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로나무 Dec 15. 2024

14일 유럽 여행 계획 그리고 출발

@1. 장소와 일정 탐색


유럽으로 여행을 여럿이 같이 가려면 일정 수립과 장소 탐색, 동선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처음 유럽으로 가족이 같이 가게 되어서 그 첫걸음을 잘 떼야한다는 부담감이 크다. 2023년 11월부터 그동안 쌓아둔 마일리지를 털어서 후보지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일정과 장소. 석 달 가까이 장소를 물색했다. 항공은 직항을 생각했다. 여기에 일정 기준도 잡았다. 10월 중순으로!!  선택지가 조금씩 좁혀졌다.


처음에는 스페인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를 계속 살펴보았는데 어느 순간 티켓을 예매할 수 없게 되었다. 로마도 날리고 스위스 취리히와 오스트리아 비엔나를 저울질했다. 가족들의 의견에 따라 가까운 여러 국가를 돌 수 있는 곳으로 비엔나를 선택했다. 2019년 코로나 직전 근무지 일로 출장을 갔을 때, 많은 예술작품을 볼 수 있었고 좋아하는 맥주를 다양하게 즐겼으며, 도시의 인상이 좋았었기에 비엔나로 예약을 진행했다. 내 마음속 멋진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이 살았던 흔적을 밟을 수 있다는 설렘과 함께 19세기말 20세기초에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도시를 그리기 시작했다.


1주일만 여행하고 오면 너무 아쉬울 거 같아, 카페 비수기인 10월에 2주를 다녀오기로 했다. 프라하와 부다페스트는 2011년 겨울에 다녀왔기에 13년 만에 방문하게 된다. 동선을 고려해서 중앙역 근처로 숙소를 예약하고 교통편은 비교적 저렴한 Ragio Jet으로 예약했다. 비엔나에서 프라하는 4시간, 프라하에서 부다페스트는 6시간 30분, 부다페스트에서 비엔나는 2시간 30분인데 비즈니스석으로 예약을 해도 가격은 저렴했다. 비엔나에서 잘츠부르크 왕복 열차는 비엔나 현지에서 OBB로 예약했는데 조금 비쌌다. 

@2. 장건강과 여행의 함수 관계


장내 미생물에 대한 공부를 하지 않았을 때와 공부하고 난 뒤, 생활 패턴 특히 지금처럼 장거리 여행을 가는 데에 큰 변화가 생겼다. 탄수화물과 지방과 단백질, 채소를 구분하지 않고 식사를 할 때에는 화장실 변수로 고생을 많이 했다. 2005년 유럽을 다녀온 뒤 두 번째 치질 수술을 했었다. 몸에 대해 공부했었더라면 예방할 수도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비행기 타기 전 화장실을 다녀오는 게 습관이 되어 여행 전체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았었다. 6년 전부터 몸에 대한 공부를 하기 시작하고, 그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실천하기까지 4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가장 큰 변화는 채소와 탄수화물의 섭취 비율이다.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한 탄수화물을 적게 먹으니 속이 편안해졌다. 장이 편안하니 여행 다니는 것에 불안함과 불편함이 많이 사라졌다. 비행기 탑승 전날 화장실 가는 것을 미뤄뒀다가 늦게 해결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몸을 내가 의도한 대로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알 것 같다.


11시에 누웠다가 12시 반에 깨고 다시 잠들어 4시 30분에 일어났다. 전 같으면 잠을 설쳤을 텐데, 잠을 설치면 피로를 안고 여행을 할 수밖에 없다. 마음에 불편함이 없으니 잠을 이루는 것이 전보다 쉬워졌다. 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중요한 일상생활의 요소다. 눈을 감고 잠시 명상에 들었다가 가볍게 다리 스트레칭과 운동을 하고 일어난다. 아버님과 어머님 사진에 문안인사를 드린다. 아버님은 돌아가신 지 8년이 지났고 어머님은 요양병원에 계시지만 사진 속 두 분의 젊은 날 모습을 보니, 바로 옆에 계신 것 같다. 그저 감사한 마음뿐이다.


@3. 공항 가는 길에 관한 추억 소환

새벽 공기는 싸늘하고 상쾌하다. 이 가을날이 오기까지 얼마나 더운 시간들을 견뎌왔던가? 그 보상이라고 생각하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출근길에 공항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면 늘 부러워했었는데 오늘은 그러지 않아도 된다. 오늘은 내가 공항으로 갈 거니까…


2023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출장 가려고 공항버스를 탔는데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사전 예약 없이 갔다. 버스가 만차라고 한다. 순간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어쨌든 공항에 가야 했다. 공항버스 타는 곳은 집에서 멀지 않다. 그때 영국으로 향하던 삼십 대 초반의 타투 아티스트와 후쿠오카에 가야 하는 나보다 세월을 좀 더 지나친 두 분이 당혹스러워한다. 내가 차를 가져올 테니 같이 가자고 했다. 내 차로 가서 다시 버스정류장으로 이동하는 시간은 너무 길었다. 다행히 그분들은 나를 믿고 기다리고 있었다. 달리 대안이 없었을 수도 있고 내가 그래도 신뢰할만한 이미지를 드렸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공상해 본다.


공항으로 가는 내내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동안 세 번이나 멈췄던 차가 갑자기 공항 가는 길에 멈춰 서면 어쩔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여차하면 나야 못 가면 그만이지만, 이 분들의 여행을 내가 망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가는 길에 누님뻘 되시는 분이 지갑에서 5만 원짜리 지폐를 내게 건넨다. 영국 가는 청년 몫까지 같이 드린다고…. 부담 없이 받았다. 그다음 그 누님뻘 되시는 분의 말씀에 목이 메었다. 친한 친구를 위로하러 가는 길인데, 일본 사는 친구의 아들이 갑작스레 돌아가서 그 장례에 참석한다고 하신다. 이십 대 아니면 삼십 대의 젊은 친구 일 텐데 이렇게 빨리 세상과 작별했다는 얘기에 일단 마음이 아팠다. 그 아들을 보낸 사람의 심정은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니 더 아파왔다.


1983년 세 살 된 아들을 가슴에 묻어둔 어머님의 아픔이 갑자기 내 세포들과 심장을 깨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친구를 위로해 주러 가는 이 누님의 모습이 너무너무 가슴 시리고 저리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타투하는 친구는 짐이 고작 작은 가방 하나다. 늘 이렇게 다닌다고 한다. 고객들이 전 세계에 있다고 했다. 이번에는 영국을 거쳐 다른 나라들을 몇 군데 돌다가 온다고 한다. 자유스러운 이 친구의 직업이 잠시 부러웠다. 보이지 않는 미래를 향해 가는 길이 때로는 힘들고 때로는 지친다고 하는 얘기를 듣자 곧바로 부러움을 거둬들였다. 내가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고 만질 수 없는 곳에서 작동하는 세상의 움직임을 내가 어떻게 짐작할 수 있겠는가? 공항에 내려주며 각자의 행복을 빌었다. 잠시 서로 본 사이지만 공항버스 착오로 맺어진 인연이 가슴 시리다. 가슴 시린 인연은 아름답다.


@5. 공항으로 Go Go


그 아름다운 추억을 되새기며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에 오른다. 비행기에서는 잠을 자기 힘들다. 비행기 안에서 쓰고 읽을 프로그램은 저장되어 있다. 들을 프로그램에 관해 목록 작업을 한다. 


바흐, 헨델, 하이든, 쇼팽, 브람스, 슈만, 엘가, 카미유 생상스, 에릭 사티, 프란츠 슈베르트, 드보르작, 라흐마니노프, 주세페 베르디, 조르주 비제 ….. 이작 펄만, 스비아토슬라브 리히터, 크리스티안 짐머만,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 클라라 하스킬, 레너드 번스타인,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에프게니 키신,  마리아 요아 피에르, 기돈 크레머, 마우리지오 폴리니,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조성진, 임윤찬, 김봄소리, 라팔 불레차즈, 페테르 야블론스키, 임동혁, 백건우, 아르투르 베네디트 미켈란젤리, 손열음, 안드레아스 쉬프, 미샤 마이스키, 마르타 아르헤리히, 칼 뵘, 알렉산더 쉬나이더, 클라라 하스킬, 임동민, 줄리어드 현악 사중주단, 타마스 베네딕(타마스 바사리의 쇼팽 왈츠 앨범이 생각난다), 알벤 베르그 사중주단, 라지오 바란야이, 므스티 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 벤야민 브리튼, 스테판 블레트, 코라도 로시, 예후디 메뉴인, 네빌 마리너, 유자 왕, 마띠유 코푸송, 세이지 오자와, 볼프강 슈나이더한, 마이클 베로프, 보자르 트리오, 라파엘 쿠벨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