본 적 없는 나는 그저 감도 안 오는 영하의 서울날씨를 상상하다 질려버렸다.
너무 추워서 걸어 다니지도 못하는 지경이려나? 가만히 서있으면 콧물이 고드름이 되어 얼어버리는 건 아니겠지? 상상하면서도 나 자신이 기가 차서 웃음이 다 났다.
어우, 촌스러. 너무 제주촌년 같네. 낄낄.
어쨌든 춥다니까 아이들 옷을 두어 개 더 챙기고, 비상약도 챙기고, 장갑이랑, 내복도 하나 더? 뭘 얼마나 입혀야 하지? 실내활동만 할 것 같은데 굳이 이렇게 바리바리 싸들고 가야 하는 건가? 싶다가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낫지 싶어 챙기다 보니 짐이 산더미.
“20인치 캐리어 하나로는 절대 불가능하겠네?” 했더니.
옆에서 낚시장비를 손질하던 남편이 “20인치? 이민가방을 가져가도 모자랄 것 같은데? 당신 이민 가?” 란다.
아… 맞다. 외국도 아닌 서울인데 뭐 그리 바리바리. 없으면 없는 대로, 급하면 사서 쓰면 되는데? 라며 26인치 캐리어 하나와 20인치 캐리어 하나에 대충 여유 있게 잠을 나눠 담았다.
서울여행은 본디 쇼핑으로 시작하여 쇼핑으로 끝나는 것이므로 캐리어 하나쯤 비워가는 게 인지상정. 후후훗.
남편만 두고 가는 여행은 처음이라 괜히 미안한 마음도 들고 신경이 쓰여서 애써 아닌 척했는데, 짐을 싸다 보니 자꾸만 설레서 나도 잠이 안 올지경이다.
내일 공항 가는 길에 어디 가면 좋을지 검색 좀 하고 예약하면 되겠지?
모쪼록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재밌게 놀다 오자!!!
제주도시가족의 서울여행기는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