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깊어져야하는 시기.
경제 성장, 기업 성장, 교회 성장, 영적 성장 등 거시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성장이란 단어를 목표로 삼고 살아온 시기가 있다. 그리고 어느 영역에서는 여전히 성장을 추구하는 중이다.
그러나 요즘 내게 계속 성장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왜 성장해야 하는가? 왜 위로 옆으로 자라나는 것을 추구해야 하는가? 그것은 실제적인 허상이 아닐까?
우리의 삶에는 위로 옆으로 자라나는 것만이 필요한 게 아니다. 아래로도 자라나야 한다. 위와 옆의 성장은 양지에서 햇빛을 받으며 보기 좋게 자라난다. 성장은 타인을 향한 자신의 존재감을 쉽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다.
반면, 깊어지는 것은 무엇인가? 아래로 깊어지는 것은 햇빛이 들지 않고 땅 아래, 지하에서 거친 흙의 저항을 견뎌내며 뚫어야지만 깊이깊이 내려갈 수 있다. 깊이는 외적인 요소로 자신의 결핍이나 직면한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아니라, 혼자만의 고독과 고민을 끌어안고 발버둥 칠 때, 지하의 흙덩이들과 나뒹굴며 어둠을 두려움이 아닌 동반자로 받아들이기 시작할 때 조금씩 깊어진다.
교회들은 어떠한가? 여전히 성장만을 외치는가?
외적, 양적 성장도 좋다. 그러나 아래로 깊어져야 한다. 교회 내의 성도들과 아픔들이 어떤 프로그램으로 다루어진다면 언 발에 오줌누기 식이다. 프로그램 이전에 그 아픔을 나 역시 끌어안아야 한다. 상대의 아픔을 나도 끌어안고 부비대며 눈물 흘릴 때, 그 공감과 사랑의 몸동작은 거친 풍파를 이겨낼 힘을 제공한다.
겸손하게 함께 있어주는 것. 그것이 깊어지도록 하는 길이 된다.
한국 사회 역시 깊어져야 한다. 정치도, 경제도, 교회도, 개인들의 삶도…
그 깊어짐은 신이 인간에게 주신 큰 축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