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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동석 Jun 02. 2019

지구의 외로움을 모두 모아 커다란 병에 담으려 한다면

[감성 에세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날이 있기 마련이야.

눈꺼풀은 하루 종일 무겁고, 목이 뻣뻣하게 굳어서는

몸살에 걸린 것처럼 내 뜻대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날이.


누구나 그런 날이 일 년에 한 번쯤은 있다고 생각해.

그럴 때마다 나는 집안에 틀어박혀서

문이라는 건 모두 걸어 잠그고,

집에서 제일 두꺼운 이불을 꺼내서 머리끝까지 덮어버려.


"아, 오늘 나는 이 세상에 없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말이야. 그러다가 문득

내가 잊혀버리진 않을까 두려운 마음이 드는 거야.

인간관계가 그리 깊지도, 넓지도 않은 데다

가족이라고 할 사람들도 마땅히 없으니까.

내가 실종된다고 하더라도 기껏해야

너밖에 관심을 갖지 않을 테니까.


편의점에 알바를 나가지 않는다고

점장이 우리 집까지 찾아올 이유조차 없고.

그냥 새로 뽑으면 되니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TV를 틀어 뉴스를 보면

이 세상은 나와는 작은 연관성도 없이 흘러가고 있어.


그러면 나는 문득 서글픈 생각이 들어버려.

적어도 나와 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나보다 좋지 못한 환경의 사람들도 많을 텐데.


지구의 외로움을 모두 모아서

커다란 병에 담으려고 한다면

적어도 달 크기는 돼야 될 거야.

부족할 수도 있겠지만,

크기가 어떻게 되었든 흘러넘치기 마련이야.

외로움은 우주의 미세한 입자들 보다 훨씬 가벼우니까.

애초에 담을 수가 없는 것이지.


그렇다면 왜 그 외로움을 담아야 하는 건지

묻는 사람들도 있을 거야.

다만, 사람들은 이유도 모른 채로

그 외로움을 저마다 와인잔 세 잔만큼씩은 가지고 있어.

그 이유를 찾다가 사람들은 죽어버리지.

그렇게 떠도는 외로움이 근처 사람들에게 하나 둘

축적이 되어버리고.

더 이상 그것들을 감당할 수 없을 때,

우리는 상실감에 빠져버리지.

상실은 절망이 되어버리고,

삶의 이유까지도 앗아가 버리는 거야.


나는 그게 조금 서글픈 뿐이야.


때문에 나는 다시 이불을 장롱에 곱게 접어 넣어놓고

불을 켜고 스트레칭을 해.

세상을 조금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그런 무의미한 체조와 웃음들에 있지 않을까.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날이 있기 마련이라는 거야.


그러니까 오늘은 나를 좀 이해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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