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 때 자전거를 배우려고 운동장에서 친구 자전거로 연습을 했는데 이게 영 어려웠다. 핸들을 잡고 옆에 두 발을 모으다고 올라가야 하는데 그럴 때마다 넘어졌다. 수많은 날, 자전거를 멋지게 타는 꿈을 꾸며 보냈다. 마침내 6학년 어느 날 중심을 완전히 잡고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었을 때 날아오르는 듯한 기쁨을 만끽했다. 중학교 2학년 때 부모님께서 새 자전거를 사주셨다. 사자마자 내리막길에서 넘어져 나도 자전거도 다쳤다. 경거망동하면 안된다는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그 뒤로 자전거는 둘도 없는 친구로 지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진학하면서부터 한동안 자전거의 존재를 잊어버렸다.
직장을 다니던 2006년 어느 날 선배의 권유로 산악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는데 만 3년이 지난 어느 일요일 아침 새벽에 자전거 타고 가자는 동호회 사람들의 전화를 받고는 같이 다니는 것을 그만두었다. 즐기는 것조차 남의 일정과 맞춰야 되는 게 짜증이 났기 때문이다. 2017년 겨울 고향집에서 우연히 홈쇼핑으로 스피닝 자전거 타는 광고를 보고 곧바로 한 대 주문했다. 가격도 비싸지 않았는데 집에서 서서 타는 즐거움에 완전히 빠지게 되었다. 두 달만에 드럼 벨트가 끊어져 회사에 항의를 하고 다시 받은 스피닝 자전거는 가볍게 타는 친척에게 선물로 주고 튼튼한 국산 스피닝 자전거를 장만했다. 첫 해에 4500km를 탔다. 역시 2년이 지난 시점에 가벼운 고장을 수리하러 온 AS 기사가 이렇게 완벽하게 이용하는 고객은 처음이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서서 타는 스피닝 자전거에 완전히 매료되어 있었다.
어머님을 모시게 되기 직전에 어머님 건강을 위해 앉아서 타는 스피닝 자전거를 어머님 예산으로 구입해놓았다. 어머님은 한번 도 타보지 못하시고 요양병원으로 가셨다. 앉아서 타는 스피닝 자전거가 훨씬 더 운동효과가 높고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고 체대 다니는 아들이 얘기했을 때는 한쪽 귀로 흘려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앉아서 타는 스피닝 자전거를 타보니 정말로 서서 타는 것보다 운동효과도 높고 무릎에도 무리가 가지 않는다. 그리고 서서 타는 스피닝 자전거에 비해 유튜브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즐길 수 있었다.
자가 격리 전에는 주로 계단 오르기를 했다. 격리 기간에는 계단 오르기를 할 수 없었다. 주로 주말에만 이용하던 스피닝 자전거를 아침저녁으로 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랜선 여행을 같이 떠나기 시작했다. 스위스 루체른의 리기산, 인터라켄, 로잔, 취리히를 거쳐 이번에는 미국을 향한다. LA, 뉴욕, 샌프란시스코, 보스턴, 샌디에이고 등등. 랜선 여행을 하며 스피닝 자전거를 즐겁게 타는 동안은 격리되어 있는 상황을 까맣게 잊을 수 있었다.
하루에 꼬박 세 시간씩 자전거를 타니 땀으로 인해 몸에서 염분이 많이 배출되었다. 그래서 음식을 약간 짜게 먹어야 할 정도가 되었다. 하체는 단단해지고 땀 배출로 얼굴의 피부는 맑고 부드러워졌다. 창문을 열고 바깥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눈을 감고 잠시 들판으로 자전거 타고 가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집안에만 머물러야 한다는 것이 족쇄가 되기도 했지만, 생각과 행동을 통해 얼마든지 자유롭게 훨훨 날아다닐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4년 전에 선물로 받은 땀수건에 배어있는 지난 시간들을 가끔씩 들춰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