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ule Song Nov 02. 2022

아이가 혼자 자기 시작할 때

만 6년이 지난 독립 수면

사흘 전, 갑자기 뱉은 아이의 말.

나 이제 혼자 자볼래. 오늘 밤은 혼자 잘 거야.”

그 말을 들으면서도 나는 아이가 돌연 마음을 바꿀 거라고 자신했다. 용감하다고 칭찬하면서도…

밤이 되어 잘 시간이 되자 아들 녀석은 내 옆에 있던 자기 베개를 들고 매트리스가 놓인 놀이방으로 향한다. 그때만 해도.. 다시 돌아올 거라 생각했다.

아빠가 옆에서 같이 있어주니 잠이 들었다.

그렇게 첫 독립 수면이 성공했다.

둘째 날도..

그리고 오늘 셋째 날도…

혼자 잘 자는 아이를 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아이와 같이 자는 지난 6년간, 언제쯤이면 따로 잘 수 있을까 기다렸다. 발로 차이기도 하고, 내 옆에 너무 붙어 불편해서 제대로 된 수면도 힘들었다. 독립 수면을 얼마나 기다려왔던가.

그런데… 아이가 독립해서 잠을 잘 자고, 침대가 넓어져 편한데도 나는 여전히 잠을 잘 못 잔다.

아이와 함께 잘 때는 물리적으로 불편해서 수면이 어려웠다면, 지금은 새로운 변화, 6년간 붙어 자던 아이가 갑자기 내 옆에 없다는 이 변화에 심리적인 충격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아이가 키가 자라고 혼자   아는 게 늘어나며 내 손 가는 게 적어졌지만, 잠을 같이  때에는 아이가 독립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었다.

그러나 수면 분리가 이루어지니.. 아이가 이제 커가는 게… 독립적인 존재로 서 가는 게 느껴진다. 아이 본인 스스로가 선택한 독립 수면은 “나는 잘 크고 있어요, 엄마”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아이는 이렇게 스스로 잘 크고 있는데, 나의 마음은 그 성장이 기특하면서도 쓸쓸해진다. 내가 아이의 독립된 성장을 맞을 준비가 안되었음을 깨닫는다.


6년간 부둥켜안으며 잠들었는데.. 새로운 시작이 아직은 낯설다.


작가의 이전글 현지인 친구를 만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