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feat. 돈가스
내가 생각하는 나의 가장 큰 단점은 별 의견이 없다는 것이다.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
그냥 그냥 하라는 대로 사회가 바라는 대로 적당히 별 의견 없이 살아가다 보니 그래도 나이가 들고 누군가는 어른이라 칭하고.
사실은 별 의견이 없다기보다는 딱히 좋은 건 모르겠는데 누가 뭔가를 제시하면 좋고 싫은 건 생긴다는 거다.
이를테면, 뭐 먹을래? 했을 때는 그냥. 아무거나.라고 둘러대지만 돈가스 먹을래?라고 하면 아. 그건 별로.
아무거나.라고 했다가 갑자기 의견을 내면 그것 자체로도 분위기가 싸해질 때가 있다.
그러다 보니 그냥 아무거나.라는 말을 익숙하게 내뱉으며 그다음 말들을 삼키게 된다.
한두 번은 괜찮은데 곰곰이 생각하다 보면 치밀어 오를 때가 있다.
상대와 갈등을 만들고 싶지 않아 선택한 길이 나와의 싸움을 만들고, 차곡차곡 쌓아 올린다.
난 오늘도 돈가스가 먹고 싶지 않았다.
다만 처음부터 돈가스가 먹고 싶지 않다고 말하지 않았을 뿐.