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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te Liebe Dec 21. 2022

장래희망 : 나비족

<영화리뷰> 아바타 2 - 뮬의 길 


아바타 2편 물의 길은 세상에서 가장 비싸게 만든 포경반대 / 고래보호 영상물이라고 놀림을 받는 것 같기도 하지만 저는 담을 수있는 최대한의 경의와 애정을 담아서 ‘가장 비싸게 만든 고래 영화’ 라는 타이틀을 금으로 만든 현판에 새겨서 카메론감독의 발 앞에 바치고 싶은 마음입니다. 이제 고래 영화는 이빨 고래물인 프리 윌리와 수염고래물인 (꼬리 지느러미가 6조각이고 눈이 4개인게 약간 걸리긴 하지만) 아바타 2로 정리할 수 있게 되었지요. 



그렇습니다. 이것은 고래물 

1. 친구는 이 영화에서 시나리오적 완성도를 찾는 것은 “굴전을 먹으면서 상큼한 단맛이 없다고 불평하는 것." 과 같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완전 공감. 그렇습니다. 이것은 잘 만들어진 굴전. 바다향이 가득하고, 혀를 감싸는 풍부한 텍스쳐가 행복감을 주지만 겹겹히 레이어링 된 미묘한 맛의 층위같은 것을 기대해서는 안되지요. 


그래도 굳이 그런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니까 말하자면,  아무튼 1편보다 낫기는 합니다. 제가 1편의 시나리오가 무슨 성취 비슷한 것이라도 했다는 식으로 들리게 말했으면 그건 제가 실수한거긴 한데, ._.)a 아무튼 시나리오도 대사도 캐릭터도 1편보다 낫긴 해요. 


2. 하지만 나는 The way of water has no beginning and no end. 같은 하나마나한 대사들을 감수하면서까지, 죽을때까지 매일 매일 이 영화를 볼수도 있을 것 같아요. .가상현실이니 메타버스니에 기대를 가져본 적은 한번도 없지만, 나를 판도라로 데려가줄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당장 데려가달라고 하고 싶어요. 오늘부터 나의 장래 희망은 나비족. 


가끔은 인간이 가진 근본적인 외로움이 너무 커서, 어떤 완벽한 연인도, 친구도 부모나 가족도 채워줄 수 없는 거대한 공허함 같은거 느껴질때가 있지 않나요? 그러니까 고래정도가 아니면 아무걸로도 채워질거 같지 않은 거대한 공허감. 가끔 거대한 고래를 만지는 순간을 상상하게 되는데, 내 손끝과 연결되어 있는 우주보다도 더 큰 것. 그 어마어마한 실체가 주는 엄청난 위안 같은게 있을거 같다고 자꾸 생각하게 되거든요.



다이버이자 환경 보호론자인 카메론 감독은 이 영화에 고래와 해양 생태계에 대한 애정을 잔뜩 담아서 우리가 지구를 보호해야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했겠지만, 막상 영화를 보는 나는 왠지 다 부질없다는 생각에 이르고 말았는데… 


탄소를 줄이고, 플라스틱을 안쓰고, 동물원에 안가고, 아쿠아리움도 포기하고 새 옷을 살때마다 죄의식에 시달리고, 자동차도 안타고, 종이 빨대를 쓰는 노력들을 지속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그 모든 노력들의 보상이 너무 사소하다는 데 있다는 걸 깨닫고 말았던 것입니다. 




생각해보세요. 우리가 내일부터 탄소를 절반으로 줄이면 100년 후에는 고래들과 영혼과 전설을 나누고, 우리의 이야기가 고래들의 노래와 얽혀서 하나의 역사로 쓰여져 나가고, 거대한 생태계의 일부가 되서 모든 숨쉬는 것들과 함께 살아가는 충만함으로 다시는 외로울 필요도 없고, 다시는 아무것도 파괴할 필요도 없는 상태가 된다면 전 뚱뚱해보일 거 같아서 포기한 두꺼운 기모 내복을 세겹 겹쳐입으면서 난방을 완전히 끄고도 살 수 있을 거 같거든요. 


하지만 우리가 뭔가를 엄청 잘해봤자 우리는 고래와 우정을 나누지도 못하고, 생태계의 마음으로 충만해지지도 못할 것입니다. 기껏해야 언젠가는 (말이 좋아서) 마음의 아이들이랬나. 허술한 인공지능이나 로봇같은 것들에게 우리 자리를 물려주고 다 망하는 날을 수백 수천 수만년쯤 미루는 보상이나 받겠지요. 그렇게 생각하니 괜히 모든게 더 부질없고 쓸쓸해지고 말아.. 


이런 장면에서 괜히 울먹이게 되는, 이것은 고래물





3. 하나 그려볼 수 있는 아름다운 그림은, 세상이 다 망해버린 다음에 이 영화가 어떻게 운좋게 살아남아서 새로 시작하는 우리 후손들이 지금처럼 시시하고 외롭고 파괴적인 방식이 아니라, 이렇게 가볼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꿈의 바탕이 되는 것 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이미 바다에서 제일 큰 고래의 일부가 되었을 수도 있는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는 온갖 물질들도 인간들이 시시하고 잔인하고 형편없다는 생각을 바꿀 지도 모르겠네요! 


이런걸 영화 리뷰라고 할 수 있는지 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영화는 보시는 것을 추천.. ._.)a 굳이 아이맥스를 노리다가 시기를 놓치느니 일반 3D 앞자리라도 노려 보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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