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에세이] 영화 <수면의 과학>
당신을 사랑하기 시작했던 건 작은 순간이었어요
그 다음엔 그보다 더 작은 순간이었죠
작은 순간들이 감정을 만들어내요
감정이란 우물과 같아서
작은 물길만이 고여있을 수 있는 거예요
하지만 말이죠
작은 순간들이 모이면요
우물은 범람을 시작해요
저에게는 우물의 구멍이 너무나도 작아서
그 작은 순간들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다만, 셀로판의 세계에서는 호수가 있어요
작은 순간들이 모인 아름다운 호수가 말이죠
숲으로 둘러싸인 그 호수에서
제가 하지 못했던, 해서는 안 될 이야기를 해요
아무도 듣고 있지 않겠지만
숲 속에 사는 골든리틀 포니가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건
언제나 제가 당신을 생각하고 있을 때랍니다
저는 언제나 상처 받을 준비가 되어있으니까
괜찮아요
그러니까
언제든 말해주세요
호수마저 흘러넘쳐 당신의 숲을 침범한다면
저는 단지 당신의 이웃이고
언제나 거짓말쟁이일 테니까
저는 떠납니다
마지막 작별인사를 위해 당신의 숲을 찾아요
당신은 보이지 않습니다
당신의 가장 은밀한 침실을 찾아요
당신의 이불, 베개에 얼굴을 묻고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약속한 보트를 봅니다
그렇게 저는
마지막으로 눈을 감고 떠납니다
영원히 함께일 수 있는
우리만의 셀로판 세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