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이시영 May 01. 2023

모가지 댕강-이 무서워요.

나를 자르지 말아 주세요...






모처럼 완벽한 일을 구한 것 같다(귀여운 시급 빼고).

고작 몇 주 일한게 다지만, 일에 있어서는 만족도가 높았다.

사내카페 특성상 폭풍 같은 점심시간이 지나면 여유로운 오후도 만끽할 수 있었다.

그러면 나는 마시고 싶은 음료를 만들어 창밖을 보며 한껏 여유를 부린다. 


오늘도 평소와 다름없이 여유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을 때였다. 

나를 포함한 다른 직원들이 의자에 앉아서 핸드폰을 보고 음료를 마시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 또한 지난주에 가져온 책을 읽어볼까, 하며 꺼내는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나의 이런 여유로운 모습이 맞는 건가 싶었다.

갑자기 직원의 눈으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렇게 여유로운 시간에, 작은 카페 공간에, 직원이 여러 명이 있는 것을 의아해하지는 않을까?

아무도 눈치 주지 않았지만 눈치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한창 카페 일을 구하고 있을 당시의 기억이 떠올랐다.

최저시급이 오른 만큼, 풀타임을 구하는 카페들을 찾기 힘들었다.

바쁜 점심시간에만 2-3시간, 짧으면 1시간만 구하는 공고를 정말 많이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하게도 나는 풀타임으로, 원하는 시간대의 일을 구했다. 

감사한 상황에서 노동력을 박박 갈아도 모자랄 판에!

이렇게 각박한 세상에서 여유를 부리는 나 라니!


두려운 마음에 매니저님께 슬그머니 다가가 물어보았다.


"점심시간만 아니면 그렇게 바쁘지 않은 카페인데, 저 정말 필요해서 뽑으신 거 맞죠?"

"회사 직원들이 뭐라고 하면 저 잘리지 않을까요?"


스스로 말하고도 참 어이가 없었다. 

매니저님은 웃으면서 그럴 일 없다고, 우리 할 일 생각보다 많다며 위로 아닌 위로를 해주셨다.



......



내가 일하는 카페에는 직원들이 따로 회의하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회장님도 자주 드나드는 곳이기도 하다.

이 날도 어김없이 회장님은 비서분들을 데리고 회의 공간으로 향했다.

나는 회장님의 음료를 만들면서 마음속으로 주문을 외웠다.


'회장님한테는 내 월급 별거 아닌 돈이잖아요. 

저 열심히 일할테니, 저라는 존재를 그냥 못 본 척 넘어가주세요.'



......



하루종일 직원들 눈치 보느라, 회장님 눈치 보느라 몸이 따끔따끔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을 했다.

위축은 나의 몫일 수도.

그럴수록 나는 더 밝게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감사합니다!








*그림에 적은 글은 즉흥적으로 적었기에, 브런치에 다시 정리해서 옮깁니다.

작가의 이전글 붓을 잡고 든 생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