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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HOLIDAY Sep 19. 2023

(어제부터) 늘 먹던 걸로 주세요

교토, 일본(7) - 08/09/2023, 오후

전날 엄마가 감탄을 금치 못했던 새우구이를 시작으로 두 번째 <니시키시장> 투어를 시작했다
새우튀김도 맛있지만 둘 중 하나만 먹어야 한다면 장어튀김을 맛 보길 추천한다
육.해.공
딸기 모찌. 안에는 팥앙금도 들어 있다.


다시 또, 니시키시장


 한 여행에서 같은 곳을 두 번 방문하는 건 흔치 않은 일. 아마 짧은 휴가로 인해 바쁜 일정을 짤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나 우리 가족은 3박 4일 일정 중에 <니시키시장>에 또 한 번 방문했다. 이곳을 재방문하는 것은 백 퍼센트 엄마의 아이디어였다. 둘째 날 여행에서 <니시키시장>의 길거리 음식에 빠진 엄마는 아예 셋째 날 점심을 시장 이곳저곳에서 해결하자는 계획을 세웠다. 


 솔직히 내 기준으로 식사라고 생각할 만큼 충분한 양을 먹지는 못했지만, 전날 미처 보지 못했던 맛있는 음식들은 충분히 <니시키시장>에 두 번 올 만 하다고 생각하게끔 만들었다. 또한 장어튀김, 오징어꼬치, 고베산 소고기 구이 등 맛있는 음식들도 훌륭했지만 무엇보다 각국의 여행자들이 만들어 낸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니시키시장>의 진짜 매력 포인트였다. 장어튀김과 새우튀김을 먹은 가게 안에는 드럼통 여러 개를 세워 놓고 손님들이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한 장소가 마련되어 있었는데, 일본어는 물론이고 중국어, 영어와 스페인어, 그리고 우리 가족이 뱉어 내는 한국어까지 다양한 언어가 시끌시끌하게 섞이는 곳이었다. 


 사람에 따라서는 약간 정신없는 곳일 수도 있겠으나 이런 분위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옆의 일행에게 가벼운 인사를 건네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다. 



테라마치 - STEP AHEAD


 <니시키시장> 다음 코스도 둘째 날과 같았다. 바로 <테라마치>. 어제 이어 이곳에 또 온 것은 교토 여행을 기념할 '옷'을 사기 위함이었다. 


 내가 여행에서 처음 옷을 사기 시작한 것은 오키나와 여행부터였다. 당시에 나는 오키나와의 상징인 '시샤'가 그려진 속옷과 오키나와 대표 맥주인 오리온 맥주 문양이 새겨진 티셔츠를 구매했었다. 둘 다 여행을 다녀온 티가 나면서도(속옷을 티 내고 다닐 일은 없지만) 실제로 입고 다닐 수도 있는 것이어서 마음에 들었다. 그때부터 여행을 가면 그 여행을 기념할 만한 옷을 하나씩 사자고 혼자서 다짐했었다. 


  후쿠오카 여행에서는 빔스에서 셔츠를 샀다. 빔스가 꼭 일본 브랜드라서 산 것은 아니었고,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셔츠를 우연히 발견해 당장 샀던 것인데 아직은 두꺼운 셔츠를 입을 만큼 날씨가 시원해지지 않아 옷장에 고이 보관 중이다. 


 교토에 오기 전에 '교토엔 스트릿 패션 가게가 많다'는 정보를 입수한 나는 <테라마치> 곳곳을 돌아보며 적당한 가격의 예쁜 옷을 찾아 헤맸다. 처음에는 쇼핑하는 나를 가족들이 쫓아다녀 조금 부담스러웠는데, 조금 더 시간이 흐른 뒤에는 나머지 가족들과 잠시 흩어져서 쇼핑을 하게 되었다. 


 <테라마치>에서 몇몇 가게를 거친 후에 <STEP AHEAD>라는 가게에 들어섰다. 앞서 살펴본 가게들처럼 구제 옷가게 특유의 분위기를 뿜어내는 곳이었는데, 들어갈까 말까 망설이던 도중에 멋있는 옷을 입은 일본인 남성 두 명이 가게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아, 여기는 살만한 옷이 있겠다' 싶어 따라 들어갔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처음에는 특별히 살 만한 옷이 없어 보였다. 내 취향과 달리 럭비티처럼 품이 너무 크거나 아니면 가슴팍에 몸통이 꽉 찰 만한 크기의 로고가 박혀 있는 옷이 대부분이었다. 포기하고 가게를 나서려고 했을 때, 셔츠 하나가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너무 눈에 띄지 않으면서 적당히 스타일을 낼 수 있는 내 취향의 녹색 셔츠였다. 백 퍼센트 만족할 만한 디자인은 아니었지만 가격과 쇼핑에 들인 시간을 생각하면 괜찮은 선택이었다. 옷걸이에서 옷을 꺼내 여기저기 살펴보다가 브랜드 택을 발견했다. 칼하트였다. 


 여행에서 돌아와 여자친구와 전화를 하며 '칼하트 셔츠를 샀다'라고 하자 '칼하트가 그렇게 좋냐며' 여자친구에게 귀여운 타박을 들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나는 칼하트라서 이 옷을 산 것이 아니다. 예쁜 옷을 골랐는데 그 옷이 칼하트였을 뿐.


<테라마치> 바로 옆골목에 위치한 <신쿄고쿠 상점가>


신쿄고쿠 상점가


 <신쿄고쿠>는 <테라마치> 바로 옆에 위치한 또 다른 상점가다. 이미 <니시키시장>에서 배를 채우고 <테라마치>에서 쇼핑을 마친 터라 자세히 살펴보지는 않았다. 우연히 들른 이 거리에서 숙소에 돌아가서 먹을 대만식 카스테라를 산 것이 전부였다. <黄白白 新京極店> 이라는 곳이었는데, 거리가 거의 끝나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어 정확히 <신쿄고쿠>에 속하는 곳인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카스테라를 계산하면서 우연히 뒤를 돌아보았을 때 굉장히 특이한 가게를 보게 되었다. 바로 '돼지카페'였다. 말 그대로 우리나라의 애견카페나 고양이카페처럼 손님들이 새끼 돼지를 구경할 수 있는 곳인 듯했다. 우리가 이 카페를 발견했을 땐 가게 쇼윈도 앞에서 몇몇 사람들이 내부를 구경하고 있었고, 가게 안에서는 직원 둘이 새끼 돼지에게 주사를 맞히고 있었다. 


 가게가 좁아 보이기는 했지만 정확한 내부 환경을 알 수 없으니 돼지가 불쌍하네 마네는 내가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일본에는 '돼지카페'까지 있다는 것이 새삼 신기할 뿐이었다. 우리나라도 라쿤카페, 미어캣카페 등 희귀한 카페가 많이 생겼지만 일본은 이보다 더 신기한 동물카페들이 많았다. 아마 <테라마치> 근처에서 부엉이카페도 봤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찾아보니 부엉이카페는 일본 전역에서 종종 볼 수 있다고 하니 한국보다 특이한 카페가 많은 것이 확실하다. 


이 새는 진짜인가 가짜인가
너무 배가 고파서 저녁 먹기 전에 혼자 먹은 도시락. 마트 <Fresco>에서 사 왔다.


 이날은 조금 일찍 일정을 마무리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아무래도 <니시키시장>에서 양이 부족했던 나는 전날 저녁거리를 샀던 <Fresco Higashiyama Yasui> 마트에서 도시락을 하나 사 와서 먹었다. 교토에서의 마지막 저녁 식사를 하러 나가기 전, 우리는 숙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후쿠오카의 마지막 날은 아쉬움이 남지 않을 만큼 즐거웠는데. 교토에서의 마지막은 분명 즐겁지만 뭔가 아쉬움이 남았다. 가족여행이었기에 가보지 못한 곳들이 아쉬워서였을까. 아니면 네 가족이 모두 떠나는 여행이 또 언제가 될지 모른다는 아쉬움 때문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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