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사회생활 초짜가 대기업에서 겨우 적응한 방법

계약직 에디터로 맛보게 된 대기업

by JUNE HOLIDAY

전업 에디터가 될 생각은 없었습니다


저는 사실 전업 에디터가 될 생각은 없었습니다. 누군가 '에디터 그런 거 하면 밥 굶는다' 라고 말한 적도 있었어요. 이 말 때문은 아니지만, 에디터라는 직업은 참 멋있어 보이면서도 '업'으로 삼을 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서비스 기획, PM과 함께 에디터로도 구직을 하고 있던 와중에, 계약직으로라도 회사 생활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대기업에 지원했고, 말 그대로 '덜컥' 합격해 버린 것입니다.


덜컥 합격했다는 말이 조금 재수 없게 들릴 수도 있지만, 당시 제가 지원했던 포지션의 문턱은 낮은 편이었습니다. 1년에 한 번씩은 사람을 뽑는 자리였고, 메인 업무의 난이도도 높지 않았으며, 월급도 아기자기했어요.


그런데 하루하루 날이 갈수록 일이 많아졌습니다. 제가 맡은 업무는 식음료 상품의 상세페이지 콘텐츠를 작성하는 일이었습니다. 에디터 파트에서 매일 퇴근 전까지 무조건 처리해야 하는 할당량이 있었는데, 어떤 상품을 에디팅하느냐에 따라 시간 편차가 있는 편이었습니다. 팀장님은 야근은 하지 말라고 하셨고, 6시 30분 퇴근까지 제가 맡은 양을 못 끝내면 다른 사람들이 나눠서 맡아야 하는 구조였습니다. 퀄리티도 속도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담이 점점 쌓여가는 일이었어요. 거기에 출퇴근 시간도 길고, 신입사원 교육에 다른 자잘한 업무도 하다 보니 솔직히 적응이 쉽지 않았습니다.


사무실 분위기가 딱딱했다면 더욱 적응이 어려웠겠지만, 상대적으로 밝고 자유로워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적어도 사회초년생이었던 저에게 그때 당시에는 불화나 기싸움이 아직은 보이지 않았어요. 그러나 모두 맡은 일에 프로페셔널하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아서, '폐가 되지는 말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일하고 적응했습니다.


'잘' 질문하세요


점점 적응할 수 있었던 이유가 있다면, '똑똑한 질문을 하는 법'을 점점 깨달은 덕분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질문하는 법에 대해 아마 나중에 자세히 다룰 기회가 또 있겠지만, 질문할 때 중요한 점은 질문의 타이밍과 퀄리티인 것 같아요. 그리고 '질문'은 기업에 적응하는 것을 넘어, 에디터라는 직업에도 도움이 되는 요소입니다.


개인적으로 에디터를 정의하자면 '파고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신입 에디터는 자신이 잘 아는 것만 쓸 수 없습니다. 연차가 쌓여도 마찬가지죠. 패션 에디터라고 해도 늘 새로운 트렌드, 브랜드, 시장 동향을 파악하며 공부한 것들을 글에 녹여내야 합니다.


어쩌면 관심이 전혀 없었던 분야의 글도 아등바등 공부해서 써내야 프로 에디터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입사 전까지 라면이랑 토마토 파스타 정도밖에 할 줄 아는 요리가 없었어요. 그것도 파스타는 소스를 사야만 만들 수 있었죠. 그랬던 제가 식음료 상품을 소개하는 에디터가 되었고, 음식과 식재료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 요리를 취미로 시작하여, 퇴사한 지금은 웬만한 음식은 흉내 낼 수 있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더군다나 당신이 기업에 속한 에디터라면, 관심 없는 상품에 대한 콘텐츠로 소비자를 설득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넓고 얕든, 좁고 깊든 에디터는 계속해서 지식의 영역을 넓히는 것이 의무입니다. 그리고 이를 생각보다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질문'이에요.


물론 공감합니다. 회사에서 상사에게 처음 질문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은 없다는 걸. 또 실제로 질문하는 걸 싫어하거나 소위 말해 '꼽을 주는' 상사도 물론 있습니다. 그래도 어쩌겠어요. 우리는 상사와 사는 것이 아니라 에디터가 되고, 직장에 돈을 벌어다 주는 일에 능숙해져야 하잖아요.


당신의 첫인상이 마음에 안 들거나, 그냥 성격이 안 좋은 상사라도 질문에 답할 수 있게끔 하려면 '좋은 질문'을 해야 합니다.


아쉬운 질문

-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요

- 일단 이렇게 써봤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좋은 질문

- 이러이러한 레퍼런스를 찾아보았는데, 어떻게 방향성을 잡고 시작하면 좋을까요?

- 데 생각엔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이 방법이 효과적일 것 같은데 더 좋은 방법 있을까요?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좋은 질문의 전제는 나름의 논리가 뒷받침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며, 답변자로 하여금 질문의 폭을 좁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한 거 어때요?’ 보다는 ‘이 부분이 부족한 것 같고, 이런 방향성으로 수정하려고 하는데 더 좋은 접근법이 있을까요?’처럼 구체적이고 좁은 질문을 해야 합니다. 능력 있는 상사라면 아무리 성격이 삐딱해도 그냥 핀잔만 주진 않을 거예요.


두 번째 중요한 점은 질문의 타이밍입니다. 이건 말씀드리기 쉬워요. 나름의 시도를 해본 다음, 최대한 빠르게 질문하세요. 나름의 시도와 해결 방향을 찾았다면, 더 시간을 끌지 말고 질문하세요. 성격 좋은 상사도 마감 시한이 얼마 안 남았다면 예민해집니다.


온 세상 레퍼런스를 다 찾고 질문하면, 본인 생각엔 빠르다고 해도 더 바쁜 상사 입장에서는 ‘질질 끌었다’ 생각할 수 있어요. 특히 에디터처럼 연구한다고 아웃풋으로 꼭 연결되지 않는 직종이라면, 우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1차 결과물을 만들고 빠르게 질문하는 편이 나은 경우가 많았어요. 무서워서 미루다가 질문하고 깨지고 다시 갈아엎으면 에너지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에디터는 혼자 노트북 앞에서 씨름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하기 쉬워요. 어느 정도 맞습니다. 하지만 혼자보다는 둘, 셋이 모이면 머리가 트인다고 해야 할까요. 직접적인 해결책을 주지 않더라도, 대화만으로도 장애물을 해결할 실마리가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고 ‘잘’ 질문하세요. 히스테리 부리는 상사도, 나보다 어리면서 슬슬 꼽주는 선배도 결국 뽑아 먹을 게 있을 겁니다. 안 좋은 말은 ‘그러시든지요’라는 마인드로 흘려보내고, 본질에 집중하면 도움이 될지 모릅니다.


‘나’ 자신의 회사생활 적응을 위해, 눈 딱 감고 잘 질문해 보세요.

이전 01화0. 대기업 에디터로 퇴사하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