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불상은 왜 이탈리아 피렌체에 갔을까

버나드 베렌슨 컬렉션

by 씅씅

이탈리아 피렌체 하면 흔히 “두오모”(브루넬레스키가 설계한 돔형 천장으로 유명한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 미켈란젤로 광장, 그리고 티본스테이크가 알려져 있다. 하지만 나에게 피렌체는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귀중한 중국 유물 십 수 점이 있는 곳이다.


피렌체 시내에서 차로 30여 분 떨어진 외곽 피에솔레에 위치한 빌라 이 따띠(Villla I Tatti)에는 700여 점의 미술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사학자이자 감식가였던 버나드 베렌슨의 사택이었던 이 따띠는 베렌슨이 빌라와 소장품 모두를 하버드 대학에 기증하면서 현재 하버드 르네상스학 연구소로 운영 및 보존되고 있다. 9년 전 스미소니언 펠로우십을 마치고 박사 입학 사이 베렌슨이 수집한 중국 작품을 조사하기 위해 몇 달 파견되었는데 최근 9년 만에 재방문하게 되었다.


(좌) 빌라 부근 포도밭 (우) 빌라 부근 올리브밭

개인적으로 연구소 자체나 빌라 소장품보다는 주변 환경과 빌라 내 정원을 좋아한다. 베렌슨은 빌라가 위치한 언덕 일대의 개발을 막기 위해 인근 대지를 모두 매입하였는데 아직까지도 포도밭과 올리브밭으로 가꾸어지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된 하우스 와인이 연구소에서 점심식사마다 제공된다.


(좌) 빌라 이 따띠 내 로마식 정원 (우) 영국식 정원

베렌슨은 리투아니아 태생 유대계 미국인이지만 빌라에는 이탈리아와 영국 문화가 혼종 되어 있다. 베렌슨의 로마식 정원은 테라스 형식을 갖추고 있는데 그 옆으로 편백나무 터널과 회랑, 감람나무 숲, 조각상, 분수대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겨울에 레몬 나무를 보관하는 리모니아를 지나면 각양각색의 꽃이 흐드러지게 핀 영국식 정원이 펼쳐진다. 이 드넓은 정원을 관리하기 위해 5명의 정원사가 이곳에 상주하고 있다.


연구소의 스케줄조차도 이탈리아와 영국 사이 어디쯤에 맞춰져 있다. 오전 11시엔 갓 구운 포카치아가 나오고 오후 12시 45분엔 아페리티보를 준다. 1시엔 다 같이 하우스와인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하고 4시 반에는 드로잉룸에서 티타임을 갖는다. 베렌슨이 이곳에 생활할 때부터 이어져온 전통이다.


베렌슨이 이런 규모의 대지와 빌라를 매입 및 관리하고 사후에 기증까지 할 수 있는 부를 축척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에 대한 그의 감식안이 큰 공헌을 했다. 미국 보스턴의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와 같은 메이저 컬렉터들에게 감정 및 자문을 해주면서 거래가의 5%를 수수료로 받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연구소는 여러 차례 증축되었지만 베렌슨이 생활했던 빌라는 최대한 원형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즉, 베렌슨이 걸어 놓고 배치해놓은 작품들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일반 미술관 소장품처럼 대여를 통해 외부로 나갈 수가 없다. 이탈리아 초기 르네상스의 보물 같은 작품들 사이 뜬끔없이 동양 작품들이 놓여 있다. 이들이 바로 내가 다루어야 할 물건들 중 일부이다.


르네상스 회화들과 함께 전시된 중국 북위, 수, 당 조각상들

이 중국 물건들은 어쩌다 피렌체 외곽의 이 빌라까지 오게 되었을까? 베렌슨은 1894년 보스턴 미술관에서 가드너와도 친분이 있는 어니스트 페놀로사를 통해 동양 미술을 처음 접했다. 그 후 주로 파리 딜러들을 통해 중국 회화, 금동불상, 당삼채, 석조 작품을 비롯하여 중국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일본, 티베트를 아우르는 동아시아 작품 40점 이상을 구입하였다. 비록 많은 수는 아니지만 베렌슨이 동양 유물을 골동품이 아닌 미술 작품으로 여겨 수집 및 연구하였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그래서 소수지만 미술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작품들이 이 그룹에 포함되어 있다. 베렌슨은 자신의 저서에서 피렌체 화가와 동양 화가의 선묘능력 사이에 유사성을 밝히기도 했으며 이탈리아 종교미술 작품만큼이나 중국 불교 조각에 애정과 관심을 표하기도 했다. 물론 베렌슨 사후 70여 년 동안 그의 감식안이나 저술 많은 부분이 후대 연구자들에 의해 보완되고 있다. 하지만 20세기 초에 수집한 중국 조각을 서양문화의 정수로 여겨지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작품 사이에 이질감 없이 배치할 수 있는 그의 안목은 언제 봐도 탁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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